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 지난해 ‘못 쓰고 남긴 예산’ 365억원
순세계잉여금 최근 4년중 가장 많아
구 “이월사업 많아 잉여금 남은것”
구의원 “과하면 재정 균형성 저해”
타 구청 “편성 예산 그해 소진 원칙”
2023년 06월 15일(목) 18:02
광주동구의회가 심의한 ‘2022회계연도 광주광역시 동구 결산검사 의견서’에 따르면 지난해 동구 순세계잉여금은 365억 7000만원으로 집계돼 전년도보다 64% 증가했다. 광주 동구청 청사 전경.
광주 동구가 지난해 못 쓰고 남긴 예산이 무려 360여억원에 달하면서 동구의회 의원들이 “재정의 균형성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타 구청도 “편성 예산은 그 해 소진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반응이어서 동구의 재정집행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14일 광주 동구의회가 최근 심의한 ‘2022회계연도 광주광역시 동구 결산검사 의견서’에 따르면 지난해 동구 순세계잉여금은 365억 7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4년 중 가장 많은 금액으로 연도별로 △2019년 211억 1600만원 △2020년 222억 1300만원 △2021년 233억 6900만원이다.

특히 지난해 순세계잉여금은 그 전년도보다 132억100만원이나 늘었다. 64%나 증가한 셈이다.

순세계잉여금은 ‘한 해 동안 계산해서 남은 돈 중 순수하게 남은 돈’이다. 즉 예산을 편성하고도 사용하지 못해 내년으로 넘기는 금액이다.

순세계잉여금 발생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세입초과와 세출예산의 집행잔액이 주 원인이다. 세입과 세출에 대한 수지 균형의 원칙을 감안한다면 구민들에게 돌아갈 혜택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뜻도 된다.

동구의회는 “당해연도 순세계잉여금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명시이월액이 큰폭으로 증가했다”며 “모든 예산은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에 따라 당해연도에 집행돼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다한 순세계잉여금의 발생은 세입세출의 효율성과 재정의 균형을 저해한다”며 “예산편성 시 사업의 효율성과 타당성을 검토 분석하고, 예산액을 정확히 판단하는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동구의 순세계잉여금이 급증한 것은 이월사업의 증가 때문이다.

이월사업은 2021년 242건에 501억3500만원에 그쳤지만, 지난해 292건에 742억72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보고서를 보면 명시이월 된 사업이 많았는데, 연도별로 △2019년 237억 9500만원 △2020년 185억 6500만원 △2021년 327억 2100만원 △2022년 509억2800만원이다.

명시이월액은 회계연도 내 그 지출을 끝내지 못할 것이 예상돼 미리 지방의회 의결을 얻어 다음 연도로 이월시킨 금액이다.

하지만 지방의회의 의결을 얻었다고 해도 결코 바람직한 예산운용은 아니라는 것이 동구의원들의 지적이다.

타 구청 관계자도 “예산을 편성했다면 그 해 다 소진하는 것이 이상적이다”면서 “변수가 있어서 명시이월해도 규모가 최소화돼야 건전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지자체 결산에서 순세계잉여금이 많은 것을 긍정적 신호로 보지 않는다. 나라살림연구소 관계자는 “지방정부는 지방자치법 제137조에 따라 균형재정을 원칙으로 세워야 하며 이는 세입금액과 세출금액을 일치하도록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며 “순세계잉여금만큼 지역 주민은 받을 수 있었던 행정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구 관계자는 “순세계잉여금 증가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는데, 지난해는 사업을 집행하고 마무리가 안돼서 이월된 금액이 많았다. 연계해서 계속 이어갈 사업들이다”며 “예산편성 할 때 어느정도 유보율을 잡아놓는다. 다쓰지 않고 집행 잔액을 남기는데, 잔액들이 순세계잉여금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리하면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박현정 동구의원은 “예산이 소진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았다는 것과 동일하다는 점에서 동구의 반성이 필요하다”며 “예산 집행실적률이 낮다는 의미인데, 이월사업의 건수가 최다라는 점에서 예산편성 시 사업의 효율성과 타당성을 신중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