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도 꾸지 못하는 '택배 비정규직'
2016년 07월 25일(월) 00:00



지금으로부터 7년 전 2009년 4월 대한통운광주지사는 소속 택배 비정규직 78명에게 휴대폰 문자로 해고를 통보한다. 원직복직투쟁을 벌이던 화물연대 간부 한 명이 대전 대한통운 물류창고 앞에서 유서를 남기고 자결한다. 당시 사건의 발단은 택배 수수료 단돈 '30원'때문이었다. 최근 택배업은 지난해 18억 건(국민 1인당 37건)을 돌파했고 30개월 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성장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택배노동자들은 오전 7시에 출근해 분류작업을 하게 되고 오전 11시 배달에 나선다. 분류작업 5시간은 무보수다. 하루 노동시간이 14~15시간이며 주6일 근무에 기름 값, 통신비, 보험료. 식대, 부가세, 번호판값, 감가삼각비 등을 빼면 남는 것은 한숨 뿐이다.

전국의 택배노동자들은 4만명(광주권 1000명) 정도로 추산되며 CJ대한통운이 30~40%를 점하고 있다. 이들은 사업주 측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노동자가 아니다. 현행법상 부가세를 납부하는 사업주(개별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원래는 물류회사에 소속된 노동자들이었지만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다수가 '개인업자'로 내쫓긴다. 택배용 트럭을 구입해야 하고 자영업자와 대기업간 민법상 배달계약이 체결된다. 퇴직금, 유급휴가, 연장근로수당, 4대 보험 의무가입이 사라지고 임금은 반토막 난다. 노동계는 이 계약관계를 '특수고용 비정규직(특고)'이라 부른다.

택배노동의 문제는 여기에서 머물지 않는다. 지역별로 영업소가 들어서게 되고 이들은 다시 영업소와 계약을 맺게 된다. 소위 다단계 계약제이며 오늘날 택배업계의 일반화된 시스템이다. 이렇다보니 택배업계에서 정규직을 찾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다. CJ대한통운광주지사의 경우 택배분야에 20여명의 정규직이 남아 있지만 이는 화물연대의 파업에 대비해 대체근로를 투입하기 위한 비상용이라고도 한다.

택배시장이 커지는 반면 업체들간의 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다. 소셜커머스인 쿠팡은 소속 회사 직원(쿠팡맨)들을 통해 직접 배송에 나서고 있어서 기존 택배업체들과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정부 또한 쿠팡같은 업체들의 요구에 맞장구를 치는 중이어서 머잖아 택배업계의 또 다른 빅뱅이 예상된다. 이 와중에 CJ대한통운이 마을 동 단위 소형터미널을 영업소 중심으로 구축하는 '드롭 포인트'와 '2회전 팀 배송'을 주요 골자로 한 배송다변화(일본 야마토 택비 시스템)정책을 추진한다. 빠른 배송을 통해 다른 업체보다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영업소 부지, 건물 임대 등 초기비용과 유지비, 오후 2차 배송을 위한 분류 작업비(알바 고용)를 택배노동자들이 담당한다. 이 방식대로라면 한 영업소에 20명씩 고용돼 있는 경우, 1인당 월 50~60만원의 임금삭감을 당하는 꼴이다. 2회전으로 인해 노동 강도가 지금보다 20~30%는 더 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배송다변화'란 결국 택배 비정규직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대기업인 CJ대한통운에 이 시스템이 시행되면 다른 업체들의 도미노 현상 또한 시간문제다. 7년 전 운송료 30원 때문에 소중한 목숨까지 잃어야 했지만 당시 900원대였던 노동자 몫의 수수료는 현재 500원대까지 추락해 있다. 권리를 찾기 위해 화물연대 노조 가입을 시도하지만 영업소장과 원청 택배사들의 "자르겠다"는 협박에 번번이 좌절당하고 만다. 꺼져가는 한숨 소리만 거셀 뿐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깊은 어둠 끝에 동이 트듯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그 분노가 모여 언젠가는 터져오를 수밖에 없다. 노동자의 신분조차 제거당하고 꿈조차 꿀 수 없는 택배 비정규직들에게 사회적 연대와 지원이 절실하다.


정찬호 광주시비정규직센터 대외지원협력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