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마을교육공동체 현장을 가다 <14> 씨앗 동아리 '두드림'
중학생들 함께 쓴 신창ㆍ신가ㆍ수완동 문화유산 답사기
풍영정ㆍ장고분ㆍ월봉서원 등 유적지 답사… 강사는 마을주민 판넬 전시하고 책자도 만들어
내가 만약 그때 살았더라면?
전통 도자 만들기 공예체험도
2016년 12월 19일(월) 00:00
진흥중 3학년 학생들이 광주 광산구 신가동 풍영정을 답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두드림 제공
중학생들이 직접 발품을 팔며 조사한 광주 광산구 신창ㆍ신가ㆍ수완동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책으로 나온다.

'우리마을 문화유산 교과서'란 제목의 이 책자는 진흥중 마을교육공동체 씨앗동아리 '두드림' 참여 학생들이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신창ㆍ신가ㆍ수완동에 흩어져 있는 문화유산 자료를 조사하고 현장 답사한 결과물이다.

책자는 지역 아이들과 청소년뿐만 아니라 광주시민들이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흥미로운 해설, 현장의 생생한 사진을 소개함과 동시에 자체 제작한 각 코스별 탐방지도가 수록된다. 또 도자, 한지, 마을소개판넬 등 학생들의 체험활동도 담겨진다.

총 36페이지 분량으로 구성된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풍영정에 얽힌 전설이 있어요 △우리 마을에 장구모양 무덤이 있다던데…? △수완동 왕버들을 아십니까? △신창동 유적지를 찾아서 △월봉서원, 선비정신의 뿌리를 만나다 등이 있다.

이 책자는 이달 말까지 출간할 예정이며, 교육자료로 활용하도록 마을의 작은도서관과 신창ㆍ신가ㆍ수완동에 소재한 초ㆍ중ㆍ고교에 배포될 계획이다.

학생들이 마을 문화유산 답사기를 펴낼 수 있었던 것은 마을교육공동체사업의 지원 덕분이다.

진흥중 3학년 학생 30명은 진흥중 교사 6명, 마을 주민 6명과 함께 지난 7월2일부터 마을공동체 씨앗동아리 '두드림'의 '우리 마을 전통문화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동안 교실 안에서 교과서만으로 이뤄지던 수업을 학교 밖 마을문화유산을 찾아가 살아있는 지식을 배우고 자기역량을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먼저 전남대 문화재학 박사를 초청해 지역 내 선사유적, 유교문화재, 불교문화재, 누정, 민속문화 등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마을주민과 교사들은 1차로 토요일인 7월 9일, 16일, 30일 3회에 걸쳐 풍영정, 월계동 장고분, 신창동 선사유적, 수완동 왕버들, 월봉서원, 신룡동오층석탑, 용아생가 등을 답사했다. 마을주민들은 답사 후 스터디를 통해 교육 자료를 만들었다.

학생들은 방학기간인 8월1일과 2일 2회에 걸쳐 문화유산답사를 진행했다. 이 때 마을주민들은 강사를 자청해 미리 만든 교육자료를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문화유산교육을 실시했다.

학생들은 전통공예체험의 기회도 가졌다. 신창동선사유적지에서 출토된 토기, 토우 등을 토대로 '내가 만약 그때 살았다면 난 이런 그릇을 만들어서 사용했을 거야!'라는 주제로 도자공예체험을 진행했고, 월봉서원을 다녀와서는 오방색을 이용한 한지공예체험을 갖기도 했다.

아이들은 평소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던 풍영정 등 마을의 문화유산에 관심을 갖게 됐고, 무심했던 '왕버들로'와 '풍영정길' 등 도로명이 마을의 문화유산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깨들으면서 마을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됐다.

정병흠(진흥중 교사) 두드림 대표는 "아이들이 약속 장소나 특정 지역을 설명할 때 '난 어제 가족들이랑 밥 먹고 풍영정가서 바람 쐬고 왔어', '야! 장고분 앞에 있는 ○○건물 앞에서 보자', '난 지난 주말에 가족들이랑 왕버들 옆에 있는 식당 갔다'라고 말하는 등 마을교육공동체 활동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일상생활 속에서 마을 문화유산을 느끼고 함께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학교에만 선생님이 있는 것은 아님을 깨달았다. 신가동 '꿈쟁이 작은 도서관'에서 만난 이은주 관장을 비롯해 전통공예체험에 도움을 준 송기성ㆍ이명훈 도예가, 박현미 한지공예가, 신창동 선사유적지에 대해 설명을 해줬던 마을 강사들도 모두 선생님이었다.

학교 밖 활동을 통해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낀 학생들은 스스로 마을 문화유산을 쉽게 이해하고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홍보 판넬과 소책자를 제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모둠을 구성해 각 모둠별로 문화유산 한 곳씩을 정하고 공식적인 자료와 전설, 민담 등 조사 작업을 거쳤다. 그리고 지난 9월 2주간에 걸쳐 6개의 판넬을 만들었고, 두드림 활동 결과물들은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진흥중에서 열린 '2016진흥비엔날레'행사에서 '세상의 중심에서 항꾸네(함께)를 외치다'는 주제로 마을교육공동체 특별전을 열어 큰 호응을 받았다. 또 교육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소책자 발간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마을교육공동체 씨앗동아리 '두드림'은 학교 주변의 마을 환경을 적극 활용한 사례다. 선사시대부터의 문화유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신창ㆍ신가ㆍ수완동의 문화와 역사, 자연환경, 이곳에 터전을 잡고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가들을 공교육 안으로 끌어들여 학생들에게 마을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하고 성취감을 이뤄내게 한 것이다.

최동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