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의료 파업에 정신건강 위기학생들 ‘치료 공백’
조선대병원 병원형위센터 사업
전공의 파업 일자 3월 개소 연기
시교육청, 국립나주병원과 협약
“정신건강 전문·체계적 지원 약속”
2024년 03월 13일(수) 18:02
13일 의료 파업으로 개소가 연기된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병원 2층 병원형위센터 내부. 정성현 기자
의대 증원에 대한 반발로 전공의들이 병원을 사직하고 복귀하지 않는 등 의료 파업이 장기화되자 민간위탁방식으로 진행되는 정신건강 위기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병원형위(Wee)센터 사업에 차질이 빚어졌다.

13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일 조선대학교병원이 병원형위센터 기관으로 선정됐다.

병원형위센터는 정서 및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게 상담 및 치료를 제공하는 민간위탁 사업으로, 고위험군 학생에 대한 전문적 치료 및 대안교육 과정 등이 원스톱으로 제공돼 이들의 학교 복귀를 돕기 위한 취지를 담고 있다.

앞서 광주시교육청은 지난해 2월 두 대형병원과 학생 심리·정서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계기로 병원형 위센터 지정을 추진했으나 내부 사정으로 무산돼 정신건강 위기학생들이 갈 곳을 잃었다는 사실이 본보 보도<2023년 8월 17일자>로 알려졌다.

이후 조선대병원이 병원형위센터로 최종 지정돼 3월 개소를 준비하고 있었으나 의료 파업으로 차질이 빚어져 연기되고 있다.

조선대병원 병원형위센터는 센터장 1명,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1명, 정신건강간호사 1명, 사회복지상담사 2명 등 5명으로 구성됐다. 전공의는 구성원으로 배치되지 않았으나 이번 의료파업으로 전문의와 간호사들이 곳곳에 긴급 배치되는 등 내부적으로 개소식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탓에 개소가 미뤄졌다.

조선대병원 관계자는 “인력·시설·장비 등 모든 개강 준비를 마쳐놓은 상황이었다. 갑작스럽게 생긴 의료이슈로 부득이하게 3월 개강을 연기하게 됐다. 몹시 아쉽다”며 “4월 초중순에는 꼭 개관하겠다. Wee센터에는 전공의가 없기 때문에 병원 내부 정비만 완료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아이들을 얼른 만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13일 의료 파업으로 개소가 연기된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병원 2층 병원형위센터. 정성현 기자


전문가들은 이번 개관 연기로 3월 개강을 준비하던 학생들의 ‘치료·학업 공백’을 우려했다.

오상빈 광주동구청소년상담센터장은 “팜푸리학교를 끝으로 광주·전남 지역에 병원형 위센터와 같은 정신과적 대안학교가 없다. 그 사이 많은 아이들이 방황하거나 억지로 일반학교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오 센터장은 이어 “사회로 나오고 싶은 의지가 있는 아이들은 치료·교육이 병행되는 이 기관이 절실하다. 3월 개강만을 기다렸던 학생들도 많다”며 “정신질환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4월에는 꼭 센터가 개소되길 바란다. 이제는 학생들이 더 이상 (치료·학업 연장의) 사각지대에서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광주시교육청은 지난해 3월 정신건강 위기학생들의 대안교육위탁기관인 ‘팜푸리 학교’와 계약이 끝난 이후 치료 및 상담기관인 병원형위센터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무산되거나 기준에 부합한 병원을 찾기 어려워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난항 끝에 조선대병원을 지정하며 해결되는 듯했지만 의료파업이 터지면서 정신건강 위기학생들의 치료공백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해 병원형위센터 추가 지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날 광주시교육청은 국립나주병원과 정신건강 위기 학생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 기관은 △정신건강 위기 학생·보호자·교원 상담 △담당 교사 연수 및 컨설팅 △학생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 지원 △기타 협력 관계 증진을 위한 공동 사업 발굴 및 추진 등을 같이 하기로 했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은 “학생의 정신건강 문제를 조기 발견, 적시 지원은 중요하다”며 “정신건강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강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3일 광주시교육청이 국립나주병원과 정신건강 위기학생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광주시교육청 제공
김혜인·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