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계엄군 성폭행’ 낱낱히 밝히고 단죄해야
정부조사 결과 51건 공식 확인
2023년 05월 08일(월) 17:18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투입된 계엄군이 성폭행을 가한 사실이 정부 조사 결과 공식 확인됐다. 피해자들 가운데 일부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목숨을 끊거나, 지역 정신병원을 전전하며 오랜 시간 입원해 있었다고 한다. 계엄군에 의한 성폭행 의혹은 5·18 직후부터 끊임없이 제기 돼 왔지만 조사는 더딘 상황이다. 이제라도 진상을 낱낱이 밝혀 단죄에 나설 때다.

8일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따르면 5·18 당시 계엄군이 자행한 51건의 성폭행 사건에 대해 조사가 진행 중이다. 조사대상 51건은 지난 2018년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 등이 조사한 내용 17건과 광주시 보상심의자료에서 추려낸 26건, 자체 제보를 받은 8건 등이다. 조사위는 이중 24건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했다.

조사 결과 전체 성폭행 피해자 가운데 최소 2명은 여고생이었으며, 정신병원에 입원했거나 관련 치료를 받은 피해자도 7명에 달했다. 특히 당시 여고생이었던 A씨는 1980년 5월 19일 다른 여성 2~3명과 함께 계엄군에 체포돼 광주 남구 백운동 한 야산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끌려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5월 20일 새벽 언니의 집에서 돌아오던 중 계엄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피해자도 있었다. 당시 여고생 C씨의 유족과 주변인 등 10명은 C씨가 5월 19일 계엄군에 납치돼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5·18 이후 정신병원을 전전하던 C씨는 1985년 분신해 목숨을 끊었다.

5·18 당시 벌어진 성폭행은 도저히 묵과해서는 안될 반인도적 범죄이면서 국가가 저지른 가공할 폭력이다. 정부는 이번 조사위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가해자를 반드시 규명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피해자에 대한 치료와 보상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올해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43주년이 되는 해다. 만시지탄이지만 우리 사회에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반인도적 국가폭력을 엄중히 단죄하고, 그것을 역사에 기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