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 남광주시장 지하주차장 이용 언제까지…
건물 균열 보강용 철제 기둥세워… 공간 협소해 사고 빈번||신축 공사에만 수십 억… 시 "내년에나 예산 확보 가능해"
2020년 06월 24일(수) 17:11
광주 동구 학동에 위치한 남광주시장 지하주차장에 균열 보강을 위해 임시로 세워둔 철제 기둥들.
광주 남구 봉선동에 사는 이모(57)씨는 지난 20일 수산물을 구입하고자 남광주시장 지하주차장을 이용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주차장으로 진입하자마자 출구로 나오던 차량을 피하려다 주차장 천장을 떠받치고 있는 철제 기둥을 들이받았다. 차량 오른쪽 뒷문 아래 펜더 부분이 심하게 찌그러진 탓에 수리비로만 35만원을 지불해야 했다.

남광주시장 지하주차장에 균열 보강을 위한 기둥이 세워지면서 주차 공간 협소 등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 지하주차장 공사 문제를 놓고도 자치구와 상인회, 광주시 사이의 입장 차가 커 이용객들의 불편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건물 균열로 기둥 세워 흉물, 공간 협소 '지적'

광주 동구 학동에 위치한 남광주시장은 지역 대표 재래시장 중 하나다. 바로 옆엔 지하철역과 푸른길 숲이 조성돼 있어 이용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남광주시장 안에는 지상에 위치한 광장주차장과 지하주차장이 갖춰져 있다. 광장주차장에는 장애인 주차구역 2곳 포함 58면의 주차공간이 있고, 602평 규모의 지하주차장에는 84면의 주차공간이 있다. 공간상 여유 문제로 상당수 시장 이용객들은 지하주차장을 이용해 왔다.

하지만 건물 균열 긴급 보강을 이유로 지하주차장 안에 철제 기둥이 세워지면서 주차가 어려워 졌다. 접촉 사고 위험성도 커졌다.

지난해 12월 남광주시장 지하주차장 관리주체인 동구청은 시설안전공단에 지하주차장의 안전진단을 의뢰했다. 당시 남광주시장 지하주차장은 건물 균열문제 지적과 함께 안전등급 가운데 최하인 'E등급' 판정을 받았다.

'시설물의 안전점검 및 정밀안전진단 지침의 상태 평가기준'에 따르면, E등급은 건물에 심각한 노후화 또는 단면 손실 발생, 안전성에 위험이 있는 상태에 매겨진다. 시설안전공단은 동구청 측에 '지하주차장 개축 필요'를 언급했다.

동구청은 지난 1월 용역을 맡기고 지하주차장에 지지대 차원의 철제 기둥 55개를 세웠다. 해당 작업에만 1500만원 정도가 소요됐다.

문제는 철제 기둥들로 주차 공간이 크게 줄면서 시작됐다. 현재 지하주차장에 주차 가능한 차량은 50여 대 정도다. 공간이 비좁아 지면서 차량 한 대가 통로를 지나기도 버거워졌고, 출입하는 차량들이 철제 기둥에 긁히는 사고도 늘었다.

동구청 측이 임시방편으로 철제 기둥에 스티로폼을 감싸고, 출차 방향과 주의점을 표시해 놓았지만, 근본적인 사고 예방에는 크게 미흡한 상황이다.

● 수십억 예산 소요… 신축 놓고 상인회-시 '동상이몽'

문제는 비용이다.

향후 건물 균열 보수 작업에만 10억원 가까운 비용이 든다. 지하주차장 위로 푸른길 공원의 흙이 덮여있는데, 흙의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주차장 내부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보수 작업에는 건물 내부 균열 뿐 아니라 공원 부지 흙 정리 등도 포함되는 탓에 예산이 많이 드는 것이다.

동구청과 남광주시장 상인회는 시에 주차장을 새로 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동구청 일자리경제과 관계자는 "안전진단에서 E등급 판정을 받았기에, 보강을 하더라도 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계속될 것"이라며 "신개축 공사비만도 50억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큰 사고가 나기 전에 빨리 (공사를) 진행하고 싶지만 동구청 자체에서 확보할 수 있는 예산엔 한계가 있다. 시 소유인 만큼 빨리 예산을 확보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호준 남광주시장상인회 매니저는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편의와 안전을 생각해서라도 공사가 빨리 진행됐으면 한다"면서 "깔끔한 건물형 주차장 건립을 원했으나 공원부지라 어렵다고 한다. 시급한 사안인 만큼 올해 안으로 예산 확보 등 계획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큰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시에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빨라도 내년에나 예산이 편성될 가능성이 커 이용객들의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 공원녹지과 담당자는 "현재는 예산 확보 시기도 아닌데다 구와 상인회 측 요구에도 차이가 있어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면서 "동구청으로부터 관리 위탁받은 남광주시장 상인회는 주차장 전반에 대한 종합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시 소유라는 이유로 건물 문제 해결을 시에만 요구하는 상황이라 관련 부서별로 검토하려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 예산담당과와 민생경제과 역시 연말께 예산 계획을 수립, 내년도 본예산에 지하주차장 신축계획을 반영시킬 계획이라고 답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