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세이 ·최성주> 6·25때 희생 국군과 유엔군 장병들 잊지 말자
최성주 고려대학교 특임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58) 한국전쟁 당시 주요 전투
2022년 06월 13일(월) 13:04 |
최성주 특임교수 |
한국전쟁 기간에 있었던 크고 작은 수많은 전투 중 대표으로 다부동 전투와 인천상륙작전, 서울 수복작전, 철의 삼각지대 전투 등을 꼽을 수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전투 중 한국전쟁 판도에 기여한 것은 대한해협 전투와 장사리 상륙작전이다. 대한해협 전투 무대는 북한 김일성이 남침을 개시한 6월 25일 당일 한반도 남쪽에 위치한 대한해협이다. 그날 오후 경비함 백두산함(701함)은 600명이 넘는 인민군을 태운 북한 선박 1척을 부산에서 북동쪽으로 수 마일 떨어진 곳에서 발견하고 교전 끝에 격침시킨다. 김일성은 6월 25일 대규모 남침을 시작함과 동시에 후방의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 이러한 해상작전을 획책한 것. 전형적인 '전후방 동시타격 작전' 이었던 셈이다. 전쟁 기간 중 부산항을 통해 국군과 유엔군 등 연 병력 590만명, 군수물자 5200만 톤, 유류 2200만 톤이 수송됐으니 당시 대한해협 전투의 승리는 큰 의미가 있다. 만약 인민군 600여 명이 부산 상륙에 성공했더라면 전쟁의 전반적인 양상은 달라졌을 것이다. 대한해협 전투 승리가 가능했던 것은 '한국 해군의 아버지'로 불리는 손원일 제독이 미국으로부터 백두산함을 적시에 도입해서 운용한 덕분이기도 하다. 손원일 제독은 한국 해병대를 창설한 군사 전략가로 평가받고 있다.
장사리 상륙작전은 1950년 9월 15일부터 약 2주간에 걸쳐 경상북도 영덕군 장사리에서 전개됐다.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양동(陽動)작전 일환이었다. 장사리 상륙작전에는 훈련도 제대로 못받은 학도병 770명이 참전한다. 당시 국군과 유엔군의 최대 관심사는 부산을 향해 파죽지세로 진격하던 북한군의 예봉을 여하히 차단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인천상륙작전이라는 일대 모험을 단행하면서 적을 기만하기 위해 계획된 것이 장사리 상륙작전이다. 수많은 학도병이 희생됐지만 이 작전은 인천상륙작전의 성공 및 뒤이은 서울 수복에도 기여했다. 인천상륙작전의 실행은 2차 세계대전 중 필리핀을 비롯한 태평양의 수많은 섬들을 오가며 일본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인 맥아더 장군이 미국 정부를 뚝심있게 설득한 결과다. 서해의 경우 조석간만의 차가 커 당초 미국 연방정부 내에서는 상륙작전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컸다.
다부동 전투는 한국전쟁 당시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꼽힌다. 1950년 8월 백선엽 장군이 지휘하던 국군은 경북 칠곡군 가산면에서 북한군 최정예 부대를 맞아 건곤일척의 혈전을 벌인다. 국군이 북한군의 대공세를 저지함으로써 대구를 거쳐 부산으로 남진하려던 북한군의 예봉을 차단했다. 백선엽 장군이 진두지휘한 다부동 전투의 승전은 한국군의 결사항전 의지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면서 9월15일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견인하는 역할도 수행한 셈이다.
1951년 7월 판문점에서 시작된 휴전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최전선에서는 전략요충지를 확보하려는 양측 간의 처절한 혈투가 계속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1952년 김화, 철원, 평강 지역에서 전개된 '철의 삼각지대 전투'다. 1953년 휴전협정을 체결하기 불과 2주 전 김화 지역에서 전개된 '7·13 전투(금성천 전투)'도 엄청난 인명 손실을 초래한 일대 혈전이었다. 당시 국군은 기본적인 병참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에서 공산군의 침략으로부터 국토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전투에 임했다. 전쟁에서 희생된 국군과 유엔군 장병들을 항상 경건한 마음으로 추모할 도의적 의무가 있다.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구해준 유엔 참전국 장병들의 은혜를 결코 잊어선 안된다. 이들은 가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던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희생된 것이다. 평소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면서 북한 비핵화를 일관되게 이행해나가야 한다. 진정하고 지속가능한 평화정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평화는 공짜가 아니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고대 로마의 군사전략가 베게티우스의 경구도 거듭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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