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튼 스쿨' 동문 트럼프?
2017년 04월 19일(수) 00:00

학벌에 무관심한 것 같지만 은근히 학벌을 따지는 나라가 미국이다. 특히 미국 상류사회에서는 명문 사립고에 하버드나 예일대를 나와야 행세를 하는 문화가 존재한다고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닉슨'에는 당시 백악관 참모들이 닉슨 대통령의 출신 학부를 거론하면서 뒷담화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닉슨은 명문 듀크대 로스쿨을 우등으로 졸업했지만 학부는 시골에서 나왔다. 캘리포니아주 LA 인근에 있는 공업도시 휘티어에 소재한 휘티어대학교가 그의 모교다.

지난 13일 열린 TV토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한 말을 두고 누리꾼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그는 "최우선적으로 미 정상과 통화하겠다. 와튼 스쿨 동문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쟁은 절대 안 된다고 하고, 시진핑 주석에게도 북에 압력을 가하라고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회자가 "북이 도발 수위를 높이고 미국이 군사적 타격을 가하려고 한다면 어떻게 대응하겠나?"라고 물은데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자신이 다른 대선 후보들에 비해 학벌이 뛰어나다는 것을 은근슬쩍 부각시킨 것이다.

안 후보가 트럼프와 와튼 스쿨 동문인 것은 팩트다. 안 후보는 와튼 스쿨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에서 EMBA 과정을 밟았고, 트럼프는 와튼 스쿨 필라델피아 캠퍼스에서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안 후보는 와튼 스쿨에서 경영자들을 위한 MBA과정인 EMBA 과정을 밟고 2008년 4월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를 지칭하는와튼 스쿨은 세계 최고의 경영전문대학원이다. 미국 MBA 평가에서 줄곧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와튼 스쿨은 필라델피아 캠퍼스(동부)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서부) 두 곳에서 EMBA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누가 됐든 미국 명문대에 유학을 해서 공부를 한 것은 칭찬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자신을 낮춰야 할 대선 후보가 TV 토론에서 굳이 그것을 자랑할 필요가 있었을까? 상고가 최종 학력인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더라도 국민들은 학벌 좋은 사람을 대통령 후보로 선호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명문대를 나왔다고 해서 좋은 대통령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안 후보가 TV 토론에서 와튼 스쿨 출신이라는 사실을 강조한 것은 아무래도 전략적인 미스가 아닌가 싶다. TV 토론 후 안 후보의 지지도가 더 떨어지고 있다니 지금쯤은 그가 후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박상수 논설실장ss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