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트 사망’ 한국건설, 한달 만에 유족에 공식사과
“재발방지대책 등 마련·산재 합의”
유족 동반 추모제 이번주 계획 중
유족 “시위 중단, 늦은사과 아쉬워”
유족 동반 추모제 이번주 계획 중
유족 “시위 중단, 늦은사과 아쉬워”
2023년 07월 17일(월) 17:55 |
지난 6일 한국건설 리프트 깔림 사망사고 유족들이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건설의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
이에 유족들은 사과를 받아들이고 본사 앞 1인 피켓시위 등을 중단키로 했지만, 건설사의 한 박자 ‘늦은’ 사과에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기자회견·1인시위…고통의 한 달
17일 광주 남구, 한국건설 등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남구 봉선동 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서 마채진씨가 자동화설비 작업을 하다 원인불명의 리프트 추락으로 숨졌다.
원청인 한국건설 측은 사고 당일 장례식장에 나타나 유족 측에 ‘장례비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담당자가 연락이 두절되고 별도의 사과도 하지 않으면서 유족들은 긴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이후 유족들은 민주노총, 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 등 지역 노동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한국건설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하고 사과 및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지난 6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었다.
지난 10일부터는 북구 중흥동에 위치한 한국건설 본사 앞에서 매일 출근시간과 점심시간 1인 피켓시위를 통해 경영진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그럼에도 한국건설이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유족들의 속은 타들어만 갔다. 참다못한 유족들은 지난 13일 오전 피켓시위 도중 한국건설 본사에 직접 방문해 해당 사태에 대해 거듭 항의했고, 그제야 한국건설은 이튿날 오후 유족과 사장과의 면담을 진행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유족 대리인 박영민 노무사는 “유족들은 사고 이후 한국건설과 협력업체들의 사과를 기다렸으나 누구도 책임 있는 자세와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유족들이 1인시위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며 “유족들이 바라는 것은 책임자들의 진정한 사과와 책임 있는 태도였다. 시민사회단체와 많은 단체들의 응원과 격려로 유족들이 용기를 낼 수 있었고, 드디어 책임자들의 사과를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사과문 게시·재발방지 약속
면담에서 한국건설 사장 및 임원진은 유족에게 공식적으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36일 만이다.
한국건설은 유족과 협의를 거쳐 조만간 공식 홈페이지 및 사업장, 공사현장 등에 사과문을 게시하기로 했다.
또 이들은 책임 있는 사과의 방식으로 재발방지대책 수립 등 여러 가지 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유족 동반 추모제를 이번 주 내로 진행키로 했다. 한국건설은 사건 직후 유족의 동의 없이 사업장서 별도의 추모제를 치른 뒤 추후 유족에게 이 같은 사실을 통보해 논란이 인 바 있는데, 이에 대한 반성·만회의 뜻으로 보인다.
또, 유족들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요구했던 사업장 내 안전의무 위반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안전 매뉴얼도 수립키로 했다.
형사 건과 관련해서는 성실히 노동청 등의 수사에 임하고, 수사결과에 따른 처벌·책임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유족에게 합의서나 처벌불원서 등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산재 및 배상 협의 역시 가능한 이번 주 내로 조속히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유족들은 1인 피켓시위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본사 앞 한국건설 규탄 의미의 플래카드를 추가로 게시하지 않고, 이들의 약속 이행 여부에 따라 기존에 내걸었던 플래카드도 제거하기로 했다.
마씨의 둘째 딸 마혜진(28)씨는 “한국건설이 면담에서 진정성 있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 가족들도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사과가 늦어진 데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지만 이제라도 (사과를)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며 “여전히 걱정되고 우려되는 점이 많지만 한국건설이 우리 유족과 만남을 갖고 우리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첫 단추를 끼웠다고 생각한다. 한국건설이 약속한 부분을 번복하지 않고, 앞으로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또 관련 협력업체 모두가 조사에 성실히, 진정성 있게 임해 주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전했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