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맹추위 녹인 ‘사랑의 연탄’… 섬마을 훈훈한 감동
전주연탄은행·밥상공동체
신안군 4가구에 1200장 전달
본보 에너지취약층 실태보도
남선연탄 “함께하겠다” 합류
군 “섬 취약지역 등 지원 모색”
2024년 01월 15일(월) 18:35
전주연탄은행과 밥상공동체, 남선연탄 직원들이 15일 신안 압해도 월포마을에서 에너지 취약계층 4가구에 연탄 1200장을 전달하고 있다. 정성현 기자
전주연탄은행이 신안 섬 지역 에너지 취약계층 <본보 12월28일 1면 보도>을 찾아 ‘사랑의 연탄’을 전달해 지역사회에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자체는 타 지역에서 온 봉사자들에 감사의 말을 전하며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 방안 등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전주연탄은행은 15일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기관인 ‘밥상공동체(대표 허기복)’와 함께 신안 압해도를 찾아 연탄 세대 4곳에 1200장(각 300장)의 연탄을 전달했다. 광주·전남지역은 현재 연탄은행이 없어 전북 전주연탄은행에서 연탄 나눔을 받고 있다.

봉사에는 두 기관에서 파견된 봉사단원 14명과 남선연탄 관계자 2명 등 16명이 함께 했다. 당초 남선연탄은 봉사 인원에 속해 있지 않았으나 봉사 직전 “함께 나르겠다”며 합류를 자청했다.

신안군에 따르면, 섬 지역에서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는 12곳이다. 대부분 △기초생활수급가구 △차상위가구 △고령독거가구 등 복지 소외계층이다. 이들은 산자부를 통해 매년 54만6000원의 ‘연탄쿠폰(카드)’을 지원 받는다. 이 금액은 한 장당 850원인 연탄을 고작 600여 장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일반 연탄가구 겨울철 평균 소모량이 800~1000장인 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물량이다.

그러나 연탄공장과 떨어져 있는 도서지역 특성상 연탄 봉사·운송 등에 애로사항이 많았다. 연탄을 주문하면 열흘이 넘게 걸리는 데다 운송비 등 추가금까지 가산돼 안 그래도 부족한 연탄 양이 더 쪼그라들었다. 연탄 나눔 봉사활동도 수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압해면 연탄 세대주 이복자(74) 할머니는 “1년에 연탄 400개로 살고 있다. 이는 다른 연탄 세대의 절반 수준”이라며 “연탄 봉사는 6년 전 부인회에서 줬던 연탄 50장이 전부다. 간만에 꽉 찬 연탄 창고를 보니 배가 부른 기분이다”고 웃었다.

전주연탄은행은 이날 찾지 못한 신안 도서지역 연탄 세대 8곳에 대해서도 남선연탄과 조율해 내주께 지원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윤국춘 전주연탄은행장은 “광주·전남에 연탄 봉사를 많이 왔지만 그간 ‘섬 지역’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 전남일보 보도가 없었다면 취약 실태를 알지 못했을 것”이라며 “먼 곳이었지만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한달음에 달려왔다. 연탄은행 존재 가치와 맞닿는 사안이었다. 이번 봉사를 통해 지역 내 에너지빈곤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봉사에 참여한 남선연탄 관계자는 “배송 등으로 신안을 자주 찾지만 봉사는 처음이라 새로웠다. 자주 뵙던 분들이 활짝 웃어보이니 기분 좋다”며 “아쉽게도 지역 연탄 생태계 상황이 좋지 않다. 이제는 지자체에서 이들을 위한 지원을 강화해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신안군은 지역 봉사단체와 함께 기름보일러 전환 등 섬 지역 연탄가구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문영윤 신안군 경제유통과장은 “에너지 취약 실태를 알려준 지역 언론과 봉사에 선뜻 나서준 연탄은행에 감사함을 전한다. 올해 유독 추운 연탄 환경에 이번 봉사는 한줄기 빛”이라며 “사양길을 걷고 있는 연탄시장과 가구 노령화 등으로 연탄 공급이 어려운 실정이다. 등유 보일러 교체 등 지원 방안을 찾겠다. 에너지 바우처를 활용하면 전환 후 큰 부담도 없다. 늦어도 1~2년 안으로 마무리 하겠다”고 약속했다.
글·사진=송민섭·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