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29일(월) 21:00

전남지역에 태양광 발전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태양전지판 설치 과정에서 환경 훼손, 안전 등 문제가 지적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나주 대도저수지에 설치된 수상태양광 발전단지. 뉴시스

전남에 태양광 발전 열풍이 불고 있다. 일부 지자체들의 태양광발전 규제 조례 개정과 수익성이 좋다는 투자자들의 판단과 함께 전남지역의 땅값이 싸고 일조량이 풍부하다는 점이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하지만 태양전지판 설치 과정의 환경 훼손과 안전, 사업부지 주변 지역 주민과의 마찰음이 곳곳에서 일어나는 등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태양광 발전 투자 열풍 ‘전남’

전남에서는 올해 3월까지 태양광 발전시설 누적 허가 건수가 1만9165건(설비규모 5178.2㎿)이다.

특히 지난해 태양광 발전 시설 허가 건수가 3533건(2080.1㎿)으로 1년 전인 2016년 488건(569.2㎿)에 비해 무려 7배 이상이 증가했다.

올해 허가 설비 규모는 지난 3월 현재 920.8㎿로 이같은 추세면 연말엔 지난해의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발전시설 허가 면적도 2016년 243만㎡에서 지난해 961만㎡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신안, 무안, 해남, 보성, 고흥 등 태양광발전 최적지로 꼽히는 지역에서 신청이 계속 쇄도하고 있다.

신청이 늘면서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 가동하는 곳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남지역 태양광 발전 상업운전 시설은 5442곳 1214.2㎿이다.

해남이 769곳에서 239.4㎿로 가장 많이 가동되고 있다. 이어 고흥 578곳 124.5㎿, 영암 402곳 87㎿, 신안 84곳 77.2㎿ 순이다.

특히 지역별 태양광 발전시설 면적비율은 전남이 25.7%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이어 경북 22.7%, 전북 11.9%, 강원 10.9%, 충북 7.0% 순이다.



●정부 정책.안정적인 수익 보장

태양광 발전 건설 붐은 정부의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정책이 배경이다. 정부 방침에 따라 지자체들도 규제보다는 태양광 발전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조례를 개정하면서 열풍이 불고 있다는 게 전남도와 일선 지자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곳이 신안군이다.

신안군은 지난해 12월 도시계획조례 개정으로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거리 제한을 완화했다. 기존에는 해안선과 도로에서 1㎞, 주택에서 500m 거리 내에는 태양광 발전 시설을 지을 수 없도록 했으나 개정된 조례에서는 해안선과 도로 100m, 주택에서 50~100m까지로 바뀌었다. 조례 개정 뒤 이달까지 신안군이 접수한 태양광발전소 건립 신청은 1800건을 넘어섰다.

무안군과 신안군도 조례를 개정하면서 태양광 발전 건립 신청이 부쩍 늘어났다.

안정적인 수익성이 보장된다는 판단도 한몫을 하고 있다. 태양광발전 사업은 민간이 한국전력공사 등과 20년 장기 계약을 맺고 발전 설비를 갖춰 생산한 전력을 판매해서 수익을 올리는 계통연계형 방식으로 진행된다.

태양광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한전에 전력판매가격(SMP)으로 판매한다. 또 한국수력원자력 등 18개 대형 발전사에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팔아서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확실한 수익원’이 보장되는 태양광 발전소인 셈이다. 한전과 대형 발전사가 전력을 사주기 때문에 안정성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 이하 소규모 신재생 발전설비에서 생산한 전력 구입을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환경훼손 논란과 주민 갈등 부작용

난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태양광 발전의 대표적 부작용이다.

영암군 금정면 주민들은 활성산에 들어서는 100㎿급 태양광발전소가 전자파로 인해 지역 명물인 대봉감 생육에 지장을 줄 수 있고 환경 파괴로 이어진다며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보성군 구룡마을 주민들도 인근 야산에 태양광 발전소 허가 신청이 접수된 이후 넉달째 태양광 시설 설치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허가가 나면 마을 전체가 태양광 패널에 둘러싸여 자연경관을 해치고 환경 훼손은 물론 폭우 때 토사유출로 인한 피해가 우려된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무안군의 도로 곳곳에는 태양광 발전소가 바다와 농촌, 농민을 죽이는 흉물 재앙이라며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목포 달리도 주민들은 태양광 건설과 경관 훼손 등을 놓고 1년여 동안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신안군에서는 최근 천일염 가격이 폭락하면서 염전을 태양광발전 업자에게 팔거나, 아예 소금 농사 대신 태양광발전 사업에 나선 주민들이 늘면서 염전 땅값이 2배 이상으로 오르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고흥군 해창만 간척지 일원에 구상 중인 2000억원대의 수상 태양광 발전소 건립사업은 사업자 선정 전부터 일부 업자들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여는 등 업자들간 경쟁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주민들의 눈총을 사기도 했다.



●거리 제한 강화와 이익 공유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전남의 일부 지자체는 태양광 발전시설의 거리제한을 강화하는 운영지침을 마련해 적용하고 있다.

무안군은 지난 4월 말부터 민가 10가구 이상일 경우 300m, 민가 10가구 이하일 경우 200m, 도로법에 의한 도로는 300m로 거리 제한을 강화했다.

고흥군도 지난해 6월 도로와 주택 거리 제한이 100m에서 500m로 강화됐다.

태양광 발전 사업에 주민을 참여시켜 이익을 함께 나누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무분별한 난개발과 주민 갈등을 개선하고 지역민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해보자는 취지다.

신안군은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에 관한 조례’를 전국 최초로 만들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주민들의 참여를 의무화했다.

조례는 태양광.풍력 발전소를 지을 경우 주민이 설립한 조합이 전체 투자비의 30%를 대는 방식으로 개발이익을 나누도록 하고 있다.

고흥군은 해창만 수상태양광 발전사업을 ‘주민 참여형’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총사업비 2000억원이 투자될 예정이며, 발전소로부터 반경 1㎞ 이내에 있는 읍.면에 1년 이상 거주한 주민이면 전체 지분의 22%까지 참여할 수 있다.

주민이 태양광 사업에 단순히 참여하는 ‘주민참여형’을 넘어 주민 스스로 사업을 주도하는 ‘주민주도형’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진도 신재생에너지 주민협동조합은 진도군 지산면 거제리 보전호에 ‘주민주도형 수상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수상태양광 발전설비용량은 40㎿에 달하며 사업비는 약 93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협동조합은 보전호 주변 반경 1㎞ 내에 있는 지산면 갈두리와 거제리 마을 주민들로 구성돼 있다. 이 협동조합은 이 수상태양광 사업의 사업주관사로서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전남도는 태양광 발전시설의 난개발을 막기위해 지난 8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태양광 개발행위허가 심의 권고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권고안에는 주변의 자연경관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입지의 적정성을 검토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최동환 기자 cdstone@jnilbo.com

신안=정기찬 기자 gc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