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밤이 괴로워… 가을모기 '기승'
여름 폭우… 따뜻한 가을 영향
싸늘한 아침·저녁에 실내 유입
여름 못지않게 모기약 등 '불티'
싸늘한 아침·저녁에 실내 유입
여름 못지않게 모기약 등 '불티'
2023년 10월 18일(수) 18:42 |
18일 광주 동구 충장동의 한 생활품 가게에서 진열된 모기퇴치제품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다. 김혜인 기자 |
A씨는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말은 정말 옛말이 된 것 같다”며 “아직도 햇살이 따가운 한낮 기온때문에 모기가 활개치는 모양이다”고 불평했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이 찾아왔지만 여전히 ‘모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여름 광주·전남 지역에 내린 폭우와 더불어 평년보다 높았던 가을 기온 때문에 아직까지도 사람들이 모기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18일 오후 2시께 광주 동구 충장동 일대 약국, 편의점 등에 문의한 결과 10월임에도 모기퇴치약이나 관련 제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었다.
실제로 광주 동구의 한 생활품 가게의 경우 전자모기향 재고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곧 가게를 방문한 한 손님이 직원에게 모기향이 어디있냐고 물어보며 제품을 집어들기도 했다.
송모(29)씨는 “잠을 자던 중 모기가 집안으로 들어왔던건지 발이 너무 간지러워서 새벽중에 편의점을 찾았다. 모기약이나 모기향을 사려고 갔는데 다 팔리고 없다길래 결국 캠핑장에서 쓰는 모기향을 구매했다”며 “추워지니까 모기가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많이 활동하더라”고 말했다.
광주 동구 충장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B씨는 “올해 모기약을 찾는 사람이 많아 어제까지만 해도 모기약 제품들을 메인 매대에 진열해뒀다. 가을이 됐지만 여름 못지 않게 사람들이 모기퇴치 제품이나 약을 많이 사간다”고 설명했다.
통계상으로도 올해 모기 개체 수는 폭증했다.
광주·전남 보건환경연구원이 매달 실시하는 모기채집 통계에 따르면 광주에서는 △2021년 9월 290마리 △2022년 9월 80마리 △2023년 9월 287마리로 올해 급증한 것을 확인할수 있다.
전남 역시 △2021년 9월 8012마리 △2022년 9월 5451마리 △2023년 9월 9138마리로 증가한 상황이다.
이는 물이 고여있는 곳에서 알을 낳고 부화하는 모기의 습성상 가뭄이 심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 여름 장마와 잇단 폭우로 인해 모기개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한 여름이 지나갔지만 늦더위가 지속된 탓에 모기들의 활동시기가 가을까지 확장된 것으로 보인다.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광주·전남 지역의 평균기온은 23.9도로 평년보다 1.9도 높았다. 이는 기상청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래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9월 평균기온 1위는 24도를 기록했던 1975년이다.
일부 지역은 9월 일평균기온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진도군 26.9도로 역대 1위, 강진군은 27.2도로 역대 2위를 나타냈다. 기상청은 9월 상순 강한 햇볕과 중·하순 따뜻한 바람이 고온의 원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름만큼이나 가을에도 모기가 왕성하게 활동한다는 점을 설명하며 철저한 방역을 당부했다.
한연수 전남대 응용생물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모기가 많아진다고 생각하지만 30도가 넘어가는 극한의 더위에서는 모기도 활동하기 어려워한다. 모기가 가장 활동하기 좋은 온도는 25~27도 수준이다. 여름이 끝나고 점차 서늘해지는 가을 기온이 모기가 좋아하는 온도와 맞물려 가을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며 “또한 기온이 뚝 떨어지는 아침이나 저녁에는 냄새나 온도에 민감한 모기의 습성에 따라 숙주가 모여드는 실내로 곧잘 유입된다. 그래서 가을에도 모기가 많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 모기는 일본뇌염, 뎅기열 등 각종 전염병을 퍼뜨릴 수 있기 때문에 관계기관에서는 가을까지도 방역에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