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령 국가교육회의 의장님께 보내는 편지
2018년 05월 27일(일) 21:00 |
평화의 기운이 가득한 나날들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는 비갠 뒤 열리는 맑은 하늘처럼 곳곳의 적폐가 잘 청산되어 가고 있는 듯 합니다. 특히, 의장님이 맡으신 국가교육회의는 백년지대계의 교육개혁의 큰 그림을 그려야하는 중책을 맡고 계신 터라 늘 노심초사 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우리사회의 교육문제는 시한폭탄과 같아서 금방 찬반양론으로 갈려서 논란이 심화되고, 그러다보면 기계적 평균점을 찾아서 조용히 마무리 되는 것이 지금까지의 교육개혁의 일반적 흐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장님께서 맡고 계신 국가교육회의 또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수능이냐 학종이냐의 논쟁을 거치고 나면, 기계적 의견수렴의 모양으로 정리되지 않을까 우려가 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말입니다. 왜 그럴까요? 왜 수많은 교육개혁에 대한 논란은 고담준론의 교육철학 논쟁만 무성하고 우리교육의 현실을 개선하지 못할까요? 답답한 마음에 의장님께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안타깝게도 그동안의 수많은 우리교육에 대한 진단과 처방은 백약이 무효였습니다. 여전히 우리 아이들은 입시경쟁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고, 학부모님들은 허리가 휘고 있고, 젊은이들에게 출발부터 패배감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신인령, 국가교육회의 의장님!
교육은 복지입니다. 누구든 원하는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게해야 하고, 집안 형편을 떠나서 자신의 소질을 찾고 계발하는 일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몫입니다. 그래서 배우고 익히는 문제에서 소외가 없어야 합니다. 많은 선진국의 복지국가 고민속에는 대학의 공공성이 중요한 과제인데, 왜 우리는 OECD 10위권의 국가가, 대학의 공공성 문제를 그렇게 소홀히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시쳇말로 공부를 못해서 대학에 못가는 것은 조상 탓이 아닙니다. 교육은 국가의 책무입니다. 많은 선진국에서 대학공공성을 위해 많은 국가예산을 대학운영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젊은이들이 좌절하지 않고 필요한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을 때 국가경쟁력이 살아난다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 문 앞에 멈춰서 있는 우리 공교육을 혁신하는 길은 대학공공성을 확보해서, 대학을 교육복지 영역으로 과감하게 편입하는 것입니다. 반값등록금은 소중한 단초입니다. 이제 한줄세우기 교육을 끝내야 합니다. 그래야 유초중고 교육이 정상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 수능이냐, 학종이냐의 문제는 국가교육회의가 전념해야 할 핵심과제가 아닙니다. 입시경쟁교육을 극복할 대학공공성 확보를 위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의장님의 지상최대의 과제입니다.
일부의 뜻있는 학자들과 현장의 교원들과 학부모들, 정치인들이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교실혁명을 통해 계층사다리를 복원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제 문제의 본질을 정면으로 응시할 때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국회는 입시경쟁교육 극복과 대학공공성 확보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민적 뜻을 모으고, 기업들은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합니다. 사립학교들은 점차 공영형 대학으로 연착륙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 모든 환경을 조성하는 뇌관 역할을 국가교육회의가 담당해야 합니다. 다시 교육은 복지입니다. 대학공공성을 확보하여 한줄세우기 교육을 끝장내고, 우리의 젊은이들이 원하는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그래서 국민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줘야 합니다.
신인령 국가교육회의 의장님!
물론 일의 크고 작음을 넘어서, 교육에 관한 문제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의 삶이 달린 문제인 만큼 신중을 거듭해야 할 일입니다. 그 와중에서도 말 그대로 백년지대계의 교육혁명의 씨앗을 만드는 소중한 일이 방치되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교육개혁은 일부학자들의 지적실험장이 아닙니다. 변죽만 울리고, 본질을 건드리지 못하는 개혁 잔치를 그만 보고 싶습니다. 많은 시간과 국민적 지혜가 필요한 문제를 단 시간내에 해결하는 태도는 교육문제에서 만큼은 최악의 적폐입니다. 문제의 본질을 붙들고 긴 시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문제는 특정조직이나 특정부서의 일이 아니라, 국민적 힘을 모아야 할 일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이재남
광주시교육청 정책기획관
gh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