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포세대의 공유공간 '청춘가람'을 아십니까
광주 북구 중흥3동 청년문화공간 '청춘가람'
청년 누구나 내집처럼 드나드는 무료 공간
광주재능기부모임 '해찬나래'서 자력 운영
대학생들 공간 대여해 스터디ㆍ영화감상 등
2016년 05월 04일(수) 00:00
지난달 26일 광주 북구 중흥3동 '청춘가람'을 찾은 전남대 행정학과 학생들이 영화를 보고 있다. 아래는 심민호 대표.
커피 한 잔 값도 아쉬울 때가 있다. '삼포세대'에게는 더욱 그렇다. 도서관은 가득 차 들어갈 자리가 없고 집에 가서 공부하기에는 부모님 눈치가 보인다. 그런 그들에게 늘 열려있는 공간, 청년들이 함께 가꿔가는 '동락(同樂)공간'이 광주에 자리잡았다.

지난달 26일 북구 중흥3동에 위치한 청년문화공간 '청춘가람'을 찾았다. '청춘가람'은 청년이라면 누구나 내집처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유공간이다. 청년들은 '청춘가람' 페이스북 페이지 등 SNS를 통해 대여를 신청해 이곳에서 스터디를 하거나 단체로 영화를 보기도 한다. 지난해 문을 연 35평 남짓한 공간은 이곳을 찾은 청년 모두의 '자취방'이 됐다.

'청춘가람'은 광주지역 청년들로 구성된 재능기부모임 '해찬나래'가 운영하고 있다. 현재 '청춘가람'의 대표를 맡고 있는 해찬나래 멤버 심민호(30) 씨는 "청년들의 고민이 뭘까 생각한 끝에 그들이 하고싶은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카페나 도서관 등이 존재하지만 비용과 시간 등 제약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주인이 되는 공간이 있다면 그곳에서는 아무런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다는 얘기. '청춘가람'을 찾는 대다수는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대학생이나 수험생이다. 낮에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 개별적으로 찾은 청년들이 공부를 하고 저녁에는 스터디나 영화관람 등 소모임 활동에 이용된다. 그 동안 거쳐간 이만 160여 명이다.

이날도 전남대학교 행정학과 영화동아리 회원들이 '청춘가람'을 이용해 영화를 보고 있었다. 김영웅(20ㆍ전남대 행정학과) 씨는 "비용을 들이지 않는 선에서는 비어있는 강의실을 빌릴 수도 있지만 절차도 까다롭고 여기처럼 편안한 소파 등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SNS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됐는데 굉장히 귀한 공간이라 여겨진다"고 말했다.

'청춘가람'은 해찬나래가 만든 두 번째 공간이다. 이들은 지난 2013년 전남대 후문에 '깨공(깨알같은 공간)'을 만들어 2년 간 운영한 경험이 있다. 지하에 위치한 까닭에 접근성과 활용도가 제한돼 새로운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다. 지난해 광주청년센터 the 숲의 청년챌린저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청춘가람'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적당한 공간을 찾는데만 3주가 걸렸다. 웬만한 임대료를 충당하기엔 지원금이 턱없이 모자랐고 때문에 고르고 골라야 했다. '청춘가람'의 취지에 대해 들은 한 건물주가 보증금 없이 월세만 받겠다고 나섰다. 덕분에 '청춘가람'은 올해부터 일체의 지원금 없이 청년들만의 힘으로 운영된다. 임대료를 포함한 모든 운영비는 운영단체인 해찬나래의 멤버들이 십시일반해서 대고 있다.

운영비가 적다보니 '청춘가람'에 들어선 가구와 냉장고, 인테리어 소품 등은 대부분 재활용한 것들이다. 인테리어의 대원칙은 '내집같은 공간'이다. 청년 누가와도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청춘가람'의 방문객들은 준비된 먹거리도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냉장고에는 각종 음료가 있고 토스트기와 냄비, 프라이팬 등 간단한 요리도구 및 재료가 갖춰져 있다. 무엇보다도 방문객들이 직접 '청춘가람'을 가꿔나가는 모습이 인상깊다.

글ㆍ사진=김정대 기자 jd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