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김밥 가격 '천정부지'…서민도 상인도 ‘시름’
김 중도매가 전년비 50% 급등
수온상승·병충해·수출증가 원인
김밥 한줄 4000원대부터 시작
'저렴한 한끼' 서민음식도 옛말
2024년 03월 18일(월) 18:19
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김밥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사진은 광주 학원가의 한 분식집 메뉴판.
“김밥 한 줄에 4000원은 기본입니다. 저렴하게 끼니를 때우기 위해 먹었던 김밥이었는데, 이제는 너무 비싸 사먹기가 망설여지네요.”

최근 점심을 가볍게 해결하기 위해 회사 인근 분식점을 찾은 양모(32)씨는 비싼 김밥 가격에 화들짝 놀랐다.

양씨는 “고물가에 돈을 아끼고자 점심값을 1만원 미만으로 정했다. 그래도 가성비 있게 먹기 위해서 분식점을 방문했는데 김밥 가격이 너무 올라 놀랐다”며 “참치나 치즈가 추가되면 5000원은 그냥 넘어간다. 서민 음식이었던 김밥도 이제는 고급 음식이 된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건강식품으로 알려지며 수출 효자 품목으로 각광받고 있는 김 가격이 심상치 않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격에 김을 주재료로 사용하고 있는 김밥 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어 서민들은 물론 영세 자영업자들이 시름하고 있다.

1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광주지역 마른김 중품 10장 소매가격은 1050원으로 1년 전 800원보다 31.25% 올랐다. 평년(753원) 대비 39.44% 비싸졌다.

마른김 중품 1속(100장) 중도매가는 9000원으로 지난해(6000원)보다 50% 올랐다. 지난달 16일 마른김 1속 가격은 7500원으로 한달여만에 무려 1500원이나 급등했다. 통상 광주지역 마른김 1속 가격은 6000원대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지난 5일 8000원대로 올라선 이후 12일부터 9000원를 유지하고 있다.

김 가격이 치솟은 이유는 이상기후로 인한 수온 상승 때문이다. 통상 김은 3~10도 정도의 낮은 수온에서 생육이 활발하지만, 수년간 이어진 지구온난화로 인해 수온이 상승하며 생산량이 감소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온상승에 따른 기생성 질병인 ‘갯병’이 자주 발병하며 김이 자라지 못하고 녹아 없어지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K-김밥’ 열풍이 불며 김 수출이 반등하면서 국내 공급량이 더욱 줄어들어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김 수출액은 7억9100만달러(약 1조500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공행진 중인 김 가격에 김밥 가격도 오르며 분식점을 운영 중인 소상공인들이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광주지역 김밥 한 줄 가격은 평균 3340원으로 지난해 같은달(2960원)보다 12.84% 비싸졌다. 지난해 3월부터 3000원을 돌파한 김밥 가격은 김 가격 상승에 따라 꾸준히 오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속재료인 시금치 등 채소가격도 오르며 한 줄에 4000원이 넘는 김밥도 속속 생겨나는 추세다.

광주 동구 학원가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48)씨는 “작년 이맘때쯤 기본 김밥 한 줄 가격을 2500원에서 3000원으로 500원 올렸다. 올해 김 도매가가 급등하면서 가격을 더 올리고 싶었지만, 학생들이 많은 학원가라 올릴 수 없었다”며 “그나마 가게에 직장인, 학생이 많이 찾아 현상 유지는 하고 있지만 다른 곳은 매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밥 한 줄에 4000원을 받고 있다는 자영업자 박모(55)씨도 “고물가로 외식하는 손님들이 많이 줄었다. 저렴한 가격을 기대하고 온 손님들이 김밥 가격을 보고 놀라 나가기도 한다”며 “가격을 정말 올리고 싶지 않았지만, 점점 오르는 월세와 전기세 등 공공요금에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최근 김 가격도 많이 올라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는 가격을 올리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