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랐다"… 호남의 선택 놓고 설왕설래
지역 총선 결과 시민 반응
광주ㆍ전남서 정통 야당 배제
정치적으로 고립될까 우려
"멀리보면 현명한 선택될 것"
2016년 04월 15일(금) 00:00
"멀리 보면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호남 스스로 고립의 길을 택했다."

20대 총선 결과 발표가 나온 14일 광주 전남은 당선자에 대한 이야기로 하루 종일 들썩 거렸다. 국민의당의 호남 석권과 더불어민주당이 수도권 압승과 영남, 강원 등의 선전으로 원내 1당이 된 것을 놓고 호남의 민심에 대해 의아하고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지역민들은 '왜 광주전남이 이런 선택을 했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분분했다. 단순히 더불어민주당이 미워서라고만 생각하기에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16개 선거구에서 동일한 선택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광주시청이 위치한 상무지역에서 만난 만난 사람들의 대부분의 반응은 "놀랐다"였다.

보험설계사인 정성진(44)씨는 "국민의당이 우세일 줄은 알았지만, 18개 선거구에서 16개를 휩쓸었다는 건 솔직히 충격적이었다"며 "사람들이 더민주에 대한 회초리를 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인 김준형(52)씨도 "예년 선거를 보면 서울과 호남의 분위기가 유사한데, 이렇게 다른 적은 처음 봤다"면서 "솔직히 우리 지역만 너무 튀니까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밝혔다.

광주시청의 한 공무원은 "어떻게 보면 좋은 것 같고 또 다르게 보면 고립된 분위기고 알수가 없다"면서도 "인물 선거보다는 정당 선거를 택했다는 것은 한 눈에 알수 있었다"고 답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다른 지역에서 호남을 보고 뭐라고 생각할지 겁이 난다"며 "달래 고립이 아니라 정치적 성향이 그것도 야권 내부에서 이렇게 다른 성향이 나올 경우 자연스럽게 호남은 고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화제의 중심은 단연코 '16개 지역 녹색돌풍의 선택 이유와 향후 전망'이었다.

그 중에서'호남 고립론'에 대한 의견이 달랐다.

회사원 박수정(37)씨는 "호남을 누가 고립 시킨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정권교체가 코 앞인 더민주인지, 원내 1위를 놓친 새누리인지, 아니면 얻을 거 다 얻은 국민의당인지, 정확한 것이 있느냐"며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는 그 어떤 당도 호남을 고립 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형진(32)씨는 "당선된 사람들을 보면, 과연 호남이 바른 선택을 했는지 의문스럽다. 이것이 민주도시 광주이 선택인지 고민이 됐다"면서 "이제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도 않는 검증 안된 당에게 더욱이 현역의원들이 탈당해 만든 당에게 표를 준다는 것 자체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호남 스스로 고립을 선택한 것 같다"고 격분했다.

더민주 관계자는 "이 지역에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이 너무 강해졌다"며 "광주와 전남 다수의 지역민은 투표로서 문 전 대표에 대한 대선 출마 반대 의사를 표현한 것 같다. 답답하다"고 했다.

지역정가는 복잡한 표정이다.

지역정가 한 관계자는 "이겼지만 뒷 맛이 씁쓸한 이유는 호남의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일까 하는 의문 때문이다"면서 "좋은 인물들이 많았음에도 당선자들의 면면을 보면 신선한 얼굴보다 익숙한 얼굴이 많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강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호남 고립론'이나 '호남 자민련'에 대한 불안감은 야권의 중심지역에서 벗어났다는 심리 때문인 것 같다"면서 "이번 선택으로 호남이 야권 중심에서 벗어났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호남이 만들고 키운 더민주라는 당을 떠나는 것에 대한 상실감이 지역민들 전반에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노병하 기자 bhr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