시민 이용 제한…학교 전기차 충전소는 ‘그림의 떡’
광주 초중고 8곳 설치…이용 저조
교직원 전용·이용시간 제한 규제
시의회, 시교육청 설치 예산 삭감
정문 개방 여부 이용 활성화 관건
교직원 전용·이용시간 제한 규제
시의회, 시교육청 설치 예산 삭감
정문 개방 여부 이용 활성화 관건
2024년 05월 12일(일) 18:25 |
10일 오후 방문한 북구 매곡동의 한 고등학교 전기차 충전소. 외부인 개방 구역임에도 이용자가 없어 충전소가 텅 비어있다. |
광주 초·중·고등학교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는 총 8곳으로 교직원 전용(비개방) 구역 4곳, 이용시간 제한(개방) 구역 4곳이다. 이용 시간은 오전 8~9시부터 오후 5~6시까지로 제한돼 있다.
지난 10일 오후 북구 매곡동 한 고등학교. 수업이 한창인 시간임에도 학교 내 전기차 충전소에 충전 중인 차량은 한 대도 없었다. 전기차 충전 관련 애플리케이션으로 해당 충전소의 충전기 정보를 살펴보니 완속은 하루 전, 급속은 14일 전이 마지막 충전이었다. 이용자 제한이 없는 ‘개방 지역’이지만 이용률은 현저히 떨어졌다.
60대 경비원 심모씨는 텅 빈 전기차 충전소를 가리키며 “6개월 동안 외부 이용자는 딱 한 번 봤다”고 말했다.
심씨는 국고를 들여 설치한 충전소가 교직원 전용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가 전기차 이용자라도 학교 내부 충전소는 불편할 것 같다”며 “교문 밖에 충전소가 있으면 모를까 일단 교문에서 차량 출입을 제한하니 외부인은 이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또 교문을 닫는 야간에는 충전소를 이용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공용으로 만들어진 충전소라면 교직원이 아니라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 안전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나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무작정 학교 내에 충전소를 만드는 것은 실속 없는 행정이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찾은 북구 삼각동 한 고등학교의 전기차 충전소 상황은 더 심각했다. 해당 고등학교 경비원에게 전기차 충전소 위치를 묻자 “여기에 전기차 충전소가 있었나”라며 반문했다.
이곳 충전소에는 충전 목적이 아닌 일반차량이 주차돼 있었고 충전기 옆에는 종량제 쓰레기봉투와 쓰레기통, 재떨이가 있었다. 2, 3일 전이 마지막 충전으로 이용률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관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10일 오후 방문한 북구 삼각동 한 고등학교. 충전 구역에 충전 목적이 아닌 차량이 주차돼 있고 충전기 옆에 쓰레기, 재떨이 등이 널브러져 있다. |
충전소 설치를 늘려 모든 전기차 이용자가 편하게 충전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인데, 대부분 학교는 위험 노출 등의 이유로 외부인에게 충전소를 개방하지 않고 있다. 전기차 충전소 의무 설치 대상에서 학교를 제외하자는 등의 의견이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광주시의회에서도 같은 이유로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시킨 바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지난해 48개 학교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고자 했으나 광주시의회 상임위의 제동에 걸렸다. 교육청은 올해 충전소 설치를 위해 14억1000만원을 편성했으나 광주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대부분 학교가 정문을 개방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차 충전소가 교직원들의 주차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학교 개방 여부가 전기차 충전소 이용 활성화의 관건이지만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환경관리공단 관계자는 “법적으로 주차면이 50면 이상인 공공시설에는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해야 한다. 매년 환경부 보조사업 사업자를 선정, 사업자가 충전소 부지를 찾아 서류를 제출하면 해당 부지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설치를 승인한다”며 “공용충전기만 지원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외부인 출입으로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공동주택과 학교는 예외로 이용자 및 개방 시간에 제한을 둘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나다운 수습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