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연윤열>기후변화가 초래한 금값 사과
연윤열 (재)전남바이오진흥원 식품산업연구센터장
2024년 04월 23일(화) 14:05 |
연윤열 센터장 |
1㎜(밀리미터)의 1,000분의 1크기를 1㎛(마이크로미터)라고 한다. 그동안 전 인류를 괴롭혔던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는 0.1~0.5㎛ 크기의 아주 작은 입자다. 먼지나 매연의 입자는 평균 약 2.5㎛로 인간의 폐까지 침투 할 수 있고 해변가의 모래 입자는 90㎛, 사람의 머리카락은 50~70㎛정도이다. 미세먼지는 10㎛이고 초미세먼지는 2.5㎛로 아주 미세하다. 사람의 눈은 20~50㎛ 정도의 크기 까지만 구별 할 수 있다고 하니 바이러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유해입자들은 우리의 육안으로 볼 수 없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것들이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 이산화탄소(CO2) 역시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기후를 변화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인류가 화석연료를 본격적으로 태우며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배출하기 시작한 산업혁명 초기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280PPM이었다. 그러나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이 급증해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는 480PPM까지 높아졌으며, 향후 배출량에 따라 2100년까지 600~1천PPM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IPCC에서 발표한 “2007년 기후변화 4차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기온이 1,5~2.5도 상승하면 약 20~30% 생물이 멸종한다고 한다고 하였고 산업화 이전 수준인 2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농도를 400PPM 이내로 유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IPCC의 6차 보고서 내용 중 상징적인 문구는 ‘Now or Never’, 즉, ‘지금이 아니면 할수 없다’는 경고였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국가들은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작년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포함한 NDC를 다시 제출했지만, 이러한 약속들은 여전히 1.5℃는 커녕, 2℃ 목표조차 달성할 수 없는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기후변화에서 기후위기로
최근 “기후변화”보다 “기후위기”라는 용어가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 또는 제거해서 탄소배출량을 0(Zero)로 하자는 “탄소중립(Net Zero)” 개념이 탄력을 받고 2020년 12월 파리협정을 체결한 국가들이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감축목표를 UN에 제출했기 때문이다.각 국가들은 국가별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 수립에 매우 적극적이며, 이에 따라 민간기업들의 탄소 감축에 대한 규제 또한 점차 강해지고 있다.
한계저감비용곡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기업들은 향 후 친환경자동차 생산기술에 더욱 투자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조선업계에서는 저탄소 친환경선박 기술 및 Port to Port 탄소중립 해운물류망 도입과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받던 정유사들도 친환경 신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제 기업들은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기업의 경제적인 탄소 감축 투자 의사 결정을 도와주는 효과적인 Tool이 “한계저감비용곡선(Marginal Abatement Cost Curve:MACC)”이다. 한계저감비용(MAC: Marginal Abatement Cost)은 온실가스 1톤을 줄이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의미하며, 특정 사업의 온실가스 1톤을 줄이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MAC이라면, 여러 사업들의 MAC을 한데 모아 하나의 그래프로 시각화한 것을 한계저감비용곡선, MACC라고 한다. 기업은 탄소중립 달성 전략 과정에서 고려 할 수 있는 모든 온실가스 감축 사업들을 발굴하고, 발굴한 온실가스 감축 사업들이 재무회계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원자재 및 에너지, 탄소가격과의 연관성은 어떠한지 등을 MACC를 통해 분석할 수 있다. MACC를 활용하면 한정된 자원 내에서 가장 효과가 큰 감축사업들을 우선순위화 하여 효율적으로 선택하여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MACC는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 및 실행에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금(金) 사과
2022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식품소비행태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인기있는 과일의 순위는 사과,수박,참외 순서였다. 서양 속담에 “사과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는 파랗게 질린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잘익은 사과는 건강에 좋다는 뜻이다. 사과나무는 추위에 매우 잘 견디며, 지구상에서 가장 넓게 퍼져 있는 과일나무중 하나이다.
사과는 과당이 50퍼센트를 차지하고 나머지 50퍼센트는 포도당 설탕 등이다. 신맛 성분인 유기산은 주로 구연산으로 풍미와 상쾌감을 부여한다. 사과에는 칼륨, 칼슘, 인, 나트륨, 철 등이 함유되어 있고 아스파라긴산과 아스파라긴등의 아미노산이 소량 함유되어 있다. 사과의 향기는 에스테르, 알콜 및 알데히드류등 30여 종의 휘발성 물질에 기인한다.
올해처럼 사과값이 비싼 해도 없었다. 농산물은 가격의 변화에 비해 공급량의 변화가 크지 않은 비탄력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농산물은 수요와 공급 모두에 대해 가격이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가격 파동이 자주 일어나는 것이다.
사과 가격의 인상요인은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변화다. 사과는 서늘한 기온에서 자라는 과일에 속한다. 농촌진흥청 예측에 따르면 2100년에는 강원도 일부에서만 사과를 재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경상북도의 사과 재배면적은 1993년 보다 지난해 44% 감소했고 같은 기간 대구 지역은 80%나 감소했다. 올해 사과가 유독 비싼 이유다.
섭씨2도(2℃ )
1985년경 지구과학자들은 빙하코어 연구를 통해서 지구의 평균온도가 지난 10만년 동안 1800년대의 지구 평균온도보다 2도 이상 올라간 적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단기간 동안의 ‘2도’이상 상승은 자연생태계도 인간도 여태까지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2도’ 상승은 어떤 위험을 초래할지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은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폭이 산업화 이전 시기에 비해 2도 이상 높아지지 않도록 약속하고 최대한 1.5도 이하로 제한하도록 전 세계가 협약하였다. 목표 온도는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점 이상으로 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한 설정값으로 섭씨2도(2℃ )다.
작년 2023년은 지구 평균기온은 섭씨 14.98도로 지구 역사상 가장 더웠던 한해였다. 기온이 오르면서 개화 예정일보다 개화가 빨리 시작되면 나무의 면역력이 약해져 병충해의 피해가 많아지고 꽃이 핀 후 갑자기 기온 저하로 인해 서리가 내리거나 기온이 떨어지면 꽃들이 냉해 피해를 많이 입는다. 꽃이 빨리 개화하면 벌들의 활동기간과도 달라져 개화 기간이 짧아져 수정에 문제가 생긴다. 경북지역에서는 벌대신에 드론으로 사과 꽃이 만발한 과수원 위로 꽃가루를 섞은 물을 뿌려 인공 수분작업을 시도 하기도 하였다. 사과값의 살인적인 폭등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섭씨2도(2℃ ) 목표를 위한 넷제로(NET ZERO) 온실가스 감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