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폭염 취약성 심각… 예산 등 대책 소홀
함평, 229개 시군구 중 가장 취약
지자체 폭염대책 단기 대응 그쳐
온열질환자 증가 불구 소극 대처
쿨링포그 등 폭염저감시설 태부족
지자체 폭염대책 단기 대응 그쳐
온열질환자 증가 불구 소극 대처
쿨링포그 등 폭염저감시설 태부족
2024년 05월 12일(일) 18:14 |
더위가 이어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시민들이 쿨링포그 아래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시스 |
전국 각 시도가 장기적 안목을 갖고 폭염 대책 등 관련 사업 진행을 고심 중인 반면, 광주와 전남의 이상기온 대책은 ‘단기적 대안’에 그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함평의 경우 전국 229개 시군구 중 폭염 취약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혔지만, 장기 대책 수립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12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4월의 전국 평균기온은 14.9도로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4월’이었다. 평년보다 2.8도 높은데다 종전 최고였던 1998년 4월(14.7도)도 넘어섰다.
5월에는 때 아닌 폭우가 쏟아졌다. 어린이날인 지난 5일 광양·진도에는 각각 198.6㎜, 112.8㎜의 비가 내리면서 역대 5월 하루 최다 강수량 신기록을 작성했다. 이어 일주일이 채 안된 11일에는 경기 북부와 강원 북부 내륙에서 비가 시작돼 전국 최대 100㎜ 이상의 비가 내렸다.
아직 장마시기에 대한 전망은 나오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여름 장마의 예고편”이라는 우려와 동시에 올해 장마철인 6~7월 평균 기온이 평년 대비 높을 확률을 각각 50%, 40%로 예상했다.
이미 정부부터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행안부는 최근 기상청의 ‘올 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크고, 폭염일수 증가로 온열질환자가 증가하는 추세가 있다’는 보고를 접하고 17개 시·도에 폭염대책비(특별교부세) 총 150억원 지원을 결정했다.
이번에 지원되는 특별교부세는 △그늘막·물안개(쿨링포그) 분사장치 등 폭염저감시설 설치 △무더위쉼터 정비 및 운영 △폭염 예방물품 보급 및 취약계층 보호 강화 △폭염 대비 국민행동요령 안내 등 각 지자체의 폭염피해 예방 사업에 사용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광주와 전남지역의 폭염대책은 단기적 대응에 그치고 있다.
원정훈 충북대 안전공학과 교수팀과 한국환경연구원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가 발표한 ‘사회불안 지표를 반영한 폭염 취약성 평가’ 연구를 보면 함평은 전국 229개 시군구 중 폭염 취약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선정됐다.
실제 함평은 전국에서 폭염 일수가 7번째, 열대야 일수가 3번째로 많았고 노후 주택 비율은 전국에서 5번째, 아동·노인 비율은 전국에서 8번째로 높았으나 재정자립도는 전국에서 16번째로 낮았다. 하지만 폭염 관련 장기적 대책은 아직까지 수립되지 보이지 않고 있다.
또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지자체 폭염대책 현황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2018~2021년 폭염대책 유형별 분석 결과 전국 시군을 적극적대책형과 단기대책형, 소극적대책형으로 나눴을때 광주와 전남 상당수 지역이 단기대책형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적극적대책형 지역에 포함된 수원시, 청주시 등은 광주보다 인구수가 훨씬 적음에도 평균 9.7개의 폭염 대응사업을 진행 중이며, 이중 청주는 무려 17개 사업을 진행했다. 또 교부금을 제외한 예산 역시 이들 21곳의 폭염 대책 예산 합산액은 623억2800만원이며 강원도 춘천의 경우 이 기간동안 무려 198억원을 투입 해 폭염저감 시설을 구비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반면 광주와 전남은 매년 평균적으로 15명에서 30명 가량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함에도 매년 사업 진행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예산 때문이다. 전남의 올해 폭염대책 예산은 도비 17억100만원으로 △폭염저감시설(쿨루프, 그늘막, 쿨링포그) 설치 4억2000만원 △폭염취약계층 물품지원 1억1600만원 △무더위쉼터 냉방비지원 3억3000만원 △폭염대책비(특별교부세)12억1000만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장기적 폭염대책의 대표격인 폭염저감시설을 보면 △목포 쿨링포그(2개) △순천 쿨링포그(6개), 쿨루프(5개) △무안 쿨루프(61개) 등이며 나머지 지역은 사업이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다.
광주시도 유사하다. 광주시는 올해 폭염을 대비해 시비 5억3000만원을 배정했다. 여기에 교부금 6억 4000만원을 추가 투입해 무더위 쉼터 3억원, 살수차 2억5000만원 등을 지원한다. 또 광주 동구, 서구, 광산구가 폭염저감시설을 요청함에 따라 여기에 교부금을 배정할 예정이다. 해당 지역에 설치될 저감시설은 쿨링포그로 지역별 1개 정도가 신설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 두 지역의 예산을 모두 합쳐도 적극적인 폭염 대책을 구사하고 있는 강원도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지역의 한 폭염저감시설 설치업자는 “지역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지만 강원도, 경기도 나아가 서울시에서까지 사업을 수주 받아 공사를 하고 있다. 광주와 전남은 최근 몇년간 신청이 한 건도 없다”면서 “사업은 둘째치고 이렇게까지 폭염 대책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싶어 솔직히 걱정이 될 정도”라고 말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폭염저감시설 설치 등을 고민 중이지만, 결국은 돈이 문제”라면서 “자체 예산을 편성하기엔 절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기에, 국회의원들이 지역을 위해 교부세를 확보해주는 것이 관건”이라고 답했다.
노병하·곽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