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청렴도
김성수 논설위원
2024년 01월 09일(화) 12:33 |
김성수 논설위원 |
명종이 신하의 부고를 듣고 비를 하사한다. 그 비에는 한 글자도 쓰지 못하게 하고 다만 그 맑은 덕을 표시하기 위해 이름을 ‘백비(白碑)’라고 했다. 장성군 황룡면 금호리 호사(여절) 마을에 있는 조선중기 문신인 박수량(1491~1554)의 묘 앞에 세운 호패형 비석을 말한다. 조선시대 유일한 백비의 주인공인 박수량은 청백리로 통한다.
청백리는 재물에 대한 욕심이 없고 곧고 깨끗한 관리를 말한다. 박수량은 중종, 인종, 명종 등 3명의 임금을 섬기며, 삼정승 육판서 지위까지 올랐지만 초가삼간 조차 없었던 청렴한 선비로 기록돼 있다.
조선시대에는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방지하고 사회기풍을 진작하기 위한 장치인 청백리 제도가 있다. 청렴결백한 관리를 양성·장려할 목적으로 실시한 표창제도다.
조선 말기의 학자인 강효석이 편찬한 ‘전고대방’엔 조선왕조 500년사에 청백리는 단 218명 뿐이라고 기록됐다. 맹사성, 황희, 이황, 이항복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청백리는 조선 초·중기에 많이 배출됐지만 조선 후기에 이르러 노론의 일당 독재, 소수 가문이 권력을 행사하는 세도정치가 판을 치면서 청백리 제도는 유명무실해졌다. 순조(23대 왕·1800~1834) 이후 청백리에 오른 자는 없었다.
‘청백리 정신’은 시대를 막론하고 공직사회의 거울이다. 청백리 제도는 아니더라도 현재에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청렴도를 평가한다. 반부패 총괄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는 매년 공공기관·의회를 대상으로 종합 청렴도를 발표한다.
최근 발표된 2023년도 종합청렴도 결과에서 광주·전남 지자체간의 희비가 엇갈렸다. 보성군이 2년연속 1등급을 받았고 2등급도 다수였다. 청렴도가 저조했던 과거와 달리 크게 반등했다. 공공기관의 청렴도가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 만족할 만큼은 아니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저서 ‘목민심서’를 통해 ‘청렴은 공무원의 본무(本務)’라고 가르쳤다. 반부패·청렴 문화 정착은 공직사회가 가야할 방향이다. 청백리의 표상인 ‘제 2의 백비’가 현세에 꼭 세워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