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 책임져야 할 국가폭력 피해자 치유
자치단체에 떠 넘겨선 안돼
2024년 05월 12일(일) 17:15
국립 국가폭력 트라우마 치유센터가 오는 7월 광주 본원, 제주 분원이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하지만 5·18 민주화운동 등 국가폭력 피해 당사자와 그 가족들을 치유하기 위한 국가 시설임에도 정부 운영예산과 인력 축소 등이 우려되고 있다

12일 광주시에 따르면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서구 옛 국군광주통합병원 인근에 광주 본원이 설립된다. 총 107억 원을 투입해 지하 1층, 지상 3층(연면적 2224㎡) 규모로 지난 4월 준공했다. 하지만 국립 트라우마 치유센터는 관련법에 따라 국립으로 승격됐지만 ‘무늬만 국립’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신규 센터의 예산과 인력을 줄이면서다. 올해 센터에 배정된 인력과 예산은 10여 명과 16억 원으로 연구 결과보다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게다가 정부는 이 예산의 절반은 광주시가 직접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 2019년 행정안전부가 의뢰한 연구에서는 아직 발굴되지 않은 국가폭력 희생자가 많은 만큼, 인력 61명과 연간 61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낸 바 있다.

현재 광주트라우마센터에 등록된 피해자는 약 122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피해자 뿐 아니라 상당수 광주시민들은 5월이 되면 공포와 슬픔, 우울과 불안, 죄책감 등이 복합적으로 섞인 ‘오월증후군’을 겪는다고 한다. 통상 어떤 큰 사건 뒤 나타나는 심리적 현상을 ‘기념일 반응’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국가 폭력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은 데도 정부는 “국비 분담비율 조정 등을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광주시는 센터 문을 여는 게 급하다고 판단해 결국 예산 절반을 부담했다. 정부가 100% 국비 지원없이 개관하는 국립 트라우마 치유센터를 지자체에 떠넘긴 꼴이다.

당장 정부는 센터 운영 과정에서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예산 삭감은 또 다른 상처를 주는 국가의 2차 폭력이다. ‘국가폭력’의 가해자가 국가이니 치유도 국가가 감당해야 하는 건 당연지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