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고·김정동>복용산(伏龍山)과 광주시농업기술센터
김정동 수필가·시인
2024년 01월 31일(수) 15:01 |
김정동 수필가 |
황룡강(黃龍江)은 장성군 북이면 노령산맥(盧嶺山脈)을 시원으로 발원하며, 장성댐을 거쳐 임곡동의 동화천과 송산유원지 부근에서 평림천과 만나 동곡동의 두물머리에서 담양군 용추골로 부터 유래된 극락강과 다시 합쳐져 호남의 젖줄이라 할 수 있는 영산강을 이룬다. 지금은 평동공단이 자리하여 많은 농토가 편입 되었지만 용곡동을 중심으로 복용 회룡 등의 마을을 품고 있는 넓은 들을 황룡강이 적셔준다.
복룡산은 옛부터 군사적 요충지이기도 했다. 고려 태조 왕건과 견훤의 치열한 격전지이었기에 함적골이나 왕좌대 같은 전설적인 지명이 남아있기도 하다. 산의 정상에서 보면 남쪽으로는 나주로 나가는 큰 길목이고 북쪽으로는 송산교와 어등산이 있다. 또 목포로 빠지는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뚫려있다. 한자로 보았을 때 어등산(魚登山, 338m)과 복룡산(伏龍山, 228m)은 곧 용과 관련이 있음을 직감 할 수 있다. 높이나 크기로는 당연히 어등산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고기어(魚)자를 썼으니 이무기(이용 螭龍)를 뜻하고 복용산은 엎드릴복(伏)자이니 용이 엎드려 있는 뜻인 것을 보면 복용산이 한수 더 위가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본다. 옛적에도 산의 정상에서 일본군의 동태를 훤히 내려다보고 어등산에 주둔한 의병과 긴밀한 작전을 폈던 곳이다.
1905년 을사늑약과 1907년 군대해산등 조선이 굴욕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때 의병들의 저항은 특히 맹렬했고 광주와 나주의 경계였던 이 지역은 활발한 투쟁의 무대가 되었다. 대표적인 한말 의병장은 죽봉 김태원 (竹棒 金泰元)장군을 꼽을 수 있다. 김태원 장군이 이끈 의병부대는 주재소를 습격하고 일본군 토벌대와 교전을 벌이는 등 일본군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였다고 한다. 장군은 1908년 어등산 전투에서 전사하셨다. 서구 농성 교차로에는 장군을 기리는 동상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누구인지 잘 모르고 지나친다. 또한 1908년 4월 25일 서봉마을 뒷산 석굴, 토굴에서 격전 끝에 의병장을 비롯한 23명이 전사했고, 1909년 1월 10일에는 운수동 절골에서 조경환 의병장 이하 30여 명이 전사, 10여 명이 체포되고, 9월 26일 80여 명이 싸우다 10명이 전사하셨다. 이곳 복룡산과 어등산 지역의 의병활동은 그 후 광주학생독립운동,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정신적 기반을 이어왔다고 볼 수 있다.
복롱산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용곡동에 있다. 광주시농업기술센터의 바로 뒷산이며 꽃등이라는 지명을 지니고 있다. 별로 높지 않은 산이지만 문자 그대로 용이 엎드려 있다는 뜻이고 용은 농사를 관장하는 동물이기에 센터는 풍수지리학적으로 농업의 산실임에 틀림없다. 특히나 바로 센터가 자리한 곳을 꽃등이라 불리어 오고 있는 것은 고려 왕건과 견훤의 치열한 전투로 인하여 꽃 같은 청춘들이 많이 산화 했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농업과 관련하여 꽃 재배나 영농하기에 알맞다는 얘기인지 누구에게 물어보아도 언제부터인지 그 시기나 유래는 알 수가 없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꽃을 비롯한 농사짓기에 좋은 장소로 추정하고 싶다. 왜냐하면 2000년도에 느닷없이 허허벌판에 센터가 들어섰고 시설채소를 비롯해서 화훼농가의 소득 증대 및 사계절 꽃을 생산하여 도심 미관을 아름답게 하고 도시민의 정서 함양에 기여하고 있으니 광주 농업의 전당이 아닌가?
지나간 이야기이지만 농업기술센터를 신축할 때 당시 권강주(權康周) 소장님의 피나는 노력과 지역민들의 공이 컸는데 미래를 내다보시는 혜안(慧眼)에 감사할 뿐이다. 광주시농업기술센터는 지역농업 발전에 크게 이바지 하고 있는바, 농촌진흥청이 주최한 ‘2023년 스마트농업 테스트베드 경진대회’에서 데이터 활용분야 대상을 수상했다. 또 2008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빛고을농업대학은 지금까지 1030명의 전문농업경영인을 양성하는 등 전문 농업인 육성에 힘써온 결과 전국 농업인대학 운영기관 평가’에서도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냈다.
농업은 상대적 쇠퇴산업이다. 다른 산업처럼 발전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뒤진다는 얘기이다. 농촌 인구의 고령화와 경지면적 감소, 기상재해, 신종 가축질병 등 여러 가지가 취약해서 식량안보 및 지속적인 농업이 필요한 실정이다. 올해는 용의 기운을 받아서 우리 농업인들이 돈을 세며 웃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