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특집·지방소멸 극복하자> "한푼 두푼 기부… 내 고향은 내 손으로 살린다"
고향사랑기부제 본격 개막 ① 프롤로그
전국 243곳 지자체 골라 기부 가능
10만원 기부시 세액공제 전액환급
특산품 등 3만원 상당 답례품까지
“고향사랑기부제로 지방소멸 극복”
2023년 01월 01일(일) 13:33
영암군이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천하장사와 함께하는 식사 데이트권’을 내놓았다. 군은 이밖에도 ‘부모님 안부살피기·장수사진 촬영’을 답례품으로 기획했다. 영암군 제공
‘지방소멸’ 위기에 놓인 지자체들의 한줄기 희망인 ‘고향사랑기부제’가 1월1일부터 본격 도입됐다.

기부자는 세액공제와 답례품을 받을 수 있고 지자체는 기부금을 통해 답례품 유통 등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방재정 확충을 통한 주민 복리 사업 추진을 꾀할 수 있다.

개인의 기부가 고향을 살리고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되는 동시에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 되는 셈이다.

전남일보는 현장 취재를 통해 살펴본 일본의 ‘고향세’ 우수사례를 소개하는 한편 고향사랑기부제의 취지와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방안, 전남 22개 시·군의 시행 상황 등을 기획 보도를 통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해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을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만들었던 ‘고향사랑기부제’가 2023년 새해의 시작과 함께 1일 본격 시행됐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국내에서 처음 시행되는 제도로, 기부를 통한 지방재정 확충 및 지역경제 활성화, 나아가 균형 발전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1일 현 거주지가 아닌 지역에 연간 500만원 한도로 현금을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함께 답례품을 받을 수 있는 고향사랑기부제가 본격 시행됨을 알렸다.

일본의 ‘고향세’에서 착안된 고향사랑기부제는 세액공제·답례품 등의 혜택을 내걸고, 주소지가 아닌 곳의 지방자치단체에 자발적 기부를 유도하는 제도다.

그동안 중앙정부에만 의지해 온 지방자치단체들은 고향사랑기부제가 지방 재정을 확충하고 지역을 회생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내 손으로 내 고향 살리는 ‘기부’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주소지 이외의 지자체에 기부하면 지자체가 이를 모아 주민복리 증진 등에 사용하는 제도다.

기부금 한도는 개인당 연간 500만원으로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제외한 모든 지자체에 기부가 가능하다. 기부금액 10만원 이하는 전액 세액공제가 되며, 10만원 초과 시에는 16.5%를 공제받을 수 있다.

기부금을 받은 지자체는 기부자에게 기부금액의 30% 이내에 해당하는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다. 답례품은 지자체 간 과도한 경쟁이 생기지 않도록 개인별 기부금 총액의 30% 이내로 정했다.

기부자는 지자체가 정한 답례품 중 마음에 드는 품목을 골라 받을 수 있다. 만약 기부자가 10만원을 기부하면 10만원의 세액공제와 3만원 상당의 답례품을 돌려받아 최대 13만원 상당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다만, 법인과 단체는 고향사랑기부제에 참여할 수 없으며 본인이 거주하는 지자체에도 기부할 수 없다. 지방선거 등에 악용될 소지를 막기 위해서다. 지자체는 답례품으로 백화점 상품권, 현금, 귀금속 등은 선정할 수 없다.

전국 243개 지자체는 농·축·수산물, 가공식품, 생활용품, 관광·서비스, 지역 상품권 등 총 2000종이 넘는 답례품을 선정해 기부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영암군이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천하장사와 함께하는 식사 데이트권’을 내놓았다. 군은 이 밖에도 ‘부모님 안부살피기·장수사진 촬영’을 답례품으로 기획했다. 영암군 제공
●천하장사와 식사부터 문화재에서 하룻밤까지

광주시와 전남 22개 시·군이 내놓은 답례품은 대부분 각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과 특산품에서부터 관광입장권,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까지 다양하다.

그중 일부 지자체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답례품을 선정해 주목된다.

영암군은 KBS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를 통해 널리 알려진 군 민속씨름단의 지명도를 활용한 ‘천하장사와 함께하는 식사 데이트권’을 내놓았다. 군은 이 밖에도 ‘부모님 안부살피기·장수사진 촬영’을 답례품으로 기획했다.

완도군은 세계농업유산인 청산도 구들장논 농산물 세트, 농업유산 체험권 등 완도를 체험할 수 있는 품목을 선정했다. 군은 추후 군 주력 산업인 해양치유 체험 프로그램과 완도 만나보기(청산, 보길도 등) 관광 상품 등 다양한 답례품을 지속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나주시는 최근 전남도 지정문화재 132호인 목사내아 숙박체험권을 답례품에 추가했다. 목사내아는 고려에서 조선에 이르기까지 1000년의 역사 동안 나주로 부임했던 300여명의 목사(목민관)가 기거했던 살림집(관저)이었다.

전남에서 가장 많은 품목을 선정한 여수시의 답례품은 무려 50종에 달한다. 갓김치의 고장답게 ‘갓김치 만들기 체험키트’를 비롯해 간장돌게장, 쥐치알포, 김치세트, 건새우, 건홍합, 꼬막, 갈치, 옥수수, 갯장어샤브샤브 등 기부자 취향을 고려한 다수의 답례품을 선정했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답례품에 열의를 보인 이유는 일본의 사례에서 그 효과가 증명됐기 때문이다.

●고향사랑기부제 모태 일본 ‘후루사토 납세’

정부가 고향사랑기부제를 도입하게 된 배경에는 ‘지방소멸’이란 국가적 위기가 있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수도권과 지방의 발전 격차, 그리고 이에 따른 인구 유출 가속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출산율(2021년 기준 0.81명) 등으로 지방소멸의 위기를 감지한 정부가 지방소멸대응기금 지원 등과 함께 내놓은 대책이다.

이 같은 고향사랑기부제의 원조는 일본이 2008년 도입한 ‘후루사토 납세(고향세)’다. 일본의 고향세 출발 역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를 어떻게 극복하고 지방을 활성화할 것인가’라는 우리나라와 고민에서 시작됐다.

고향세는 처음 제도가 시행됐던 지난 2008년 첫해에는 기부금 총액이 73억엔에 불과했지만 2021년 기준 8302억엔으로 113배가 늘어 지방재정 확충의 중요한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에서는 기부자가 자치단체에 기부금을 내면 2000엔의 자기 부담금을 뺀 나머지 금액을 소득 수준에 따라 주민세, 소득세에서 공제해 준다. 기부금 30% 상당의 답례품을 받기 때문에 자신의 상한액까지 기부를 하면 이득을 챙길 수 있다.

98%의 지자체가 기부자가 기부금 용도를 선택할 수 있게 했고, 80%의 지자체는 기부액과 용도를 투명하게 밝히면서 제도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도 선례 될 수 있을까

출범 14년 만에 선례로 자리 잡은 일본의 고향세처럼 고향사랑기부제도 성공적으로 안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민주당 전남도당이 최근 ㈜해젠디앤디에 의뢰해 수도권에 거주하는 전남 출신 출향인 등 1335명을 대상으로 ‘고향사랑기부제 인식 조사’ 결과를 실시한 결과 제도를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0명 중 1명꼴도 안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표본오차 ±2.28%, 95.0% 신뢰수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관련 제도에 대해 응답자의 91.0%가 ‘모르고 있다’고 했고, ‘알고 있다’는 응답은 9.0%에 그쳤다.

시행을 코앞에 두고 진행했던 조사에서 고향사랑기부제 자체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것으로 파악되자 전문가들은 제도 홍보와 지자체의 대책 강화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신승근 한국공학대학교 교수는 “지역발전 전략 마련을 위해선 지역에 대한 애정과 고민이 필요하다. 제도 도입 초기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답례품에 쏠려있을 수밖에 없지만 지역이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기부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진정성이 뭔지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 고향세 제도가 성공한 것은 답례품 때문만이 아니다. 기부금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투명하게 기부자들에게 공개하고 기부를 끌어내는 일본식 크라우드펀딩형 기부가 가장 큰 성공 원인이다”며 “우리나라 지자체들도 각 지역 특색에 맞는 사업 등을 제시하고 기부자들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