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곳곳에 ‘JMS’...시민들 ‘화들짝’
‘JMS 위장교회‘ 목록 광주 3곳
1곳서는 정명석 필체도 발견
목포, 여수 등 전남 8곳 포함
과거 충장로, 전남대 등 포교
광주 탈퇴자 “'신랑'이라 세뇌“
2023년 03월 14일(화) 18:32
지난 13일 ‘JMS 위장교회’ 목록에 포함된 광주 광산구 한 교회 간판 밑에 일명 ‘정명석 필체’로 ‘생명을 사랑하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강주비 기자
성범죄 혐의를 받는 정명석 교주가 운영하는 기독교복음선교회(JMS)의 그림자가 광주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정 교주의 필체를 사용하는 위장교회(일반교회를 위장한 이단교회)가 발견되고, 지역에서 전도 당해 오랜 기간 신도로 활동했던 탈퇴자의 증언도 나오고 있다.

●광주 ‘JMS 위장교회’ 가보니

지난 13일 오전 찾은 광주 광산구 한 교회. 이곳은 신도를 성폭행한 JMS 총재 정 교주의 실체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공개 후 온라인상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JMS 위장교회’ 목록에 포함된 곳이다.

낡은 건물 3층에 위치한 이 교회는 인기척 없이 고요하기만 했다. 건물과 교회 입구에는 CCTV가 설치돼 있었고 도어락이 달린 문은 굳게 잠겨 있었지만, 어렵지 않게 JMS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해당 교회 간판 밑 유리문에 붙어있는 ‘생명을 사랑하라’라는 문구는 이른바 ‘정명석 필체’로 쓰여있었다. 정명석 필체란 ‘ㅣ’ 모음을 아래로 길게 내려쓰고 끝을 왼쪽으로 꺾는 것을 말한다. 예수 그림과 함께 이와 유사한 필체로 쓰인 ‘오직 주 하나님’이라는 건물 외벽의 문구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날 해당 교회를 드나드는 사람은 없었으나, 인근 상가 주인들에 의하면 교회는 최근까지 운영됐다.

한 상가 주인은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교회에) 무리 지어 드나드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코로나19 이후로는 조금 뜸해졌다”면서도 “가족 단위도 있었지만 (신도들이) 대부분 여성이며, 목사도 여성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JMS 위장교회는 이곳 외에도 동구와 북구에 각 1곳씩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직접 방문해본 결과, 동구 소재 교회는 재개발에 들어가 폐쇄돼 있었으며 북구의 경우 입구에 지문인식장치가 설치돼 출입이 불가했다. 두 교회 모두 외관상 정명석 필체나 JMS 마크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전남에서는 △목포 △여수 △순천 △담양 △구례 △보성 △장성 △완도 등이 JMS 위장교회 목록에 포함됐다.

● “우리 죄 대신해 감옥 갔다 세뇌당해”

이 같은 상황에서 광주에서 수년간 JMS 신도로 활동하다 탈퇴한 사람의 증언은 해당 종교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30여 년간 JMS에서 활동하고 부총재까지 맡다 탈퇴한 김경천 목사(현 안산상록교회 이단대책팀장)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과거 JMS는 충장로와 전남대, 조선대 등 대학가에서 여성을 상대로 모델이나 춤 수업 등을 제안하며 포교 활동을 했다. 당시 광주 내 JMS 교회는 10곳 정도로 큰 곳은 300~500명, 작은 곳은 100명 내외였다”고 말했다.

박수아(가명·33)씨가 JMS에 입교하게 된 배경 역시 ‘춤 수업’이었다. 2005년 친구와 함께 댄스 학원을 등록했던 박씨는 학원 강사였던 20대 여성을 따라 JMS에 발을 들였다.

박씨는 “언니(학원 강사)가 어느 날 ‘교회 가서 놀지 않겠냐’고 제안했고, 이후 성경 공부를 하게 됐다. 공부를 마치고 수료식을 할 때쯤엔 정명석이 메시아라고 굳게 믿게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대학 입학 후 자취를 하자 교회 지도자가 ‘본가에 가면 신앙이 안 좋아진다’며 부모님까지 멀리하게 했다. 친구와의 만남은 물론 TV, 책, 인터넷 등도 하지 못하게 했다”며 “정명석이 ‘메시아’이자 ‘신랑’이라며 끊임없이 세뇌시켰다”고 말했다.

박씨가 JMS에서 활동한 2005~2012년에는 정 교주가 해외 도피 또는 복역 중이었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박씨가 즉시 JMS를 나오지 않았던 것은 교회 간부들의 ‘거짓 해명’ 때문이었다.

박씨는 “JMS 2인자로 알려진 정조은씨는 신도들에게 ‘선생님은 아무 죄도 없는데 우리 죄를 대신해 감옥에 간 것’이라고 설파했다. 또 피해자들이 돈을 탐내 거짓 진술을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박씨는 ‘피해자’가 될 뻔한 아찔한 기억도 꺼냈다. 박씨는 “교회 지도자가 자신이 비키니만 입은 사진을 해외에 있는 정명석에게 보냈다고 말했다. 이후 나에게도 정명석이 부르면 지금 바로 중국으로 갈 수 있냐 물었다”며 “그땐 ‘당연히 간다’고 답했다. 메시아가 부르면 무조건 가는 게 기본이라고 배웠다”고 말했다.

박씨는 건강 등 개인 사정으로 2012년 12월 교회 활동을 접었지만, 정 교주의 실체를 알게 된 건 지난해 JMS 피해자 기자회견을 통해서였다.

박씨는 “피해자들의 기자회견과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수많은 수기를 통해 정 교주의 실체를 알게 됐다”며 “어린 여자들을 교주에게 연결했던 포주들이 있다. 이들을 공범으로 함께 수사해 더 이상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정 교주는 여성 신도들을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아 복역 후 2018년 출소했다. 이후 또다시 신도 성추행 및 준강간 혐의로 지난해 10월 구속됐고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