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랑’ 자전거
2018년 11월 05일(월) 21:00
“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과 길 사이에 엔진이 없는 것은 자전거의 축복이다. 자전거는 몸이 확인할 수 없는 길을 가지 못하고 몸이 갈 수 없는 길을 갈 수 없지만, 엔진이 갈 수 없는 모든 길을 간다.” 지난 2000년 소설가 김훈이 쓴 ‘자전거 여행’에 나오는 이야기다. 김훈은 누구보다 자전거를 좋아하고 즐겨 탄다고 한다. 인기 작가가 된 이후 저자 소개란에 ‘자전거 레이서’라고 쓸 정도였다. 그가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돌면서 쓴 ‘자전거 여행’은 우리나라에 자전거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자전거는 인간의 발명품 가운데 최고의 작품이다. 두 바퀴로 균형을 잡아가며 굴러가는 모습은 언제봐도 오묘하고 아름답다. 페달을 밟을 때 느끼는 속도감도 상쾌하다. 체중이 감소하고 현대인의 고질인 허리통증을 낫게 하는 것도 자전거가 주는 축복이다. 천천히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면 평소 보이지 않는 것들도 눈에 들어온다. 공해와 에너지 절약, 도심 교통난을 해결하는 유일한 대안이기도 하다.

자전거 예찬론자도 수없이 많다. 가수 김세환은 80년대 산악자전거에 입문한 뒤 40여 년이 가까이 자전거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재오 전 국회의원이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금도 자신을 ‘자전거 마니아’라고 소개한다. 전 주한 미국대사 캐슬린 스티븐스는 재임 중 자전거로 한반도를 종주해 화제를 모았다. 아인슈타인, 버나드 쇼, 케네디, 루스벨트 대통령 등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자전거 예찬론자로 유명하다.

여수시가 전국 최초로 공영자전거 무인대여기와 스마트폰을 결합한 대여 시스템을 도입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에 공유경제를 결합한 이 시스템은 공영자전거 대여 앱인 ‘여수랑’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간단한 인증으로 자전거를 빌릴 수 있어 벌써 호응이 높다고 한다. 요금도 하루 1000원, 한 달 5000원으로 저렴하다. 미국 극작가 마크 트웨인은 생전 “자전거를 사라. 살아 있다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여수랑을 깔고 자전거를 빌려라. 그리고 여수를 둘러본다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는 21세기 버전의 풍자가 젊은 층에 회자할 것 같다.

이용환 전남취재본부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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