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의 한국 롤드컵, 광주서도 즐기고 싶어요”
내달 e스포츠 축제 롤드컵 개최
광주, 예선·본선 유치 신청 탈락
지역 출신 ‘딜라이트’·‘오너’ 출전
후배들 “지역서 응원하고 싶어“
광주시 “뷰잉파티 가능여부 등 논의”
2023년 09월 05일(화) 18:53
지난 2018년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육관에서 진행된 롤드컵 4강전 전경. 라이엇게임즈 제공
전 세계 e스포츠인들의 축제 ‘롤드컵(리그오브레전드+월드컵)’이 5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된다.

특히 올해 롤드컵에는 광주·전남 출신 선수들이 출전해 지역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그러나 정작 광주에서는 단 한 경기도 열리지 못하는 실정에 많은 시민들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5일 리그오브레전드를 개발·서비스하는 라이엇게임즈에 따르면, ‘2023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 오는 10월 한국에서 개최된다. 예선전은 내달 10일 서울에서 시작된다. 이어 부산에서 8강과 4강을 진행, 결승전은 11월19일 다시 서울로 돌아와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다. 올해 롤드컵은 세계 지역별 리그와 선발전을 통해 진출권(시드)을 따낸 22개 팀이 참가한다.

롤드컵은 시청자 수 기준 세계 최대 e스포츠 대회로 2011년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한국 팀 T1 대 DRX의 대결로 치러진 ‘2022 롤드컵 결승전’에는 전 세계 514만 명(중국 제외)이 동시 시청했다. 출전팀에게 주어지는 상금 규모도 222만 5000달러(약 32억원)에 달한다.

롤드컵이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2014년과 2018년에 이어 세 번째다. 최근 치러진 2018년에는 4강전이 광주여자대학교 유니버시아드 체육관에서 진행됐다. 당시 8강은 부산 벡스코, 결승은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렸다.

광주는 지난해 말부터 2023 롤드컵 경기 유치에 적극 나섰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e스포츠를 ‘꿀잼도시 대표 상품’으로 천명한 만큼, 대회 유치에 대한 의지가 컸다. 그러나 교통·인프라 등 복합적인 이유로 개최지 선정에서 최종 탈락했다.
최근 T1 오너(문현준) 선수가 자신의 모교인 동신고등학교를 찾아 재학 당시 담당 교사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유지씨 제공
e스포츠에 관심 있는 팬들은 “응원하는 팀을 꼭 광주에서 보고 싶었는데 몹시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올해 롤드컵에는 광주·전남 지역 출신들도 출전해 아쉬움을 키웠다.

한국은 △젠지 △T1 △KT롤스터 △디플러스기아 등 총 4개의 구단이 세계대회에 출전한다. 이 가운데 젠지 딜라이트(유환중·목포중앙고)와 T1 오너(문현준·광주동신고) 선수가 지역 출신이다. 이들이 속한 구단은 올해 열린 리그오브레전드 한국 리그(LCK)에서 각각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했다. 또 두 선수 모두 지난 5월 광주와 업무 협약을 맺은 e스포츠 매니지먼트사 '쉐도우 코퍼레이션' 소속이다.

지난 2018년 광주여자대학교에서 열린 롤드컵 현장에 있었다는 시민 문한얼(29)씨는 "짜릿했던 그날의 순간이 생생하다. 다시 한번 그때의 감정을 느끼고 싶었는데 아쉽다”며 “특히 오너 선수의 경우 광주 북구 출신으로 팬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지역민으로서 더 애틋한 마음이 있다. 고향민이 출전한 만큼, 월드컵처럼 시민들이 함께 모여 현장에서 응원할 방법이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모교 후배들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오너 선수의 모교에서 만난 이모(19)군은 “입학한 해에 선배가 자퇴했다. 1·2학년 학생들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 학년에서는 (오너 선수가) 전설적인 존재”라며 “이번에 광주에서 경기가 열리지 않아 속상하다. 고등학생들은 수능·내신 준비 등으로 타지까지 응원가는 게 힘들다. 선배가 결승에 간다면 학교 차원에서라도 ‘응원데이’같은 걸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과거 오너 선수를 지도한 박유지 동신여고(당시 동신고) 교사는 “현준이가 졸업 몇 달을 남기고 프로게이머 준비를 위해 자퇴했다. 정말 근면·성실한 학생이었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는데, 이렇게 잘된 모습을 보니 몹시 뿌듯하다”며 “이번에 세계 유명 e스포츠 대회에 출전한다고 들었다. 묵묵히 자기 할 일을 잘하는 친구니 스스로를 믿고 대회를 잘 치렀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딜라이트 유환중·오너 문현준 선수가 다녔던 목포중앙고와 광주동신고는 따로 응원 계획 등을 추진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시는 e스포츠경기장 등을 활용해 시민들의 아쉬움을 달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전했다.

광주시 문화산업과 관계자는 “광주에는 e스포츠경기장이라는 훌륭한 인프라가 있다. 이를 활용한다면 ‘뷰잉파티(대회 경기 생중계)’등도 진행될 만하다”며 “중요한 건 저작권 문제다. 방영 여부·경기장 일정 등을 확인해 보겠다. 한국에서 대회가 열리는 만큼,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지역민들이 함께 모여 응원한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민수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게임팀장은 “롤드컵 결승전 기간에 부산 지스타가 개최돼 현재 경기장 일정은 비어있는 상태”라며 “만약 광주시에서 관련 응원 사업을 진행한다면 (진흥원도) 일정 등을 최대한 조율·논의해 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