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지발위 시리즈>고온에 유약 발라 생산…강도 강하고 위생적
●남도도자, 엑스로로 미래를 빚자
④‘고화도 시유도기’ 발원지 영암
8~9세기 첨단기술 구림도기 제작
영암도기박물관, 전통 문화 계승
“‘전통 도자의 뿌리’ 우수성 홍보”
④‘고화도 시유도기’ 발원지 영암
8~9세기 첨단기술 구림도기 제작
영암도기박물관, 전통 문화 계승
“‘전통 도자의 뿌리’ 우수성 홍보”
2023년 08월 03일(목) 18:22 |
구림도기 대표 유물인 사각편병. 국립광주박물관 제공 |
구림도기 대표 유물인 사각편병. 국립광주박물관 제공 |
구림도기 대표 유물인 호. 국립광주박물관 제공 |
구림도기 대표 유물인 병. 국립광주박물관 제공 |
구림도기 대표 유물인 편구병. 국립광주박물관 제공 |
구림도기는 한국 최초 고화도 유약도기 생산지인 구림도기 가마터(사적338호)에서 출토돼 관심을 받았다.
영암군은 구림도기 가마터가 자리한 구림마을 영암도기박물관에서 구림도기의 역사성·예술성을 알리며, 도기 문화를 전시·연구·교육하고 있다.
● 시유도기 문화의 ‘원류’
구림도기 가마터(구림리 도기요지)는 1㎞에 걸쳐 20여기의 가마가 모인 대규모 도기제작장으로 국가사적 338호로 지정됐다.
이곳에서 출토된 구림도기는 통일신라시대인 8~9세기께 우리나라 최초로 높은 온도의 유약을 입힌 시유도기다. 구림도기 제작 기술은 당시 최첨단 기술로 평가받는다.
구림도기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1200도가 넘는 높은 온도에서 유약을 입혀 번조(燔造)한 도기다. 청자, 분청자, 백자 등 도기에서 자기 문화로 이행하는 첫걸음이자 고려 녹갈유, 흑갈유에 이어 조선 옹기로 이어지는 시유도기 문화의 ‘원류’라고 볼 수 있다.
고화도 시유도기의 등장은 도기 제작 기술력의 발전상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가마축조기술과 고온의 불을 다루는 기술, 유약 원료 특성을 바탕으로 인공유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시유도기는 유약을 입히지 않은 도기보다 강도가 강하고 위생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흡수율도 낮아 수분이 있는 음식 저장·발효 등에서 탁월한 기능을 뽐낸다.
시유기술로 품질이 개선된 덕에 도기가 일상에서 폭넓게 쓰이게 되는 계기가 됐다.
국내 최초 고화도 시유도기는 무유도기의 한계를 뛰어넘고, 국내 도자기 역사 전개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다.
● ‘구림도기 계승’ 영암도기박물관
영암도기박물관은 월출산 주지봉 아래 한국 전통 문화 유산이 살아 숨 쉬는 ‘구림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구림마을은 서남해로 흐르는 영산강을 따라 일찍부터 바닷길이 열려 우수한 청동기·철기 문화가 유입됐고, 고대 중국·일본 교역을 통해 국제적인 선진문화가 남아있는 마을이다.
지리적·역사적 환경 속에 남아있는 구림마을 내 구림도기 가마터는 1986년과 1996년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이 두차례에 걸쳐 발굴했다.
영암군은 폐교한 구림중학교를 매입해 한국 도기의 역사성·예술성을 개발·전승·연구·교육하기 위해 ‘영암도기박물관’으로 조성했다.
박물관은 구림도기 가마터를 역사 교육 현장으로 보존·활용하고 여러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구림도기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통일신라시대에 대량으로 생산된 구림도기와 옹관 등 영암 도자 유물도 상설 전시하고 있다. 또 박물관이 운영하는 도기 공방에서 영암 도기를 생산·판매하면서 영암 대표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3년 동안 박물관 방문객은 2021년 1만5263명, 2022년 2만9231명, 올해 2만276명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휴관과 관람객 감소가 있었지만, 올해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박물관의 대표 유물은 흑갈유와 녹갈유가 입혀진 ‘광구편병’과 ‘사각병’이다. 광구병은 쟁반형의 구연부와 납작하거나 사각의 몸통 형태를 보인다. 해상 활동이 활발했던 통일신라시대 상황을 반영하는 유물로 배와 같은 좁은 공간에서 적재 효율을 고려해 변형된 것으로 추정된다. 함께 출토된 연질도기는 주로 취사용기로 대부분 부장용기와 구별되는 일상생활 용기다. 구림도기가 여러 방면에서 활용된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영암 도기 알리는 교육·체험
박물관은 구림도기를 알리기 위해 전시뿐만 아니라 교육·체험·전통계승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영암 황토를 활용한 손빚기 체험은 특히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 밖에도 초벌된 도자기에 도자 물감을 이용해 그림 등을 그릴 수 있는 핸드페인팅 체험, 손바닥 찍기 등 액자 만들기 체험 등이 있다. 박물관은 해당 체험들이 도자기를 굽는 과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수십일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당일 도자를 바로 가져갈 수 있는 체험을 준비 중이다.
‘생활 도예 교실’은 12주간 도자기를 빚어보고 체험하는 ‘초보반’이다. 상반기에 20명이 참여했고 하반기 수강생도 20명 내외로 이달 중 모집할 계획이다. 기초과정 수강 후 지속적인 체험을 원할 경우 도예 동아리에 참여할 수 있다. 도예 동아리는 지난 2월부터 오는 11월까지 운영되며, 현재 26명이 참여하고 있다. 도예 교실과 동아리는 영암군민 대상으로만 운영한다.
박물관은 체험 외에도 전시와 연계한 작가 강의, 소외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박물관 교육 등 영암 도기를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전통 계승을 위해선 영암 황토를 이용한 문화 상품을 제작·판매해 영암 도기 문화를 보존·전파하고 있다.
영암도기박물관 관계자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스마트 박물관 구축 지원 사업 공모에 선정돼 총사업비 200만원을 확보했다”며 “아카이브를 구축해 홈페이지 등에서도 영암 도자 ‘관람’이 가능한 만큼 도자의 ‘뿌리’가 높게 평가되도록, 영암 도기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황지·김해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