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재활용 제품 인기… ‘가치소비’ 열풍 분다
광주 제로웨이스트 가게 잇따라
빈 용기 재사용 리필스테이션 확산
샴푸·세제 등 리필 상품 42% 저렴
비건탐식단, 비건식당 발굴 ‘눈길’
2023년 08월 09일(수) 17:19
9일 찾은 광주 동구 장동의 제로웨이스트 가게인 ‘오션클라우드’에서 바디워시 등 내용물을 재활용 공병에 담아갈 수 있는 리필스테이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요즘은 물건을 살 때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고르게 되는 것 같아요.”

9일 광주 동구에 위치한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가게인 ‘오션클라우드’.

친구와 함께 찻잎 리필을 구매하려 방문했다는 김유진(22)씨는 원래 목적을 잊은 채 가게에 진열된 제품을 구경하기에 바빴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머그잔부터 플라스틱이 아닌 대나무 칫솔, 빨대 등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김씨에게 딱 맞는 상품이 많아서다.

김씨는 “물건 하나를 사도 이제는 환경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며 “그동안 광주에는 제로 웨이스트 가게가 없었는데 최근 들어 점점 많아지고 있어 뿌듯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 등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환경보호를 위한 ‘가치소비’ 열풍이 불고 있다.

가치소비란 제품을 구매할 때 가격, 품질 외에 환경보호나 동물실험 유무를 확인하는 등 자신의 신념에 따라 구매하는 소비 성향을 뜻한다.

광주에서도 최근 들어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상품을 판매하는 ‘제로 웨이스트’ 가게,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파는 ‘비건’ 식당 등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 가게는 말 그대로 폐기물 등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재활용이 가능한 다회용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또 포장 용기 없이 세제와 화장품 등의 내용물만 판매하는 ‘리필스테이션’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선 다 사용한 샴푸 통, 파스타 소스 유리병 등 공병에 제품을 담아갈 수 있다.

세제를 새로 구매하지 않고 리필스테이션을 찾는다는 이가원(24)씨는 “자취를 하면서 세제 같은 생필품을 사용한 뒤 빈 용기를 버릴 때마다 죄책감이 들었다”며 “플라스틱 통을 잘 세척해 세제를 담아가면 환경보호에도 일조하고 가격 면에서도 저렴해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샴푸나 바디워시 등 포장용기 없이 내용물만 구매할 수 있는 리필스테이션 상품이 동일 일반 상품 가격 대비 41.8% 더 싼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샴푸의 경우 리필스테이션 평균 가격은 100g당 2875원으로 일반 상품보다 최대 64% 저렴하다.

제로 웨이스트 가게를 운영중인 김다인 오션클라우드 대표는 “젊은 층이 많이 찾는 동구지역에 가게를 오픈하니 다들 반겨주셨다”며 “환경보호나 가치소비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이곳을 필수 데이트 코스로 여겨 방문하거나 생필품을 저렴하게 구매하려고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비건 식당을 찾아 함께 공유하는 시민모임도 생겨났다.

재작년 ‘비건불모지인 광주를 비건비옥지로’라는 슬로건을 내건 ‘비건탐식단’이 활동을 시작했다. 비건탐식단은 광주지역에서 비건 요리가 가능한 식당을 발굴해 이를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등 비건식당 지도를 만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박해정 비건탐식단 담당자는 “현재 비건식이 가능한 식당 64곳을 찾아냈다. 앞으로 동물권 보호를 위한 비건 식당 발굴은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며 “많은 시민이 저희가 발굴한 비건 식당을 찾아 방문 인증을 해주실 때 너무 감사하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9일 찾은 광주 동구 장동 오션클라우드에서는 환경보호를 위한 공병 기부를 받고 있다.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