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고·김동수>"온기나눔캠페인으로 청렴세상 만들자"
김동수 광주전남혈액원장
2024년 02월 21일(수) 13:38 |
김동수 원장 |
부패인식지수는 공공부문 부패에 대한 전문가의 인식을 반영해 이를 100점으로 환산한 것. 70점대는 ‘사회가 전반적으로 투명한 상태’, 50점대는 ‘절대 부패에서 벗어난 정도’로 해석한다. 70점대로 가기 위해서는 법을 잘 준수할 수 있는 청렴 의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
한국투명성기구는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가 개선되고 있지만 세계 10위권 경제력 등 위상에 비추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반부패 청렴 활동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공직자 의무는 공익을 우선하고 국민에게 봉사는 하는 일이다. 국가공무원법 제59조에 의하면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친절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61조에 청렴 의무까지 별도 규정을 둔 것으로 보아 수행하는 직무 권한이 막강하고 부패의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2015년 김영란법인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에 관한 법률이 공포됐다. 직원과 가족, 인척들의 부동산 투기가 문제가 돼 공직자뿐 아니라 그 가족까지 포함한 사적 이해관계자에 영향을 받지 않고 직무를 공정하게 수행하도록 하는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하게 됐다. 법과 제도는 완비됐음에도 최근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에 대한 논란을 볼 때 법과 제도를 넘어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 방안의 하나로 나눔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청렴을 어학 사전에서는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이라고 한다. 나눔과 일맥상통하지 않는가. 나눔은 내가 가진 것을 주는 것으로 탐욕이 있으면 하기 어렵다.
탐욕이 있으면 부패할 수 있다. 욕심을 줄이고 가진 것을 나눈다면 청렴에 더 한 발짝 다가서지 않을까 싶다.
청렴 교육을 받을 때 조선시대 ‘비우당’ 이야기가 나온다. 조선 초기 3대 청백리 중 한 분인 재상 류관이 살았던 비우당은 ‘비를 근근이 가리는 집’이라는 뜻이다. 과연 정승이 돼 대궐 같은 기와집이 아닌 비가 새는 집에 살았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래도 녹봉은 받았을 텐데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청빈한 생활을 했다고 하니 아마도 백성을 구휼하는 데 쓰지 않았을까. 후세에 “그는 남에게 한없이 베풀고 너그러웠으나 자신과 가족에게만은 깐깐하기 이를 데 없었다”라고 전해진다.
오늘날 후배 공직자의 나눔사례는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서 근무한 손홍식씨는 국내 최초 700회 헌혈을 기록했다. 예비군 중대장을 지낸 임창만씨는 3대가 봉사를 펼쳐 적십자 봉사 명문가로 선정됐다. 강진군청 김왕석 주무관은 수혈이 필요한 환자가족과 소통하면서 혈소판 지정헌혈을 하며 200회 헌혈 기록을 앞두고 있으며 주거개선, 결식아동 물품 전달 등 봉사를 하고 있다. 최근 광주시 북구의회 최기영 의원은 60세에 100회 헌혈을 달성하기도 했다.
국가권익위원회는 공직자 교육과 공모전을 통해 국가 청렴도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법에 대한 교육은 의무화해 잘 이뤄지고 있으나 청렴 의식을 높이기 위한 법 이외 분야에 접목한 청렴소양 교육은 아쉬운 부분이 많다. 그래서 나눔을 청렴 소양 과목으로 다룬다면 나눔을 더 확산시키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나눔 현실도 녹록하지 않다.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에서 발표한 2023년 우리나라 세계기부지수는 세계 142개국 중 79위이며 국민헌혈률도 5%를 조금 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직사회에 나눔의 훈풍을 어떻게 불어 넣을 것인가. 때마침 정부와 지자체 주도로 지난달 5일부터 내년 2월28일까지 대한적십자사 등 16개 기관이 참여하는 온기나눔 범국민 캠페인이 시작됐다.
온기 나눔 캠페인은 마음속 온기를 이웃돕기 모금, 용품 나누기, 이웃 안부 묻기, 생활 안전 지키기 등으로 나누자는 의미로 나눔 분위기를 전국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 일년 동안 온기나눔을 수행한다면 공직자는 물론 우리 사회의 청렴의식은 더욱 높아지고 부패인식지수 순위도 더 나아질 것이다. 세계기부지수 역시 높아지며 나눔을 통해 따뜻한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