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폴리, 의미있는 새로운 출발
2017년 01월 24일(화) 00:00



지난 18일 산수동에 위치한 식당 '청미장'에서 '맛있는골목협동조합'의 오명구 이사장(33)을 만났다.

10일 광주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행사를 갖고 그 모습을 드러낸 쿡폴리(Cook Folly)를 취재하기 위함이었다.

'청미장'은 광주 비엔날레의 3차 폴리 중 하나인 쿡폴리로, 요리를 통해 광주의 멋과 맛, 그리고 침체돼 있던 구도심을 살리기 위한 폴리다.

오 이사장은 "이전 폴리가 조형물에 취중된 반면에 3차 폴리에서 '맛'이라는 주제를 청년실업 등의 사회문제 해결의 열쇠로 풀어가 시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의 폴리가 갖지 못한 부분이자, 시민들의 비판을 받았던 부분이기도 하다.

광주 폴리(Gwangju Folly)는 '도시 재생'을 목적으로 광주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공공 예술물이다. 그런 폴리가 주변 상인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보행자에게 불편을 초래하다면 당연히 비난이 쏟아질수 밖에 없다.

실제로도 그러했다. 전문가들은 광주 폴리의 문제점에 대해 '폴리들 간의 물리적 통일감과 각각의 독립된 작가 중심의 작품으로 주변 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그러나 광주 폴리의 근본적인 문제는 폴리 형성과정에서 시민과의 교감이 결여된 것이 가장 크다.

광주 폴리는 공공 예술물처럼 야외 조형물이 대부분이다. 이를 추진한 광주 비엔날레는 "폴리가 광주의 역사ㆍ문화를 담고 있다는 기존의 공공 조형물과 차별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광주 폴리가 형성 과정에서 시민들과의 소통과 이해가 전제됐었는지 의문이다.

시민들이 폴리에 대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기대하는지' 들어보지 않은 채 세워진 조형물이 '광주를 담고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것은 그저 빈 공간을 미관으로 채우기 위해 일방적으로 들여놓은 공공 조형물과 다를바가 없다.

이런 지속적인 비판과 질문에 광주 비엔날레는 이번 3차 폴리를 답으로 내놓았다.

쿡폴리는 광주에 사는 저명한 한옥 장인이 기둥 밖에 남지 않은 폐가를 직접 개조한 건물이다. 또한 경리단길로 유명한 셰프 장진우를 작가로 참여시켰고 광주를 '음식의 도시'라는 명성을 갖게 한 1950년대 한식집 '청미장'의 이름을 붙여 광주의 역사ㆍ문화를 반영하는 폴리의 기존 취지도 살렸다. 무엇보다 폴리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공모를 통해 청년들을 선발해 교육시키고 폴리를 그들의 '일터'로 만들었다.

실제로 쿡폴리 청미장에는 취재를 하는 와중에도 찾아오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SNS 상의 반응도 상당하다.

나아가 폴리에 대한 관심도 한층 많아졌다.

결국 예술은 작가의 것이기도 하지만, 도시 예술의 경우 시민들의 것이기도 한다는 아주 간단한 진리를 광주비엔날레는 오랜 시간의 실패 끝에 알게 된 것이다. 늦었지만 박수를 보낸다.


김화선 뉴미디어팀 기자hs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