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 안전과 건강위해 명절 반납했죠”
●긴 연휴, 지역 안전 지킨 사람들
광주경찰특공대, 공항 위력순찰
무장상태로 주의 깊게 살펴보기도
영광 보건기관 4곳 의료공백 해소
고열 난 부모님·외지인 등 진료
광주경찰특공대, 공항 위력순찰
무장상태로 주의 깊게 살펴보기도
영광 보건기관 4곳 의료공백 해소
고열 난 부모님·외지인 등 진료
2023년 10월 03일(화) 18:09 |
명절 황금연휴인 지난달 29일 광주경찰특공대가 광주 광산구 광주공항에서 무장상태로 순찰을 돌고 있다. 김혜인 기자 |
추석과 임시공휴일, 개천절까지 합해 총 6일간의 황금연휴를 맞이했지만 달콤한 장기 휴식을 반납하고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이들이 있다. 각종 비상사태에 대비해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은 이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광주·전남의 추석은 더욱 더 풍성하고 푸근할 수 있었다.
●각종 범죄로부터 안전 사수
추석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전 10시께 광주경찰특공대가 광주공항 안을 살폈다. 광주경찰은 지난 8월 전국적으로 이상동기 범죄사건이 들끓자 긴 연휴기간에도 공백 없는 치안활동을 펼치기 위해 여행객들로 붐비는 공항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특공대를 투입해 순찰활동을 펼쳤다.
이날 3인1조로 구성된 순찰팀은 완전 무장한채로 공항 내부를 돌면서 시민들의 행색이나 소지품을 주의깊게 들여다봤다. 한창 발걸음을 재촉하던 시민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아내와 제주도행 비행기를 타려는 김모(45)씨는 “갑자기 무장한 경찰들이 다가오니까 순간 놀랐다”며 “흉기난동이나 테러 등 범죄예방을 위한 순찰이겠거니 생각했지만 막상 직접 두 눈으로 보니 위압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실제 광주경찰특공대는 테이저건, 3단봉, 총기와 실탄 등을 구비한 무장상태로 순찰활동에 나섰다. 위력순찰이라 불리는 이러한 활동은 무장상태를 과시하면서 잠재적 범죄 가능성을 낮추고 시민들에게는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다만 아직 시민들 사이에서는 익숙치 않은 탓에 온 시선이 순찰팀에게 집중된 가운데 무슨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당황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공항에서 비행기 시간을 기다리던 박옥정(71)씨는 “경찰이 막 오길래 무슨 사건이라도 터졌나해서 주변에 물어봤다”며 “요즘 세상이 흉흉해서인지 무섭게도 단속을 하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공항에서는 별다른 의심사례가 발견되지 않았으나 평소 순찰 시에는 탐지견까지 동행하며 숨겨진 폭발물을 찾아내거나 수상한 물체에 대해 불심검문을 진행한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이날 현장을 책임진 김세헌 광주경찰특공대 경사는 “인상착의를 유심히 들여다보다보니 시민분들이 의아해하면서도 곧바로 순찰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협조해주신다”며 “시민들이 가족들과 즐겁고 안전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명절 황금 연휴인 지난달 28일 찾은 영광군 영광기독병원에는 진료를 위해 내원한 환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정성현 기자 |
“명절을 앞두고 약 타러 왔어요. 평일에는 도저히 시간이 안 돼 못 왔는데 이렇게 쉬는 날에도 진료를 보니 너무 좋네요.”
지난달 28일 영광기독병원에서 만난 양석철(67)씨는 이곳저곳에서 부르는 자신의 이름에 정신없이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그는 자영업을 하는 영광군민으로 이날 평소 미뤘던 건강검진과 혈압약 등을 타기 위해 병원에 내원했다. 잠시 인터뷰를 진행하는 와중에도 검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담당 과로 향했던 그는 “아휴, 그동안 이렇게 몸을 신경 못 쓰고 살았네요. 할 게 너무 많아요”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아침 일찍 나와 그동안 미뤄왔던 물리치료 등을 받은 수험생도 있었다.
조채은(19)양은 “8시부터 나왔다. 다른 병원이 다 휴무인 탓에 집에서 조금 멀지만, 아버지 차를 타고 일찍이 왔다. 최근 디스크로 허리가 너무 아팠는데 진료를 받아서 다행이다”며 “학교·학원 등으로 평일에 병원에서 오랜 시간 있기 힘들다. 다른 빨간 날(휴무)에도 오늘처럼 진료를 봤으면 좋겠다. 오늘 병원을 찾은 많은 사람이 대부분 같은 생각이지 않을까”라고 소회를 밝혔다.
3일 영광군에 따르면, 영광기독병원·영광종합병원 두 곳은 명절 연휴 기간 9월 28일과 10월 2일 두 차례 오전 진료를 진행했다. 진료가 진행되지 않는 기간에는 응급실이 24시 개방됐다. 취재진이 찾았던 28일 오전 진료에는 약 5시간 동안 191명이 병원을 찾았다.
손신아 영광기독병원 간호감독은 “오전 진료·24시응급실 개방 등은 모두 지역 의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서 추진된 것”이라며 “비상근무를 한 의료진 모두 휴일을 반납한 채 사명감 하나로 출근했다. 공공시설로서 지역민들을 위해 의료·편의 등을 제공하게 돼 뿌듯하다”고 전했다.
영광 지역 보건소·보건지소·보건진료소(2곳) 등 4곳은 연휴기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6명의 당직 근무자가 비상 진료를 진행했다.
추석 당일 오후 2시께 찾은 영광군보건소. 한 가족이 심각한 표정으로 진료를 받고 있었다. 아침 차례까지도 멀쩡했던 아버지 성모(77)씨가 갑자기 열이 40도까지 오르고 오한·어지럼증을 호소한 것이다. 가족들은 병원을 찾다가 황급히 보건소로 달려왔다. 타지에서 온 가족들은 갑작스럽게 내원해야 하는 상황에 발을 동동 굴렀지만, 영광군의 안내로 늦지 않게 보건소를 방문할 수 있었다.
아들 성모(43)씨는 “경기도 부천에서 부모님을 뵈러 왔다. 식사하고 잠시 쉬고 있는 사이에 아버지가 고열 등으로 너무 힘들어해 급히 병원을 수소문했다. 대부분 문을 닫아 걱정하던 찰나에 영광서 보건소가 운영한다길래 바로 달려왔다”며 “다행히 큰일은 아니라고 한다. 진료를 받으니 안심된다. 연휴 기간임에도 쉼 없이 고생해 주는 의료기관에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날 당직 근무를 선 신중하 공중보건의는 “쉬는 날이지만 의료 공백을 없애기 위해 나왔다.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기에 불만은 없다. 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또 근무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점기 영광군보건소장은 “지역 내 의료기관에서 응급 근무를 서지만, 어린이·어르신 등은 대부분 보건소를 많이 찾는다. 약값이 무료라는 점에서 이점도 있다”며 “특히 외지인들이 많이 찾는 명절 연휴에는 지역 보건소의 역할이 중요하다. 접근성이 편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지역민들을 위해 질병·재난사고 등에 신속 대응하는 지역 보건기관이 되겠다”고 전했다.
김혜인·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