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칼럼>주인없는 조선대 내홍…학생 피해는 누가 책임지나
||‘학장 징계 제청’ 대학 이사회 갈등||이사회, 명령불복종 사유로 총장 징계 절차||경쟁력 저하…내년 수시 모집 미달 ||학교는 위기인데 헤게모니 싸움에 비난 ||대학측 결자해지 자세로 접근해야 ||이젠 대햑 개혁 종 울려야할 때
2022년 09월 25일(일) 16:56 |
이용규 논설실장 |
이사회는 민영돈 총장을 징계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그냥 엄포가 아니라 실제상황이다. 물밑 접촉에 나서고 있으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총장 징계는 피할 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임 강동완 총장에 이은 두 번째 징계 현실에 직면한 셈이다. 이사회의 민영돈 총장 징계사유는 법령 위반과 복종의무 위반이다. 3년동안 수업을 진행하지 않아 정직 처분을 받은 공대 교수의 감독 책임을 물어 당시 해당 학장, 국책사업을 진행하면서 보고서를 작성치 않아 학교에 14억 손해를 입힌 미래사회융합대학사태와 관련한 관리 책임을 물어 당시 학장 등 2명 학장의 징계 제청을 거부한 것에 대한 내용이다. 대학측은 이사회가 총장에게 교수 징계를 요구하는 것은 월권이자 학사개입이고, 이들의 책임을 묻고자 개최한 인사위원회에서 징계 요구가 없었기에 제청을 할 수없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이사회와 대학은 회장과 사장과의 관계인 처럼 보이나, 사실 이사회의 전횡을 막기 위해 견제와 균형에 충실한 결과라는 얘기다. 이사회가 지나치게 대학에 "콩놔라, 팥놔라"고 불필요하게 간섭하지 말라는 마이웨이 통보다. 이사회에서 전임 총장을 해임한 전례를 경험한 대학으로선 큰소리를 치나 불편함은 역력하다. 우문이기는 하나 , 대학과 법인의 대결에서 과연 승자는 누구일까. 단연코 승자는 이사회일 것이다. 대학의 반발은 당연히 이어질 것이고, 소용돌이에 휘말려 내부 생채기를 입는 그림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대학 발전 문제로 다투는 것도 아닌 감투싸움으로 학교 위상과 명예는 뚝뚝 떨어지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지역민으로서는 착잡한 심경이다. 학령 인구 감소로 벚꽃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 것이 현실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당장 발등에 불은 내년도 4년제 대학 수시모집 결과다. 종로학원이 집계한 조사에 의하면 서울권대학과 지방대 경쟁률 격차가 3년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 서울권 대학 평균 경쟁률은 16.85대1이고 지방대는 5.72대1이었다. 경쟁률 격차는 11.13명으로 최근 3년간 서울권과 지방대학 수시모집 경쟁률 중 격차중 최대이다. 수험생들이 수시모집에 6차례씩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6대1 아래로 떨어진 지방대 평균 경쟁률은 사실상 미달 수준이다. 경쟁률이 6대1이 못미치는 대학은 조선대 등 총 96곳이다. 5.6대1를 기록한 조선대는 지금까지 보여준 것에 비춰볼 때 좋은 성과가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한마디로 껍데기로 버틴다는 얘기다. 호남 최대 사학으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언사이다. 또한 교육부가 최근 2025년까지 전국 96개 대학의 입학 정원 1만619명을 감축토록 유도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중 87.9%인 1만4244명을 지방대에서 줄이기로 한 것이다. 신입생 충원과 재학생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에 지원금이라는 당근책으로 구조조정의 목을 조르고 있다.
대학은 존폐 위기에 있는 데, 배부른 대학 구성원들은 헤게모니 싸움에 딴나라 세상에 사는 사람들 같다. 지역민 반응은 "주인이 없는 대학이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월급을 많이 받는 집단이 하는 일이 너무 한심하다"고 비난과 비판을 쏟는다. 학생들은 볼모이고, 학부모 입장에서는 학교나 이사회가 원망스러울 뿐이다. 그렇다고 머리띠를 매고 항의라도 하고 싶은 마음 굴뚝 같지만, 자식을 둔 부모가 죄인이라는 심정에서 제대로 말 한번 하지 못하는 속앓이로 끙끙댈 뿐이다.
이야기를 정리하자. 교수와 이사회는 본연의 역할에만 충실하면 된다. 대학과 이사회가 힘겨루기를 할 사안이다. 이는 갑질의 문제가 아니고, 교수들이 강조하는 원칙과 공정의 문제다. 교수가 3년간 수업하지 않고, 이에 대한 징계 절차와 감사가 진행되는 중에도 수업을 하지 않은 것이 명백하고, 국비사업 보고서 제출 시한 4일을 남겨놓고 학장 보직 사퇴로 인한 연쇄 작용으로 해당 보고서를 쓰지 못해 14억 손실 등 그 책임자들이 현재 대학본부의 간부를 맡고 있는 점에서는 이사회와의 대척점이 정당화될 수 없다.
대학이 주장하는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선 일차적으로 뉴스의 눈으로 지목된 보직 간부들이 두른 갑주를 벗어야 한다. 학교를 혼란 상황으로 몰아넣은 사안과 관련해 이들은 권위를 잃은 지 오래됐다. 본인들의 결단, 총장의 징계 제청만이 금과옥조처럼 말하는 견제와 균형이 그나마 설득력을 얻고, 대학의 혼란을 멈추게 할 수 있다. 조선대 이사장과 총장의 권한 중 누가 더 셀까? 조선대 교직원 인사권은 모두 총장에게 있다. 이사장은 단지 총장이 추천한 인사에 적합치 않은 경우 거부권만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 어느 사립대학에서도 누릴 수 없는 막강 권력이다. 이러니 이사회의 갑질이라는 대학측의 주장은 공허하다. 이번 사달도 이사회가 법에 입각해 거리낌없이 이뤄진 대학 운영의 부조리한 면을 지적한 것에 대해 강력한 반작용이다. 원칙을 내세운 이사장의 권위는 말할수 없을 만큼 체면이 구겨졌다.
조선대는 변해야한다. 외부의 도도한 물결이 밀려오고 있는 급박한 현실인데도 변화와 개혁을 기대하는 것은 난망이다. 지금 놓여진 위기의 강을 어떻게 건널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역의 산업화와 특화를 시키는 대학 살리기, 이 방안을 마련치 못하면 조선대의 내일은 없다. 서울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계약학과만을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기아와 GGM을 고려한 자동차 계약학과 특화를 위한 기업과 지자체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을 수도 있는 개혁이 진짜 필요 할때다.
조선대에 붙는 민립대학이라는 단어는 영광스러운 문패이다. 지역민의 열렬한 의지로 탄생한 조선대의 주인은 이사회도 돈많이 받는 교수나 교직원도 민주동우회도 아니다. 오로지 학생들이다. 교수와 학생, 직원들이 호남 최대 사학으로서 자존심을 세우고 미래 100년을 세우는 개혁이 다시 시작돼야 한다. 그 개혁의 종을 누가 울릴 것인가?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