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소울푸드 아카데미>"블록체인 기술 통해 자율적인 거버넌스 구현해야"
●제4기 전남일보 소울푸드 아카데미 제5강
한재선 카이스트 겸임교수
새로운 자율조직 'DAO' 제안
리더·이사회 없이 의사 결정
"투명한 공개·실행 가능해야"
2024년 01월 14일(일) 18:13
지난 11일 오후 광주 동구 라마다플라자 충장호텔에서 열린 제4기 전남일보 소울푸드 아카데미 제5강에 한재선 카이스트 겸직교수가 미래 거버넌스 실험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한재선 카이스트 겸직교수. 김양배 기자
“기업에도 전폭적인 지지와 도움을 주는 팬덤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해당 커뮤니티가 힘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조직구조가 필요합니다.”

제4기 전남일보 소울푸드 아카데미의 다섯 번째 강좌가 지난 11일 오후 광주 동구 라마다플라자 충장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한재선 카이스트 겸직교수가 강단에 올라 ‘미래 거버넌스 실험:커뮤니티, 이해관계자, DAO’라는 주제로 새로운 관점에서의 조직 운영에 대해 강연을 진행했다.

한 교수는 현재 카이스트 겸임 교수로 활동하기 전 넥스알(NexR) 창업자 및 최고 경영자, KT 클라우드 웨어 최고기술경영자, KT 넥스알 최고경영자, 퓨쳐플레이 공동창업자 및 CTO와 크라운드 X 대표 이사를 역임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 교수는 퓨쳐플레이 CTO로 활동하며 300여 곳의 기술 기반 스타트업 투자를 진행했으며 약 10조원에 달하는 투자 가치를 이끌어냈다.

그는 강연을 통해 블록체인 등 기술을 활용해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조직 운영과 탈중앙화된 새로운 자율조직인 ‘DAO’를 설명하고 기업은 이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의 강연은 ‘트리플에스’라는 한 걸그룹의 영상을 시청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트리플에스는 대표곡, 활동 인원 등 팬들이 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일명 ‘팬참여형 아이돌’이다.

그는 “보통 앨범 대표곡은 소속사에서 정하지만, 해당 아이돌의 경우 소속사에서 앨범이 나오기 전 8개의 짧은 분량의 곡을 팬들에게 선공개했다. 팬들은 투표를 통해 자신들이 좋아하는 곡을 선택한 것”이라며 “소속 아이돌이 전부 참여하는 것도 아니다. 활동할 인원도 팬들이 투표를 통해 정한다. 소속사는 팬들에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투표를 통한 아이돌 프로듀싱 시스템은 일본에서부터, 가깝게는 한국의 ‘프로듀스101’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행돼 왔다. 하지만 이러한 투표는 모두 조작 논란이 있어 왔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해당 아이돌 소속사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활용했으며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투명하고 조작 불가능한 팬 투표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투명한 투표를 하기 위해선 누가 팬인지 걸러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팬 거버넌스 즉 팬덤을 구축하기 위해선 진짜 팬에게 투표권을 줘야 한다”며 “이를 걸러내는 역할을 하는 게 포토카드 구매를 통한 투표권 획득 방식이다. 소속사는 팬들에게 3~5장이 들어가 있는 포토카드 한 팩을 판매한다. 판매된 포토카드는 ‘꼬모’라는 투표권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포토카드는 NFT 역할을, 투표권인 꼬모는 코인·토큰의 역할을 수행하며 판매된 포토카드 개수, 1인당 가지고 있는 꼬모 개수 등 모든 데이터는 다중 서버에 기록돼 있어 누구나 해당 데이터를 찾아볼 수 있고 해킹조차 불가능하다.

한 교수는 “해당 소속사의 전략은 아이돌이 활동하기 전에 포토카드를 먼저 팔아 활동 자금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또 팬들에게는 조작 불가능한 디지털 장부를 제공해 신뢰를 이끌어 소비에서만 끝나는 수동적인 팬 커뮤니티가 아닌 팬 거버넌스라는 진화된 형태의 팬덤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팬 커뮤니티 거버넌스 사례를 통해 블록체인은 신뢰를 구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써 역할하며 새로운 형태의 거버넌스를 조직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현재 대다수 한국의 ESG 경영은 E(환경), S(사회)에만 집중돼 있어 G(거버넌스, 지배구조)에는 신경을 못 쓰고 있다. 거버넌스를 폭넓게 해석하자면 조직의 목표를 추구하는 데 있어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를 수행하기 위한 체계다”며 “협력적이고 자율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선 앞선 사례처럼 블록체인을 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자율적인 거버넌스 구현으로 ‘DAO’라는 새로운 조직구조를 제안했다. DAO는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의 약자로 탈중앙화된 자율조직을 뜻하며 해당 조직은 리더나 이사회 없이 모두가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투표권으로서 거버넌스 토큰 보유가 필요하고, 이 모든 과정이 블록체인에 프로그램화돼 투명하게 공개 및 실행될 수 있어야 한다.

한 교수는 “DAO의 한 예로 일본 야마코시 마을이 있다. 마을의 고령화가 심각해 지역소멸 위기에서 탈피하고자 디지털 주민증을 판매했다. 마을의 문화유산인 잉어 그림을 NFT로 팔아 현재 인구의 약 2배 정도 되는 사람이 디지털 주민증을 구매했다”며 “이를 통해 모은 1억5000여만원을 마을 재건 자금으로 쓰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NFT 즉 디지털 주민증을 구매한 외부인들도 주민으로서 마을 재건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새로운 거버넌스를 형성해 타 지역인들이 애착심과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DAO는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자율적인 거버넌스를 실행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 구조인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기업의 주체는 경영자, 경영진 그리고 직원으로 더 넓게는 투자자들이었으며 고객은 주체가 아닌 기업이 설득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기업은 고객을 이해관계자로 바라보고 그들을 고려해야 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