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 '지역인재 채용 확대'가 바꾼 대학가 풍경
대학생들 가뭄속 단비… 입주기관 맞춤형 학과 인기
2018대입 한전 관련 '이공계열' 학과 경쟁률 급상승
지역인재 의무채용 확대로 지역대학 취업률 높이기
2018년 02월 12일(월) 21:00
오는 2022년까지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의무채용 비율이 30%로 확대됨에 따라 나주혁신도시 내 한전 등 대규모 공기업 취업을 위한 광주ㆍ전남지역 대학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2017 빛가람 국제전력기술 엑스포 채용박람회'에 참석한 구직자들이 참가업체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전남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9%, 17년 만에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최근엔 특정 은행들이 이른바 SKY대(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을 뽑기 위해 채용 점수를 조작한 사건도 불거졌다. 지역 대학생들은 기업들의 노골적인 지방대 차별과 갈수록 높아지는 취업 문턱 탓에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지만 이 역시 엄청난 경쟁률 탓에 쉽지 않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을 의무화한 '혁신도시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특별법'이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는 것은 지역 대학생들에겐 '가뭄 속 단비'와도 같은 일이다. 지역대학의 혁신도시 취업률 제고를 위한 노력과 성과 등을 살펴본다.

●에너지 관련학과 경쟁률 급상승

광주ㆍ전남지역 대학 입시 경향 변화부터 혁신도시에 대한 '희망'이 감지된다. 지난해 말 일제히 진행된 광주ㆍ전남 대입 원서 접수 결과, 지역 대학의 경쟁률이 일제히 상승했다. 입시전문가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지난해보다 쉽게 출제된 데다 절대평가가 도입된 영어의 1등급 비율이 10%를 넘어 변별력이 약해지면서, 수도권 대학 진학 예정이던 입시생들이 하향지원을 한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어차피 서울을 가도 취업이 힘들다면 지역에서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을 노리는 게 낫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그 결과 전남대학교의 경우 정시모집에서 지난해 3.84대 1의 평균 경쟁률보다 크게 상승한 4.46대 1을 기록했다.

학과별 경쟁률에선 12대 1을 기록한 건축학부가 가장 높았지만, 주의깊게 봐야 할 부분은 이공계열이다. 전기공학과(9.80대 1), 에너지자원공학과(7.57대 1) 등의 경쟁률이 2017년 대입때 보다 급상승했다. 이들 학과는 혁신도시 이전 공기업인 한전 관련 학과다.

나주에 자리잡고 있는 동신대도 전통적인 강세인 한의예과(10.2대 1)를 제외하면 전기공학 전공이 6.1대1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조선대와 호남대, 광주대 역시 이공계열 학과가 강세를 보였다.

전남대 입학사정관실 관계자는 "과거엔 지방대학은 졸업 후 취업에 대한 비전이 없다는 이유로 무조건 서울 대학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최근 들어 나주 혁신도시 취업을 목표로 서울 유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혁신도시가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대학별 취업 노력 가속화…취업자도 증가

지역 대학의 혁신도시 취업 노력도 가속화하고 있다.

전남대는 2013년부터 전기공학과 교과과정을 혁신도시 에너지 관련으로 개편했다. 여기에 △취업특강 및 취업캠프 △직업기초능력 영역별 집중교육 실시 △직업기초능력 모의고사 매월 실시 △취업캠프 등을 통해 한전 취업 정보를 제공하고 시험 대비를 하고 있다.

전남대는 또 전력거래소, 한전KDN, 한전KPS에서 진행하는 빛가람학점과정 현장실습도 연간 2회씩 매회 40여명씩 참여토록 하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11명) 또 한전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한전 사원들만을 대상으로 경영전문대학원에 KEPCO MBA 과정을 매년 6월 개설한다.

이런 노력 덕에 전남대는 졸업 전 취업을 기준으로 지난 2016년 37명이 한전에 입사하는 등 매년 취업자가 늘고 있다.

동신대는 혁신도시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8개 전공 규모의 단과대학인 에너지융합대학을 신설 운영하고 있다. 융합대학에는 △신소재 에너지 △신재생 에너지 △에너지기계설비 △전기공학 △전기차제어 △에너지시스템경영공학 △에너지IoT △융합정보보안전공 등의 전공이 있다. 또한 혁신도시 이전기관 입사를 주목적으로 한 영어 강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컴퓨터 활용 능력 강좌 등을 개설해 소수의 선발된 학생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

동신대의 경우 지난해 전기공학과 출신 2명이 한전 공채에 합격했다. 동신대는 이 2명을 시작으로 앞으로 합격자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호남대는 2014년과 2017년 각각 1명의 전기공학과 출신이 한국수력원자력과 한전에 입사했다. 전통적으로 이공계보다는 어문ㆍ예술계열이 강세를 보이는 호남대지만 지속적인 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혁신도시 취업자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동신대 관계자는 "우리 뿐만 아니라 지역 4년제 학교라면 혁신도시 인재채용에 대해 촉각을 세울 수 밖에 없다"면서 "각 학교마다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신설해 지역 취업률을 높이는데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역차별 주장 제기…"원활한 정착이 우선"

혁신도시 지역인재 의무할당에 대해서 혁신도시가 없거나 규모가 적은 지역을 중심으로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지역대학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지난달 25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대전ㆍ충남지역은 행복도시 조성으로 인해 혁신도시 개발 예정지구로 선정되지 않아서 지역할당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해당 지역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인섭 조선대 교수(행정복지학)는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규모 등이 지역별로 균등하지 않아 지역인재 채용을 둘러싼 타 지역의 불만이 나올 수 있다"며 "전북혁신도시에는 농촌진흥청 등이 입주해 있지만 채용 규모가 크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혁신도시간 지역 인재 채용 불균형 주장에 대한 국토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 제도의 취지가 지방대학 활성화를 통한 서울-지방간 불균형 해소에 있기 때문에 지방 출신이어도 서울 소재 대학 출신은 의무채용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며 "지금은 제도의 원활한 정착에 신경써야 할 때로 역차별 문제를 거론할 단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전남대 관계자 역시 "지금은 역차별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 낙후된 지역 상황과 차별받는 지역대학 졸업생들의 취업이 우선"이라며 "역차별에 대한 불만제기가 들어온다 해도 지역 대학으로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현재로선 취업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노병하 기자 bhr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