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영춘마을 가면 65세도 청년회원
70세 넘어야 어른대접
고령화에 일꾼 없어
회원수 유지하려고 결정
전남 5명중 1명 65세 이상
고령화에 일꾼 없어
회원수 유지하려고 결정
전남 5명중 1명 65세 이상
2017년 02월 15일(수) 00:00 |
특히 젊은층이 부족한 농촌 노인들은 한 가닥 존엄마저 지키기 힘든 불안한 시대를 맞고 있다.
지난해 12월 해남 옥천면 영춘리 청년회는 정기총회를 통해 회원 자격을 65세로 상향 조정했다. 마을 주민들의 고령화로 청년회원 확보가 어려워서다. 당초 59세까지로 제한됐던 자격이 풀리면서, 올해 졸업했어야 할 회원 3명이 청년회 활동을 이어가게 됐다.
영춘리에선 70대를 넘겨야 '어른' 소릴 들을 수 있다. 젊은층의 이농현상과 함께 과거에 비해 수명이 늘면서 마을 주민의 평균 연령이 수직 상승한 탓이다. 회갑을 넘기고 손자까지 본 60대 마저 '청년'의 범주에 넣게 된 배경이다. 50~60대 청년회원들은 70대 이상 어른들을 위해 어버이날 행사를 준비하고, 마을회관 비품을 마련하는 등 활동을 해나간다.
이경찬(54) 영춘리 청년회장은 "청년회는 마을 공동체를 유지하는 일꾼 역할을 하고 있는데, 점차 시골에 사는 젊은이가 줄어들어 회원수를 유지하고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며 "과거에 비해 수명이 늘어 이제 마을에서 50~60대는 어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여론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다른 마을의 경우 청년회가 아예 사라진 경우가 다반사"라며 "당장 마을 어르신들을 돌볼 주민들이 없어지는 판에 60대 노인들도 청년회 활동을 하고있다"고 덧붙였다. 예전같았으면 30~40대 '진짜' 청년들의 봉사를 받아야 할 이들이 수고로움을 감수하며 나선 까닭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남지역 65세 이상 인구는 37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21.1%를 차지해 전국에서 노인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역지방자치단체 중에선 최초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상황. 유엔은 65세 인구 비중이 전체의 20%를 넘어서면 초고령화 사회로 규정하고 있다.
고령화 가속에 사회적 문제도 늘고 있다. 젊은층이 협소한 농촌지역에선 청년회나 부녀회 등 마을 내 조직이 자취를 감춰 마을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전남지역은 총 노인 인구의 31.2%가 홀로 거주하는 상황. 해마다 고독사가 늘자 전남도는 지난해 '고독사 지킴이'를 도입해 운영할 정도다.
노인이 범죄에 연루되는 비율도 크게 늘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6'에 의하면 인구 10만 명당 61세 이상 형법범죄자수는 1994년 25.6명에서 2013년 151명으로 5.9배 증가했다. 범죄 피해 대상이 되는 경우도 지난 20여 년간 8.8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마땅히 갈 곳이 없는 노인들은 경로당으로 속속 모여들지만 이곳에서 조차 갈등은 발생하고 있다. 노인 수 증가에 따른 당국의 복지정책이 보폭을 맞추지 못하면서 한정된 경로당 지원금을 독점하는 이른바 '노인 일진'이 등장하는가 하면, 노인 간 따돌림도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경찬 영춘리 청년회장은 "한 시대를 거쳐온 노인들이 존중받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며 "우리 마을 경우는 아직 공동체가 유지되고 있지만 청년회원들도 고령자들이라 한계가 있다. 사회 전체 차원에서 방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정대 기자 jd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