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냉방비” 전기료 인상에 자영업자 ‘한숨’
이른 더위에 에어컨 가동 빨라져
원재료·인건비 줄인상에 큰 부담
외식비 등 물가 상승 작용 우려
정부, 소상공인에 분할납부 확대
2023년 05월 15일(월) 17:03
15일 광주 동구 대의동에 있는 한 편의점에 에어컨 가동이 멈춰있다. 이날 광주 낮 최고기온은 29도까지 올라갔다.
“지금도 한낮에는 더워서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손님들이 들어오질 않아요. 배달비에 인건비 등 나갈 돈은 늘어만 가는데 전기요금까지 오르니 큰 부담이죠.”

정부가 16일부터 2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로 하면서 일반 가정은 물론 전기료 부담이 높은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올여름 무더위로 인한 냉방비 걱정이 커지고 있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부터 전기요금은 kWh(킬로와트시)당 8원, 도시가스 요금은 MJ(메가줄)당 1.04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각각 현재 요금수준보다 5.3% 올리는 것이다.

지난 1분기 kWh당 13.1원으로 역대 최고·최대폭의 전기요금 인상을 경험한 자영업자들은 벌써부터 올여름 냉방비 걱정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광주 동구 대의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장모(47)씨는 “편의점은 24시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새벽에도 점포 불을 켜야 하고 냉장고 온도도 날씨에 따라 여름철에는 더 낮게 유지해야 하는데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국내 주요 편의점들은 24시간 운영 점포에 한해 전기요금을 지원해 오기도 했지만, 요금이 계속 오르면서 CU와 GS25는 지원을 중단하고 다른 지원책을 도입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4월 신규계약 점포부터 전기요금 지원 대신 운영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장씨는 “작년에도 전기요금이 오르면서 평소 100만원 정도 내던 전기요금을 지난 겨울에는 3개월 내내 140만원 정도 냈다”며 “이제 더워져서 본격적으로 에어컨까지 가동하기 시작하면 전기요금이 얼마나 더 나올까 무섭다”고 말했다.

식당이나 커피전문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해는 특히 예년보다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에어컨 가동 시기가 앞당겨진 만큼 청구서를 받아보기가 두렵다는 입장이다.

동구 궁동에서 개인 커피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1)씨는 “여름은 아이스 음료 등이 잘 나가는 시즌이기는 하지만, 올해는 더위가 빨라지고 길어져 냉방 사용량이 벌써 많아져 걱정”이라며 “고지서를 받아봐야 알겠지만 원재료나 인건비 등도 이미 많이 오른 상황이라 부담스러운 것이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전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을 미리 조사하고 한시적으로라도 일정 부분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전기요금이나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이 올라가면 시차를 두고 외식비나 서비스요금이 상승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기 때문에 최근 둔화되고 있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정부는 기존 주택용(가정용) 고객에게 지난 2015년부터 적용해 온 전기요금 분할납부 제도를 소상공인과 뿌리기업에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동·하계(12∼2월, 7∼9월) 전기요금이 10만원 이상이거나 기타 계절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고객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시행해 오던 분할납부 제도를 오는 6∼9월분 전기요금에 대해 한시적으로 확대 시행한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