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섬마을 찾아온 '까만 효자'에 주민들 함박웃음
●신안군 압해도 '사랑의 연탄나눔' 동행
효자'연탄 1200장 배달 마쳐
봉사자 땀뻘뻘 연탄전달 혼신
6년 전 끝으로 봉사 손길 끊겨
월포마을 주민들 얼굴 웃음꽃
효자'연탄 1200장 배달 마쳐
봉사자 땀뻘뻘 연탄전달 혼신
6년 전 끝으로 봉사 손길 끊겨
월포마을 주민들 얼굴 웃음꽃
2024년 01월 15일(월) 18:11 |
신안 압해읍 월포마을에 거주중인 주갑순(72) 할머니가 15일 전주연탄은행과 자원봉사자 10여명이 전달하는 연탄 1200장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정성현 기자 |
15일 신안군 압해읍 월포마을. 세찬 바닷바람이 불어닥쳐 적막감만 맴돌던 월포마을 골목길에 돌연 사람들의 목소리로 떠들썩 하다. 좁고 허름한 집들이 늘어선 이 곳에 이른 아침부터 남녀 10여명이 모여 들었다. 20대 청년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도 눈에 띈다. 이곳에 사는 어르신들의 월동 준비를 위해 찾아온 기부단체 ‘전주연탄은행’직원과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기관인 ‘밥상공동체(대표 허기복)’, 자원봉사자들이다.
연탄배달 봉사를 위해 연탄은행 직원들이 전주에서 신안군 압해도까지 찾아왔다. 배달할 연탄은 1200장. 4가구에 각각 300장씩 전달한다. 이곳은 한 가구당 겨울철 평균 500~600장 사용해 300장이면 두달을 버틸 수 있는 양이다.
연탄을 가득 실은 트럭이 마을 앞에 서자 봉사자들이 두꺼운 겉옷을 벗고 편한 운동복으로 갈아 입었다. 하얀 목장갑과 형형색색 팔토시를 낀 뒤 검은색 앞치마도 둘러맸다. 전남일보 취재진도 손을 보탰다. 목장갑을 끼고 앞치마를 두른채 연탄나르기에 직접 참여하며 온정을 나눴다.
트럭 앞에 일렬로 줄을 선 봉사자들은 “자~시작합시다”라는 구호에 일제히 연탄을 주고 받기 시작했다. 개당 3.65㎏인 연탄이 두개씩 쉴새없이 전달 돼 창고 한켠에 쌓여갔다. 봉사자들의 볼도 함께 빨개졌다. 영하를 밑도는 추위에도 어느새 봉사자들의 이마엔 땀방울이 맺혔다.
휑하던 창고는 어느덧 8층으로 켜켜이 쌓이며 정렬됐다. 봉사자들에게 연신 고맙다는 말하는 주갑순(72)할머니의 눈시울이 금새 붉어졌다. 주 할머니는 “이곳은 도심과 멀어 봉사자들도 안오는데 집까지 연탄을 날라다주니 고맙다”고 했다.
그는 가스보일러도 써보려 했는데 5년 전 고장난 뒤 수리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다시 연탄을 쓰고 있다고 했다. 주 할머니는 “연탄이 싸고 좋다. 보일러가 편하지만 가격이 부담스러워 고칠 엄두가 안난다”며 “따뜻하게 지내고 싶은데 ‘혼자살면서 유난떤다’고 할까봐 억지로 추위를 버텼다”고 말했다.
이어 ”군청과 연탄은행 덕에 남은 겨울은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되레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며 명함도 주더라. 이렇게 감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50년째 살고 있는 이복자(74)할머니도 연탄 기부 봉사가 6년만에 왔다며 미소를 보였다. 그는 “봉사단이 연탄을 날라주니 연탄을 때기도 전에 집안에 온기가 돈다”며 “연탄이 부족해 하루에 3장씩 땠다. 덕분에 남은 겨울은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겠다“고 웃었다.
10여년간 연탄봉사를 이어온 박봉호(65)씨는 “전주에서 아침 8시 출발했다. 전남은 완도와 통영에 봉사활동을 왔었는데 신안은 처음이다”며 ”몸은 피곤하지만 어르신들이 웃으며 감사하다고 말하니 피로가 사라진다. 보람도 느끼고 재미도 있어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년 전 재향군인회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해 이어오고 있다”며 “연탄과 밥차 등 후원과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나도 어려울 때가 있었다. 많은 사람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송민섭·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