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칼럼>시민 편의성과 동떨어지는 시금고 기준 바꿔야
시중은행 점포 폐쇄 증가세
시민 접근성·서비스 저하로
금고기준 '감소대책안' 필요
경쟁 이끌어 기여도 높여야
시민 접근성·서비스 저하로
금고기준 '감소대책안' 필요
경쟁 이끌어 기여도 높여야
2024년 04월 28일(일) 14:04 |
김성수 논설위원 |
광주시는 금고지기를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전성 △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 △시민 이용 편의성 △금고업무 관리능력 △지역사회기여 및 시와의 협력사업 등 총 5개 항목으로 평가한다. 올해 개정 조례안에 공정성을 한층 강화하고 편의성 등을 더욱 세분화했다는 게 광주시의 설명이다.
광주시가 정한 선정기준에서 관심을 끄는 건 ‘시민 이용 편의성’ 이다. ‘시민 이용 편의성’ 항목엔 은행지점, 무인점포, ATM 대수 등을 기준으로 배점(100점 중 7점 부여)을 준다. 하지만 광주시의 시금고 지정 기준인 시민 이용 편의성에 따라 광주시민이 체감하는 금융 서비스를 받고 있는지 의문이다.
시의 시금고 지정 기준은 단순 점포수가 많은 은행에 고점을 주는 형태다. 문제는 최근 시중은행의 지방도시 점포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금융정보통계시스템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서울을 제외한 6대 광역시의 시중은행(1금융권)을 대상으로 한 2023년 말 기준 점포수는 1464개로 지난 2013년 같은 기간 1653개 대비, 10년새 11.43%(189개) 감소했다. 현재 1금융권은 국민, 신한, 우리, 하나, 제일, 경남, 광주, 대구, 부산, 전북, 제주, 농·수협, 중소기업,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이다.
6대 광역시별 10년새 점포 폐쇄 수는 대구 83개(371→288)로 가장 많았고, 부산 79개(549→470), 광주 33개(201→168), 울산 7개(132→125) 순으로 감소했다. 반면 인천 5개, 대전 8개가 증가했다. 하지만 점포 폐쇄율을 보면 대구가 22.7%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광주가 16.4%, 부산 14.4%, 울산 5.3%등의 순이다. 광주가 두 번째로 폐쇄율이 높은 것은 기존 점포수가 타 광역시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상황에서 점포가 줄어든 게 원인으로 꼽힌다. 시중은행들이 유독 광주지역에서 마른 수건을 짜낸 격이다.
시중은행의 점포 폐쇄를 막기위해 금융위원회가 적극 개입, 지난 2019년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2년 뒤 2021년부터는 점포 폐쇄가 더욱 노골화됐다. 실제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10년새 점포 폐쇄율이 가장 높은 연도는 2022년 6.3%였다. 그 뒤를 2021년 4%, 2023년 3.9%순이다. 최근 3년새 점포 폐쇄율이 더욱 심화된 셈이다. 점포 폐쇄는 지방을 중심으로 늘었고,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모두 해당된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은행 접근성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점포가 줄면서 창구 혼잡도 및 대기시간 증가 등의 은행 서비스도 악화되고 있다.
다시 원점에서 생각해보자. 과연 광주시 시금고 선정 기준안에 담긴 시민 이용 편의성이 광주시민들에게 얼마나 득이 될까. 선정기준엔 단순히 점포 수로 점수를 준다는 게 시민 이용 편의성을 최대한 반영한다고 보기엔 한계가 있다. 상대적으로 많은 점포를 보유한 은행권에 높은 배점은 당연시 되지만 향후 은행권이 시민 이용 편의성을 위해 적정 점포수를 유지할 지는 의문이다.
결국 시민 이용 편의성 항목에 은행 점포 감소 대응안이 마련된다면 ‘점포 폐쇄’ 억제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최근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은행권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본점으로부터 올해도 1~2개 정도의 점포 폐쇄 압박을 받고 있는 지점(지역본부)들이 광주시가 점포 유지 기준안을 시금고 선정에 반영한다면 시금고 유치를 위해서라도 기존 점포를 유지할 명분이 생긴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부산시와 대구시는 시금고 선정시 적정 점포 수 이하 은행에 대한 평가 불이익을 주는 조항도 있다.
광주시는 시금고 선정 기준에 은행권의 지역기여도를 끌어올릴 방안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 은행 점포수, 기여도, 지자체와 연계사업 등을 주도하고 있는 특정은행의 독주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이 존재해서다. 광주시의회 채은지(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에 따르면 광주시 금고 협력사업비는 광주은행(1금고) 40억원, KB국민은행(2금고) 20억원 등 모두 60억원이다. 이는 전국 7개 특·광역시 중 가장 적다. 광주시보다 예산이 적은 대전시(6조5000억원 )금고 협력사업비는 148억원이며, 울산시(5조1000억원)는 135억원이다. 광주시 금고 협력사업비는 금고 선정 때마다 2013년 120억원에서 2017년 70억원으로 급감했다. 2021년에는 60억원으로 8년 새 반토막이 났다. 채 의원은 “고금리 장기화로 서민 시름이 깊지만, 은행들의 고통 분담 노력은 부족하다”며 “올해 금고 선정 시 시민 이용 편의성, 지역 재투자 평가 실적 등의 평가 항목이나 배점 개정을 검토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광주시가 한해 7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돈을 맡길 시금고 선정을 위해 기준안을 일부 수정했다. 그럼에도 지역점포 감소로 은행 접근성은 떨어지고 시금고 은행의 지역협력 사업비는 반토막 난 상황이 과연 현실성 있는 시금고 선정기준인지 의문이다. 광주시의 ‘시민을 위한’ 시금고 선정기준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덤으로 시중은행간 시금고 경쟁을 유도해 지역협력 사업비까지 끌어올린다면 이게 바로 ‘수지맞는 장사’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