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나면 학교로 대피하라는데… 광주ㆍ전남 9곳 DㆍE 등급
경주 지진 파장… 광주ㆍ전남은 안전한가
대부분 내진설계 의무 규정 전 지어져
재난 위험 노출된 채 방치… 무방비
내진확보 광주 10.4%ㆍ전남 2.2%
건물 내진 보강 위해 예산 확보 시급
대부분 내진설계 의무 규정 전 지어져
재난 위험 노출된 채 방치… 무방비
내진확보 광주 10.4%ㆍ전남 2.2%
건물 내진 보강 위해 예산 확보 시급
2016년 09월 19일(월) 00:00 |
경북 경주 지역에 발생한 지진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국보 제20호 불국사의 다보탑 옥개석 난간석이 파손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뉴시스 |
'경주 지진'의 여파로 광주ㆍ전남에서도 진동이 감지되는가 하면 장성의 한 고등학교는 건물이 균열됐고, 통신이 두절되는 등 크고작은 피해가 잇따랐다. 이틀 뒤인 지난 14일 완도 해역에서 2.4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광주ㆍ전남지역 건축물 상당수는 지진에 속수무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진은 남의 일이라고 오랜기간 맹신해온 한반도 전체적인 분위기에 내진설계 의무 규정이 마련되기 전에 지어진 건축물이 많기 때문이다. 기존건축물의 내진 보강작업도 예산난 등으로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광주ㆍ전남 건축물 지진 무방비
아파트와 학교, 병원, 주택 등 강진에 견딜 수 있도록 지어진 건축물은 광주 10.4%, 전남 2.2%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전국 지자체별 내진설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광주 건축물 14만1711동 중 내진확보가 된 건축물은 1만4757동으로 10.4% 뿐이다.
전남은 전체 건축물 62만4255동 가운데 2.2%인 1만4061동만 내진확보가 된 상태다.
내진설계 의무 건축물 임에도 내진확보가 된 것은 광주 40.1%, 전남 32.3%에 불과하다.
김동찬 시의원은 "이마저도 내진보강 설계가 적용돼 있는 공공시설을 제외한 민간 주택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그 평균 비율이 5%에 불과하다"며 "오래된 건물이 밀집돼 있는 동구와 북구 일부지역의 내진성능 확보비율은 2%가 채 안된다"고 지적했다.
재난 발생시 대피시설로 사용되는 학교 건물 역시 지진에 취약해 오히려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국회 교문위)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29개 지자체(시군구 단위)별 학교시설 내진설계 현황'에 따르면 광주ㆍ전남에서 내진설계가 된 학교수는 20% 이하로 조사됐다.
광주 남구와 서구가 내진설계 학교수가 20% 이상~30% 미만이었고, 광주 동구ㆍ북구, 전남 신안군, 고흥군, 곡성군, 구례군, 함평군, 보성군, 완도군, 담양군, 강진군, 나주시, 해남군 등은 20% 미만만 내진설계가 돼 있었다.
특히 이들 학교 가운데 재난위험시설인 DㆍE등급인 학교 건물도 전남 6곳, 광주 3곳이 있었다.
D등급은 긴급한 보수ㆍ보강 및 사용제한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는 건물이며, 심각한 노후화 또는 단면 손실이 발생했거나 안전성에 위험이 있어 사용을 금지 또는 개축해야 하는 건물은 E등급로 분류된다.
광주는 A고교 암반사면과 B초등학교 급식소, C중학교 옹벽 시설물이 재난위험시설이었고, 전남에서는 D초교ㆍE중학교ㆍF고교 본관동과 G중학교 특별교실동이 보수가 시급한 건물로 분류돼 있다.
이들 학교의 보수 예산은 광주가 20억원, 전남이 230억원이 소요되나 이를 마련하지 못해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욱 의원은 "경주 5.8 지진에 보듯이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이 밝혀졌다"며 "재난이 발생하면 학교가 재난대피시설로 사용되는데, 현재 우리 학교건물은 지진이 발생하면 대부분이 대피시설이 아닌 위험시설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권고사항에 예산난 핑계로
이처럼 광주ㆍ전남 건축물의 내진율이 낮은 것은 기준이 뒤늦게 마련된데다 설계 당시에는 아니었다가 규정이 강화되면서 내진설계 대상으로 편입된 '기존건축물'이 많아서다.
설계 단계부터 지진 하중을 고려하는 내진설계 의무 규정은 국내에선 건축법 시행령 등에 1988년에야 도입됐다. 국내에서 발생한 지진 대부분이 소규모인 데다 발생 횟수조차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이 내진설계 의무 규정은 올해까지 네 차례 개정됐다. 현재는 건축 규모(높이 층수 면적), 용도, 구조, 공법, 지진구역 등에 따라 9가지 기준으로 내진설계 의무 건축물을 정하고 있다.
△3층 이상 △면적 500㎡ △높이 13m 이상인 건물이나 △국가적 문화유산으로 보존 가치가 있는 박물관ㆍ기념관 등이 해당한다.
가장 큰 문제는 기존건축물의 내진 보강작업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1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5만㎡ 이상 건물 등의 경우 정밀 안전진단 때 내진성능평가를 의무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평가 결과에 따른 보강작업은 권고사항일 뿐이다. 법 도입 이전에 지어진 민간 건물에 대해서는 내진 설계를 강제할 근거 조차 없다.
예산 문제로 내진 설계가 되지 않은 학교 등 공공시설물에 대한 내진 보강도 요원한 상황이다.
2010년 이후 5년 간 광주는 45억3000만원을 들여 9개교 17곳을 보강하는데 그쳤다. 올해는 교육부 예산 18억8200만원을 포함한 37억9300만원을 들여 5개교 13곳만 보강사업이 진행중이다.
전남지역 학교, 병원, 철도, 고속도로, 댐, 터널 등 공공시설물의 내진보강률은 지난해말 현재 5490개 중 2110개로 38% 수준이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가 내진공사는 교육환경개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에 난색을 표하면서 자체 예산으로 충당하다보니 버겁다"며 "대지진은 국가적 재앙인만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민 기자 jmkim@jnilbo.co
광주ㆍ전남 건축물 내진확보 현황 | ||||
| 전체 건축물 | 내진대상 | 내진 건축물 | 내진확보율 |
광주 | 14만1711동 | 3만6763동 | 1만4757동 | 10.4% |
전남 | 62만4255동 | 4만3540동 | 1만4061동 | 2.2% |
(자료제공:전현희 국회의원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