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고·박안수> 고향사랑과 지방소멸위험 우려
박안수
남광주농협 사외이사·경제학박사
2023년 05월 25일(목) 12:57
박안수 이사
거리의 가로수로 심어 놓은 이팝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있다. 속설에 의하면 꽃잎은 쌀 모양을 닮아 올해처럼 꽃이 많으면 그 해 풍년 농사가 든다고 한다.

고향(故鄕)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나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으로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으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흔히 뭔가 연결고리를 찾고자 할 때 쉽게 지연(地緣), 학연, 그리고 혈연부터 호구(戶口)조사를 하곤 하는데 이처럼 지연 즉 고향을 찾게 된다.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선거철에는 출신 고향을 열렬히 찾는데 세상살이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렇지만 40대 이후 출생한 세대는 고향이라는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태생지가 대부분 인근 도시의 병원(산부인과)이며 부모의 고향은 본인들에게는 별다른 의미로 와 닿지 못함이 현실일 것이다.

최근 광주·전남의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고향방문의 해’로 정하고 출향 인사의 고향방문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이는 지방소멸위험우려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더 나아가 고향으로의 귀농·귀촌에 의한 인구 증가를 도모하고자 함일 것이다.

작금에 고향의 많은 초등학교는 역사가 개교100여 년이 넘었지만 학령인구 부족으로 폐교수준 임계치에 도달되어 역(逆)으로 도시의 학생들로 하여금 농촌 유학을 유인하고 있는 게 슬픈 현실이다.

이처럼 고향인 지역의 학령인구 감소와 젊은 청년 활동인구감소는 과거 전통적인 1차 산업인 농·어업에서 산업변화와 함께 이촌향도의 결과물일 것이다.

이는 당연히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여 지역내총생산(GRDP)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지역(방)소멸우려를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보이지는 않겠지만 시급한 문제로는 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젊은 청년인구의 유입이라고 본다.

그러기 위해에서는 생산성이 높은 우량기업 유치와 공공기관 등의 지방이전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지고 사회적인 기반시설(S0S)이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대학병원 등 종합병원은 필수이고 극장과 공연장 등 문화시설도 더 많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하면 우리 젊은 청년들이 좀 더 많이 유입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판단을 해 본다.

요즘 고향 남도에서는 축제가 한창이다. 지난해 6·1지자체 선거에 임하는 지자체장들의 공약이 하나같이 젊은 청년 일자리창출과 인구유입을 공약으로 내세운 듯싶은데 과연 1년이 지난 현재, 각 지자체의 인구는 얼마나 증가했을까 궁금할 따름이다.

올해 연 초부터 시행한 고향사랑기부제가 5여 개월이 지났는데 벌써 여러 시·군에서 2~3억 원이 넘은 기부금이 기탁되었고 기부자 숫자 또한 1천 명이 넘는 지자체가 많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광주와 대구광역시, 광주 북구·남구는 인접한 전남의 담양, 장성, 나주시와 공동으로 생활권역별 고향사랑 활성화를 위한 공동상생대회를 개최하는 등 상호기부를 통한 발전방향을 도모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9월4일을 ‘고향사랑의 날’로 정하고 더 많은 고향사랑과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에 기여토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돌아갈 고향이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죠. 고향에는 아직도 어릴 때 추억, 부모님 사랑, 아름다운 자연이 살고 있으니까요.” 소중한 고향이 사라지지 않도록 노력하자는 어느 카드회사의 고향사랑에 대한 공익성 광고가 잠시나마 고향을 생각하게 한다.

부디 우리 지역이 학령인구와 생산 활동 인구감소로 지역소멸위험우려라는 불명예스러운 고향과 지방이 아니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