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9860원… “장사 접어야” vs “생계비 빠듯”
고용주·노동자 입장차 확연
자영업자, 인상 결정에 한숨만
노동자 “물가를 못 따라간 월급”
자영업자, 인상 결정에 한숨만
노동자 “물가를 못 따라간 월급”
2023년 07월 19일(수) 17:54 |
지난 18일 광주 북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시민이 창업·취업 안내문들을 살펴보고 있다. 송민섭 기자 |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19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15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9860원으로 결정했다. 이를 월급(월 209시간 노동)으로 환산하면 206만740원이다. 올해(201만580원)보다 5만160원을 더 받게 된다.
지난 2019년부터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10.9%→2.87%→1.5%→5.05%→5.0%였다. 올해 상승률(2.5%)은 1988년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이래 2021년 1.5%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이른 아침 최저임금 결정안을 확인한 시민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조선대학교 인근 카페에서 일하는 김준형(22)씨는 “최근 물가가 많이 올라서 생활비도 더 많이 나가고 있다. 학비도 스스로 벌어서 충당하고 있는데, 걱정이 많다”며 “사실상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임금은 떨어진 거나 마찬가지다. 말이 2.5% 올랐지 겨우 240원이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추산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3.5%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추산 물가상승률은 3.4%·기획재정부 추산 물가상승률은 3.3%로 실제 최저임금 상승률보다 물가상승률이 더 높다.
동구에서 편의점 알바를 하는 고모(29)씨는 “택시비, 버스비, 가스, 전기 등 다 대폭 올랐는데, 최저임금만 눈곱만큼 올랐다”며 “교통비까지 올랐는데 적어도 그만큼은 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 관계자는 “역대 최저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률이다. 물가 상승률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월급 빼고 다 올랐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19일 광주 동구 한 프렌차이즈 카페가 영업난을 이기지 못하고 무기한 임시 휴업에 돌입했다. 정성현 기자 |
동구 학동의 카페 매니저 천모(43)씨는 “시급 1만원이 넘고 안 넘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달마다 나가는 정기 지출금이 기존보다 많아진다는 점 자체가 업장 입장에서는 부담이다”며 “근로자들은 물가가 올랐기 때문에 최저임금도 그에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물가가 오를 때 가장 직격탄을 맞는 건 업주들이다. 여기에 인건비까지 주면 정말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코로나19를 버티니 물가 상승이라는 큰 벽에 부딪혔다.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알바생을 줄이고 단축 영업까지 진행했지만,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결국 이달 8일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며 “최저임금 인상은 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 현실에 맞춰 적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한 달에 인건비 몇만 원 늘어난 게 대수롭지 않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게 쌓인다 생각하면 절대 무시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승재 양동복개상가 상인회장은 “자영업자들은 알바생들을 한두 명씩 고용하는 경우가 많으니 더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일상으로 복귀해야 하는데 자꾸 이런 안 좋은 악재들이 생겨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에는 소비심리가 잠겨 코로나 시절보다 더 장사가 안된다. 손님들 지갑을 여는 게 당장 관건인데, 이 와중에 인건비까지 오르니 답답할 노릇이다”고 밝혔다.
송민섭·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