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물 아끼라더니”… 광주 수돗물 또 샜다
지하철 2호선 공사 수도관 파열
3시간 동안 수돗물 180톤 누수
주말 정수장 고장 5만톤 낭비도
“시민엔 물 절약 강조하고” 분통
市 “죄송…재발방지대책 수립”
2023년 02월 14일(화) 18:08
14일 오전 8시45분께 광주 남구 백운광장 인근 지하철 2호선 공사(1단계 4공구) 현장에서 50mm 상수도관이 파손됐다. 복구 작업은 6시간 만인 오후 3시께 완료됐으며, 이 사고로 인해 180톤에 달하는 물이 누수됐다. 강주비 기자
가뭄 극복을 위해 시민에게 물 절약을 거듭 당부하던 광주시가 연속으로 대량의 물 낭비를 초래하면서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덕남정수장 밸브 고장으로 5만7000톤의 물이 그대로 땅에 버려진 지 이틀 만에 지하철 2호선 공사 현장서 상수도관이 파열됐다.

14일 광주시와 광주상수도사업본부(상수도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5분께 광주 남구 백운광장 인근 지하철 2호선 공사(1단계 4공구) 현장에서 50㎜상수도관이 파손됐다. 땅을 파던 굴착기가 상수도관 연결부위를 건드리면서 파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수도본부는 곧바로 20여 명의 직원을 현장 투입해 긴급 복구 작업을 시행했다. 복구는 파손 6시간여 만인 오후 3시께 완료됐다.

이 사고로 단수 조치가 이뤄진 정오까지 파손 부위에서 수돗물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왔다.

상수도본부는 시간당 60톤의 물이 누수된 것으로 파악했다.

단수 조치가 되기까지 3시간여 동안 버려진 수돗물은 약 180톤에 달한 셈이다.

상수도본부 관계자는 “수압 변화 등으로 주월동, 진월동 2800세대에 흐린 물이 나올 수도 있어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비상급수체계와 흐린 물 이토 작업 체계를 갖춘 상태다”고 말했다.

다행히 오후 5시 기준 현재까지 흐린 물이 발생한 세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민들은 쉽게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도 남구 덕남정수장 유출밸브 고장으로 갑작스런 단수와 흐린 물 상황을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2일 광주시 식수원인 주암댐에서 취수된 물을 정화해 배수지로 보내는 덕남정수장의 유출밸브가 고장 나 5만7000톤 가량의 물이 낭비됐다. 이에 같은 날 오후 1시부터 자정께까지 광주 서구·남구 전역과 북구·광산구 일부 지역에 단수 조치가 이뤄졌다. 당시 시민들은 주말 약속을 취소하고 장사를 접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더욱이 밸브 고장 원인이 광주시의 관리 소홀 때문인 것으로 밝혀져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노후화로 인한 밸브 베어링과 축 이탈’이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광주시가 미리 시설을 점검·진단하지 않은 것이 근본적 원인”이라며 분노했다.

특히 광주시가 가뭄 장기화를 이유로 ‘물 절약’ 실천을 수개월 호소한 바 있어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크다.

광주시는 지난해 10월부터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동복·주암댐의 저수율이 30% 이하로 떨어졌다며 ‘생활 속 20% 물 절약’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날 기준 광주 주요 식수원인 동복댐의 저수율은 23.25%, 주암댐은 28.68%다.

저수율이 회복되지 않고 가뭄이 지속될 경우 광주시는 오는 5월께 제한 급수를 단행할 예정이다.

광주 광산구에 사는 강모(47)씨는 “매일 재난안전문자로 저수율을 알리며 시민한테 ‘물 절약’을 압박하더니 정작 물 낭비는 광주시가 하고 있다”며 “단 이틀 만에 이런 일이 또 발생해 실망이 크다. 광주시가 제대로 된 대책을 세워 더 이상 귀한 물을 버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상수도본부 관계자는 “덕남정수장과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시설물 현장 점검·안전을 강화하고, 정수장 시설물 전수 조사도 계획 중이다”면서 “미리 사고를 막지 못해 물을 낭비했다는 시민들의 비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극심한 가뭄 상황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이 발생해 시민들께 죄송하다. 재발 방지 대책을 철저히 세우겠다”고 전했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