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마을교육공동체 현장을 가다 <11> 일곡마을 배움청
품앗이 방과후교실ㆍ육아모임… 학부모들이 이룬 교육자치
젊은세대 밀집한 대표 교육지구
모든 학교 행사 유기적 연결
사교육 줄여가는 부모 참여 교육
2016년 11월 28일(월) 00:00
일곡마을은 광주를 대표하는 교육지구다. 육아와 아이들의 학습에 관심 있는 젊은 부모들이 많이 모여 살고, 초ㆍ중ㆍ고등학교도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교육실험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일곡마을은 지금은 마을교육공동체들의 귀감이 되는 곳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폐교 위기에 몰렸던 북초등학교는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을 전개한 주민들 덕분에 분교가 본교로 승격됐다. 학부모 참여의 대표적 모델이자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협력하는 케이스로 자리 잡았다.

일동초등학교에서 마을 주민들이 아빠랑 캠프를 열고, 살레시오 고등학교와 함께 세월호 추모문화제를 여는 등 학교와 마을이 협력하는 경험을 꾸준히 쌓아왔다.

이렇듯 일곡마을은 마을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를 2년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주민들의 교육역량을 축적해왔다.

학원 등 사교육 대신 부모 참여형의 보육 및 교육은 일곡마을의 자랑거리다. 품앗이 방과후교실(개구리교실ㆍ한새봉마을학교) 및 품앗이육아모임(꿈꾸는달ㆍ햇살아이), 발도르프초등학교 등 자생적인 돌봄교육 공동체들이 운영되고 있다. 함께 키우고 성장하는 마을, 새로운 교육에 대한 주민들의 열망이 마을의 다양한 교육 자원, 학교와 버무려져 새로운 마을교육공동체의 모델인 일곡마을을 만든 것이다.

마을의 교육ㆍ배움과 관련한 모든 사업ㆍ활동을 기획 조정하고 주민들과 공유하는 허브 조직이 '일곡마을 배움청'이다. 배움터 네트워크인 '일곡마을 배움청'은 마을 학부모회, 교사회, 학생회 등 학교를 구성하는 주체들의 자치조직을 지원한다. 그로 인해 '교육'을 매개로 한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일곡마을학교는 각각의 배움터에서 진행되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활동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입학식부터 졸업식까지의 학교 전체 행사는 배움터와 학생, 교사, 학부모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운영된다.

배움터 프로그램은 '삶을 위한 교육'이란 마을학교의 정체성을 충실히 구현해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지원하도록 구성돼 있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강사는 가급적 마을 사람들이 맡는다. 여의치 않으면 강사 양성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있어 마을 강사진이 나날이 풍성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마을에서 좋은 삶과 공동체를 가꾸려고 하는 주민들이 많고, 광주시 창조마을과 인권문화마을, 생태문화마을(한새봉 개구리논 공동경작) 등 많은 활동들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오면서 마을자치역량이 성장했다. 생활협동조합(아이쿱생협, 한살림생협)과 마을기업, 대안교육추진 주민모임, 방과후 품앗이 모임, 인문학 공간, 아파트 주민사랑방, 한새봉 두레, 일곡도서관, 향토음식박물관 등 주민조직과 공간, 활동이 튼튼하다.

일곡마을 배움청은 청소년들이 자신들이 거주하는 마을을 알게 되고 소속감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교사와 주민들이 협력해 더 많은 마을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한새봉과 주변의 농촌 마을을 기반으로 한 생태교육 △마을의 변화를 바탕으로 한 역사 지리 교육 △마을주민들의 다양한 직업과 삶을 기반으로 한 진로교육 △도움과 일손이 필요한 곳을 기반으로 지역사회 봉사활동 등이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은 마을 사람들의 재능 나눔을 통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배움의 관계망을 구성해가고 있다.

이런 아이들의 1년 농사의 수확인 일곡마을 배움청의 마을축제 및 졸업전시발표회가 지난 4일 열렸다. 마을배움터 활동 전시, 마을동아리 활동 발표회 등이 곁들여진 일곡마을 주민 어울림 한마당으로 진행됐다. 특히 일곡마을 왕복 7차선 대로를 차없는 거리로 운영해 행사가 열려 의미를 더했다. 마을 단위에서 차 없는 거리 행사로 축제가 진행된 것은 광주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시영 기자 sych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