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기획시리즈> 고령화 심화… ‘건강한 노년’ 위한 노인놀이터 절실
●가정의달 기획-놀이터를 바꾸자<하>
전국 37곳 앞다퉈 ‘설치 붐’ 불구
고령화빠른 광주·전남 시설 전무
재미있는재단 “놀이터=노인복지”
전국 37곳 앞다퉈 ‘설치 붐’ 불구
고령화빠른 광주·전남 시설 전무
재미있는재단 “놀이터=노인복지”
2023년 05월 11일(목) 17:54 |
지난 4월 대구시는 전국 최초로 동구 율하체육공원 내에 어르신 놀이터를 개장했다. 대구 동구 제공 |
광주도 빨라지는 고령화에 고심이 깊다. 이에 ‘노인 놀이터’설치가 실천이 될 수 있다. 이미 타 지자체에서는 이러한 기류에 따라 ‘노인 놀이터’를 건립하고 있는 추세지만, 광주·전남에는 단 한 곳도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만 65세 이상 인구는 901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인구 가운데 17.5%에 해당되는 수치다. 국제기준은 만65세 이상 인구비중이 전체 인구의 14%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보고있다. 통계청은 2년 뒤인 2025년 한국의 고령 인구 비중이 20.6%로 커지면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인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광주·전남도 각각 고령·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2022년 기준 광주 노인인구는 21만7446명으로 전체 주민등록 인구의 15%를 차지, 국제기준에 따라 고령사회가 됐다. 전남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 2017년 전국에서 가장 빨리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전남의 노인인구 비중은 24.5%로, 전국 지자체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다.
고령화사회에 따라 국가적으로 복지시설과 주거·의료·요양·돌봄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노인인구를 부양하고 있지만, 2070년 노인인구 비중이 50%가 되는 시점에서도 지금처럼 예산이 투입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통계청은 노인인구에 대한 사회의 부양비용 정도를 나타내는 노년부양비가 2070년에는 100.6명으로 예측했다. 생산연령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돌봄·치료’보다는 ‘건강하고 능동적인 노령화’에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 노인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도쿄대 고령사회 교과서’는 ‘건강하고 능동적인 노령화’에 대해 “육체적으로 활동하거나 노동력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뿐 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 신앙, 시민의 책무 등을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노인들의 건강상태가 좋고 활기에 차 있을 때 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새로운 개념의 접근과 정책화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고민정 ㈔재미있는 재단 이사장은 ‘노인 놀이터’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노인놀이터 놀이기구는 근력 증진이나 다이어트와 같은 목적이 아니라, 노인 스스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움직임을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놀이기구뿐 아니라 그늘, 벤치, 탁자 등 휴식 공간을 두어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쉬운 노인들에게 커뮤니티를 제공하는 이점이 있다.
고 이사장은 지난 2019년 ‘액티브 시니어 시대의 노인놀이터 도입방안 연구’ 논문을 통해 노인 놀이터를 지자체에 제안했고 2021년 공주시를 시작으로 서울 광진구, 제주도 서귀포시, 대구 동구 등 전국 37개 지자체에 노인 놀이터가 설치됐다.
지난달 김미화 천안시의원(더불어민주당·아선거구)도 “노인놀이터는 야외·체육활동을 통해 치매, 고독사, 자살률, 의료비를 절감하는 등 노인복지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데, 천안시는 지난해 충남도의 어르신놀이터 조성 공모사업에 신청하지도 않았다”며 천안시를 질타한 바 있다. 천안시는 “천안의 200여개 공원 중 비교적 규모가 큰 근린공원(50여개소) 중심으로 노인친화형 공원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노인놀이터는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10년 이상 노인놀이터가 운영돼 온 핀란드에서는 재활이 필요한 노인에게 “놀이터를 두번 가라”고 처방전을 쓸 정도로 효과를 입증받았다.
고 이사장은 “노인에게 필요한 것은 외출과 활동인데, 외출을 꺼리는 이유가 ‘갈 곳이 없기 때문’”이라며 “경로당은 연령의 문턱이 있고 다른 노인 문화공간이 없으니 나갈 생각을 안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대한민국에서 ‘노인놀이터’는 유용한 복지 프로그램으로 건강보험 지출확대, 고독, 대인예민성, 사회불만 등 다양한 문제를 놀이문화를 통해 수혜적 노인복지에서 능동적 노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