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유행에 독감까지”… 트윈데믹 ‘비상’
독감 환자율 유행기준 약 3배
독감·코로나 함께 감염 위험↑
감염 환자들 “통증 너무 심해”
“백신 동시접종이 가장 효과적”
2023년 11월 01일(수) 17:51
최근 광주 한 병원에서 독감 백신을 맞기 위해 내원한 시민이 자신의 대기표를 보고 있다. 정성현 기자
“분명 코로나19 유행이 끝났다고 했는데 몸이 왜 이러지…”

직장인 정모(30)씨는 최근 갑작스러운 목 통증과 오한·고열 등으로 수일 동안 잠을 설쳤다. 처음에는 환절기 탓인 줄 알았으나, 쉽사리 가시지 않는 통증에 결국 인근 병원을 찾았다.

감기로 인해 내원했다는 정씨의 말에 해당 병원은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와 독감 검사를 안내했다. 요즘 재유행하는 코로나19·독감의 증상과 몹시 유사하다는 게 이유였다. 과거 한차례 코로나에 걸렸던 정씨는 ‘설마 또 걸렸겠어’라는 마음으로 검사를 진행했으나, 결과는 코로나19와 독감 모두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일교차가 큰 날씨가 이어지면서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이른바 ‘트윈데믹’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지역 병원에는 처방을 받기 위해 내원한 환자들과 백신 접종을 하기 위한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지자체·보건당국은 코로나19·독감 백신 동시 접종을 권고하고 나섰다.

지난달 30일 정오께 광주 동구 한 병원.

로비에 마련된 원무과 앞에는 접수 대기표를 뽑아 든 내원객들로 가득했다. 대부분 사람들의 얼굴엔 마스크가 씌어져 있었고, 병원 직원은 이들 각각에게 손 소독을 부탁했다. 곳곳에선 코를 훌쩍이는 소리와 마른기침 소리가 들렸고, 이따금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은 내원객들은 이들을 피해 자리를 옮기곤 했다. 연령층도 젊은 청년부터 노인까지 다양했다.

이날 코로나19·독감 처방약을 타러 온 이모(29)씨는 “예전보다 코로나에 대한 무서움이 많이 풀렸다. 처음에는 감기처럼 넘겨보려고 했으나 증상이 점차 심해져 결국 내원하게 됐다”며 “진료해 보니 코로나·독감 모두 감염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날이 추워지면서 재유행한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이렇게 순식간에 걸릴지는 몰랐다. 둘 다 감염돼 보니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걸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지난 30일 광주 동구 한 병원 로비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내원객들 모습. 정성현 기자
코로나19·독감에 감염되기 전, 미리 백신 접종을 하러 온 이들도 많았다.

김춘기(69)씨는 “주변에서 65세 이상은 예방 접종이 무료라고 해 얼른 맞으러 왔다. 와서 보니 뭐 이리 기침 소리가 많이 들리는지 괜스레 균이 옮길까 무서웠다”며 “코로나가 한창 성행하던 시기에도 단 한 번 걸린 적이 없었다. 아무래도 나이 든 사람들은 호흡기 질환에 걸리면 위험하니 스스로 더 신경 쓰는 것 같다. 오늘도 보면 접종자들이 대부분 노인이다”고 말했다.

해당 병원 내과의는 “(트윈데믹 환자가) 정말 많이 늘었다. 특히 올 독감의 경우 목 통증이 주요 증상인데, (코로나와 증상이 비슷해) 많은 이들이 동시 감염인지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며 “코로나와 독감이 동시 감염되면 인공호흡기 치료를 해야 하는 중증 감염 위험도가 2배 이상 증가한다. 특히 요즘에는 젊은 층에서 백신을 잘 맞지 않는 추세다 보니, 고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독감 판정을 받았다면 돈이 조금 더 들더라도 꼭 코로나 검사를 함께 진행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질병관리청의 통계를 보면, 올해 독감 감염자 증가량은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5~21일 독감 의사환자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18.8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행기준(6.5명)의 약 2.9배에 달한다.

독감 의사환자분율은 38도 이상 갑작스러운 발열·기침 또는 인후통을 보이는 환자 1000명당 독감 환자 수를 의미한다.

지자체와 보건당국은 트윈데믹을 우려할 상황이 됐다며, 예방 접종·개인 방역 등에 더욱 적극적인 대처를 당부했다.

전남도 보건 관계자는 “올겨울 트윈데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며 “국내외 연구 결과, 코로나19와 독감 동시 접종의 효과·안전성이 확인됐다. 고위험군에서는 여전히 코로나19 치명률이 높은 만큼 (트윈데믹) 유행에 충분한 대비를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고승영 강진의료원 내과전문의는 “백신을 맞으면 질병에 걸리더라도 가볍게 앓을 수 있다. 특히 동시 감염 시 중증화 위험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을 동시 접종하는 것”이라며 “과거에 코로나·독감에 걸렸더라도 재감염 예방을 위해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마스크 착용·손 씻기 등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한다면 트윈데믹 위험에서도 상당부분 안전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광주 한 병원에 붙어있는 독감 예방접종 안내문. 정성현 기자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