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박하선의 사진풍경 91> 신선이 산에 살았던 까닭은
박하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2023년 06월 22일(목) 14:31 |
DSC_6590(신선이 산에 사는 까닭은) |
비가 내린 뒤에도 뭔가의 미련이 남는지
구름이 좀처럼 떠나지 못하고 발아래 바다를 이룬다.
햇살 좋고 꽃이 피어야만이 잘난 것은 아닌 듯,
바라보는 마음에 따라 세상이 있고 없고다.
문전옥답이라는 말 대신
여기서는 문전비경이라고나 할까.
비경은 아무에게나 다가오는 게 아니라고 하는데
나는 너무도 쉽게 맞이하고 있으니
그 복은 또 어디에서 왔을꼬.
나를 두고 한 말은 아니지만
너무 이른 나이에 산 좋고 물 좋고를 알아버리면 낭패라 한다.
세상을 가까이 두고 불꽃 튀기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이제사 나는 알 것 같다.
예부터 신선들이 산속에 묻혀 살았던 까닭을.
사바세계, 구제불능의 인간세상
모두 저 아래, 저 구름 밑에 있다
신선들이 포기한 개똥밭이지만 그래도 구르면서 살아야 한다.
또 박 터지게 싸워야 한다.
어차피 인간세상은 추잡한 싸움판이 아니던가.
부질없을 지언정 그 속에서 뭔가를 이루려 한다면
그건 또 당신이 살아가는 이유가 되겠지만,
악순환의 고리는 어쩔 것인가.
고독한 당신
지금 어디메쯤에서 몸부림치고 있나요.
앞을 내려다보는 것도 이제 버릇이 되어가고 있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더니
정말 세월이 줄달음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