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보조금·연구비는 쌈짓돈?’…광주 횡령 기승
장애인보조금 20억원 편취
지역혁신사업 보조금 횡령
부정수급자 1600여명 적발
적발 액수 전년比 500%↑
2023년 12월 27일(수) 17:46
광주경찰청.
국가보조금에 대한 관리가 허술한 탓에 광주지역에서 이를 노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27일 광주경찰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경찰은 장애인들을 위해 책정된 보조금 20억원 상당을 편취한 A씨(구속) 등 40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장애인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과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자신의 자녀 명의로 나오는 정부 돌봄 서비스 보조금을 빼돌렸다. ‘바우처 카드’로 단말기에 활동보조사 근무 시간을 입력하는 시스템을 악용해 빼돌린 것이다.

이들은 지난 2014년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10여년간 장애인에게 활동 보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도 한 것처럼 꾸며 한국사회보장정보원으로부터 총 20여억원 상당을 나눠 가졌다. 이중 11억원은 장애인 활동지원 급여 보조금으로 지급됐다.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장애인 가정을 방문해 활동보조, 방문목욕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활동지원사와 서비스를 제공받는 장애인은 각각 ‘바우처 카드’를 가지고 있는데, 급여 비용을 지급받으려면 활동지원사의 휴대용 단말기에 인식시킨 뒤 근무 시간을 입력한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은 이를 근거로 활동지원급여 비용을 산정해 활동지원기관에 비용을 송금하는데, 활동지원기관은 이 비용의 25%는 기관 운영 자금으로, 나머지 75%는 활동지원사에게 인건비로 지급한다.

A씨는 장애인 자녀를 둔 어머니였고, 기초단체가 지정한 장애인 활동지원기관 관리책임자 등과 함께 장애인 활동지원급여 비용을 나누기로 공모해 범행했다. A씨는 이렇게 편취한 금액을 강원도 카지노 등에서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지역 보조금 편취 범죄는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26일에는 유령직원 등록해 정부 보조금 30억을 빼돌린 광주 지역 자동차 부품 연구개발 업체 P사 대표 B(45)씨가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2019~2020년 기존 직원의 인건비를 부풀리거나 유령직원을 등록해 국방과학기술품질원과 산업기술품질평가원 등 3곳에서 정부보조금으로 지원받은 인건비를 빼돌렸다.

정부 지원을 받아 지역 거점사업단을 운영하며 30억대의 보조금을 가로챈 혐의로 전남대 교수 등도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3월까지 대학·기업·지자체(산·학·관)가 사업단으로 참여하는 ‘지역 혁신 플랫폼’ 사업 일환인 2개 연구 과제를 수행하면서 36억 원대 국고보조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광주뿐만이 아니다. 국가보조금 횡령은 전국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보조금관리법 위반으로 검거된 사범은 653명으로 2011년 453명에 비해 44.2%나 늘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지난 6월부터 국고보조금 부정수급에 대한 전국 특별단속을 추진한 결과 총 489건·1620명이 검거되고 24명이 구속됐다. 부정수급액은 총 1372억6000만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검거건수(31.0%), 검거인원(94.7%) 및 부정수급 적발액(492.9%)이 모두 증가했다.

전문가는 검증시스템을 지적한다. 김정규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연구자들이 전문적인 영역에서 부정을 저지르는 것은 국가적으로 쉽게 감지하기 어렵다”며 “건전하게 집행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역이용한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감사 담당자가 청렴하더라도 전문성이 갖춰지지 않으면 제대로 감사하기 어려운 구조가 있다”며 “인사이동을 반복적으로 하거나, 전문 영역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감사에 참여하도록 하는 등의 노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