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여수시 농촌총각 국제결혼 지원 조례 ‘눈살’
구례·나주 등 전국 폐지 추세에도
전남서 여수만 유지 성차별 논란
시 “2015년부터 예산 편성 안해”
여성단체 “조례 신속 폐지해야”
전남서 여수만 유지 성차별 논란
시 “2015년부터 예산 편성 안해”
여성단체 “조례 신속 폐지해야”
2024년 03월 12일(화) 17:54 |
여수시청 전경. |
12일 여수시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여수시 농어촌거주 미혼남성 국제결혼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관내 거주하는 33세 이상 45세 이하 미혼남성이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면 1인 1회 500만원 이내로 결혼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시는 “원만한 가정을 이루게 함으로써 농·어업에 대한 의욕을 고취시키고 농어촌사회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과거 경기 가평, 경남 거제, 충북 괴산 등 타지역 농어촌도 유사 조례가 있었다. 대상 연령과 지원 금액 등은 다르지만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국제결혼이 매매혼 성격이 짙고 지원 대상을 ‘남성’으로 한정해 성차별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대부분 조례를 폐지했다.
전남도 구례, 나주, 신안, 화순 등이 해당 조례를 만들었으나 지난 2017년 신안을 시작으로 모두 없앴다. 현재 전남도내 국제결혼 지원 조례가 남아 있는 곳은 여수 1곳뿐이다.
지난해 3월 해당 조례를 폐지한 구례군 관계자는 “당시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외국인 여성을 결혼과 육아를 위한 도구로 대상화한다’며 폐지하라는 권고 의견이 왔다”며 “사회적 문제 소지가 있고 신청자 역시 저조한 상황이라 사업을 중단했다”고 했다.
정부와 국가기관에서는 꾸준히 ‘국제결혼 지원 사업을 지양하라’는 취지의 권고를 내렸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각 시행 지자체에 폐지 의견을 냈고 여성가족부 역시 지난 2018년부터 공문 등을 통해 각 지자체에 이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사회 전반적으로도 인권 의식이 높아지면서 국제결혼 지원 조례 폐지에 대한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는 모양새다.
여수에 거주하는 오모(27)씨는 “국제결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20대 신부와 나이 든 신랑’이다. ‘매매혼’이라는 시각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며 “미혼 여성의 국제결혼에 대해서는 아무 지원이 없다. 성평등이 중요시되는 요즘 시대에 맞지 않은 조례”라고 지적했다.
여수시는 조례만 있을 뿐 관련 사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는 입장이다.
여수시 관계자는 “조례는 제정돼 있지만 실질적으로 관련 지원 사업은 없으며 예산역시 편성돼 있지 않다”며 “예산서를 확인한 결과 2014년도까지 연 2000만원 가량 예산이 세워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12년을 제외하곤 예산이 지출된 내역이 없고 추경 때 모두 삭감됐다. 삭감된 이유는 신청자가 없어서일 수도 있지만 시예산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례를 없애려고 했으나 절차가 복잡해 일단 남겨둔 상황이다”며 “현재는 폐지 계획과 관련해 논의 중인 게 없지만 추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례가 남아있는 이상 지원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신속히 조례를 페지하고 다른 방식의 인구유입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다현 광주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장은 “결혼이주여성이 처한 현실을 보면 가족 내 성폭력, 가정폭력, 재생산권 강요뿐 아니라 이혼 역시 자유의지로 선택할 수 없는 처지다. 국제결혼 광고에 이주여성의 젊음과 외모를 전시하고 나이 차이가 많은 내국인 남성과의 결혼을 진행하는 과정은 매매혼과 흡사하다”며 “인권침해 소지가 다분한 국제결혼 비용을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다는 낙후된 조례는 폐지해야 한다. 농어촌으로 인구를 유입할 수 있는 문화 정책, 일가정양립 지원 정책, 청년 일자리 정책 등을 개선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호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전남 지역 다문화 혼인 건수는 654건으로 전국 1위로 나타났으며 전체 혼인 중 다문화 혼인 비중은 10.4%로 집계됐다.
강주비 기자·윤준명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