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부르는 ‘담배꽁초’… 화재와 침수의 주범
지역 꽁초 화재 매년 400여건
빗물받이 점검률 광주 20%
수거함 2백여개 실효성 ‘글쎄’
휴대용 재떨이 등 서울시 주목
2023년 07월 06일(목) 18:05
광주의 관문인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앞 택시와 시내버스 승강장 인근 인도에 무단으로 버려진 담배꽁초로 가득하다. 쓰레기나 담배꽁초 무단투기시 최고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문구가 부착됐지만 무용지물, 강력한 단속이 필요해 보인다. 김양배 기자
여름철 화재와 침수의 주범인 ‘담배꽁초’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타 지자체는 과태료 상향, 휴대용 재떨이 무료 보급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는 반면 광주·전남은 담배꽁초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불’도 ‘물’도 못 이겨

6일 광주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광주·전남에서는 해마다 400여 건의 화재가 담배꽁초 부주의로 발생하고 있다.

최근 5년간 광주서 일어난 담배꽁초 화재 건수는 △2019년 127건 △2020년 154건 △2021년 138건 △2022년 132건 △2023년(7월4일까지) 76건 등이다. 전남의 경우 △2019년 252건 △2020년 244건 △2021년 241건 △2022년 334건 △2023년 160건 등으로 집계됐다.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광주 4명·전남 13명이 담배꽁초로 인한 사고로 다치거나 사망했다. 또 전체 화재 중 담배꽁초 화재가 차지하는 비율은 광주 17%·전남 1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담배꽁초는 빗물받이에 쌓여 여름철 호우 시 침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빗물받이는 도로·인도 주변에 설치되는 빗물을 우수관으로 원활하게 흘려보내 침수 피해를 예방하는 설비다. 현재 광주에는 7만4913개, 전남엔 33만7872개의 빗물받이가 설치돼 있다.

장마철이 다가올 때마다 지자체는 빗물받이 청소를 진행하지만, 수시로 버려지는 담배꽁초를 모두 처리하기란 역부족이다.

실제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6월 기준 광주시의 빗물받이 점검률은 20%에 불과했다. 전남도는 5월까지 61%가량을 완료했다.

또 빗물받이 속 각종 쓰레기와 담배꽁초가 뒤섞이면서 악취를 풍기는 탓에 인근 상인들이 ‘덮개’를 놓기도 해 사실상 제 기능을 상실한 경우도 허다하다.

전남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모든 빗물받이를 점검할 수 없어, 침수 위험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속 강화, 수거함 등 필요”

‘담배꽁초 무단 투기’를 막기 위한 노력이 그동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광주시는 지난해 5월 KT&G와 협업해 담배꽁초 전용 수거함 214개를 설치했다. 광주시는 수거함 설치 취지에 대해 “거리 미관과 환경 미화, 재난 방지 등 거리에 버려지는 담배꽁초를 효율적으로 수거해야 하는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설치 이후 유지관리를 맡은 각 자치구는 순찰을 도는 환경미화원에게 전적으로 수거를 맡기는 상황이어서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광산구의 경우 지난 2021년 8월 담배꽁초 수거 보상제를 실시했지만, 시행 7개월 만에 전면 중단하기도 했다. 사업 시행 기간 동안 모인 담배꽁초는 650㎏에 이르지만 참여자들이 재떨이에 있던 꽁초를 가져오는 등 ‘수거’ 여부의 사실 확인이 어려워 ‘환경보호의 의미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시의 행정은 주목할 만하다.

서울시는 현재 5만원 수준인 담배꽁초 무단투기 과태료를 위반 횟수에 따라 1차 10만원→2차 15만원→3차 20만원으로 상향하기 위한 관련 법 개정안을 환경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또 KT&G와 함께 관내 흡연자에게 신형 휴대용 재떨이를 이달 6000개, 다음 달 7000개씩 무료로 보급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악취 문제가 개선된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목재 기반의 무독성 신소재로 제조했으며, 입구 분리 후 세척해 재사용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부천시도 담배꽁초 수거함에 시정과 관련한 질문 등을 새겨 꽁초로 투표하게끔 해 시민 소통 창구로 활용하는 등의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광주·전남 지역 역시 담배꽁초 투기 근절을 위해 새로운 방안을 고안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국장은 “화재, 물난리 등 재난 위험뿐 아니라, 빗물받이에 버려지는 담배꽁초는 바다로 흘러가 미세 플라스틱의 원인이 된다”며 “수거 보상제와 수거함 등의 경우 체감할 수 있는 경제적 혜택 등 유인책을 마련해 더 활성화시켜야 한다. 또 지자체는 단속을 강화하고 과태료를 부과해 시민에게 ‘담배를 무단투기하면 안 된다’는 시민의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하루 약 1246만개의 담배꽁초가 길에 버려지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