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샌더스 열풍 우리 정치인은…
대선 가도 이유 있는 질주
혁신적 어젠다
네거티브 거부
변함없는 소신
2015년 10월 30일(금) 00:00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 우리에게도 큰 의미를 던지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른바 '샌더스 열풍'이다.

버니 샌더스(사진)는 미국 동북부의 조그만 주 버몬트 출신의 무소속 상원의원. 지난 4월까지만해도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그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 프라이머리 경선에 출마하면서 '예측하지 못했던 큰 변수'가 됐다.

그의 유세현장에는 예상밖으로 수많은 청중이 모여들고 있고, '유력한 후보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열풍' 수준이다. 특히 그는 자칭 '사회주의'자다. 미국은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 중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제도권 정당이 뿌리내리지 못한 거의 유일한 나라다. 미국 여론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대통령에 무신론자가 당선될 가능성보다 더 낮은 게 '사회주의자'의 당선 가능성일 정도다. 샌더스 열풍이 더 의아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샌더스 열풍'을 두고는 의견은 분분하다. 박영철 전 원광대 교수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국민의 경제 정의와 평등에 대한 목마름의 표현'이라고 했다.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조정관 교수의 분석도 비슷한 맥락이다. 조 교수는 "신자유주의 경제시대의 모순된 경제성장, 즉 기업 이익은 극대화되지만 개인은 불행한 상황으로 그에 대한 반발이 크다"며 "2008년 월가 경제위기 이후에 근본적인 변화를 바라고 있지만 실제 정치과정에서 전혀 진전이 없으니까 새로운 길을 찾아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정치에 대한 '식상함'도 한 이유다. 대중의 욕구에 시원하게 반응해주지 못하는 공화ㆍ민주 양당제와 기득권 전문가 및 기득권 언론이 갖는 담론 지배에 대한 반발 성격이라는 분석이다.

제주대 사회학과 서영표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책이나 정강으로 대립하기보다는 비난과 선전에 의존하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무관심의 표현"이라며 "불만은 쌓이는데 정치적으로 표출할 통로가 없었던 이들의 반응"이라고 말했다.

샌더스의 그간 정치적 행보도 한몫했다. 전남도의회 우승희 의원은 "시장과 하원, 상원의원을 역임하며 성장한 생활정치인으로,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며 보여준 정책적 선명성과 소신 있는 정치를 해왔던 인물"이라며 "소액 다수 후원금에 의존한 선거운동은 대중들에게 사회적 약자로서 동질감과 자본의 힘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느낀 답답함과 갈증을 이해하는 사람,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샌더스의 열풍이 '대세'가 될지는 지금으로서는 불확실하다. 그에 대한 지지는 진보 좌파 성향의 백인에 집중돼 있고, 더 중요한 것은 미국 선거의 핵심인 자금과 인력 그리고 지지선언 등에서 클린턴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그럼에도 샌더스 열풍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월가를 개혁하고 복지를 강화해 불평등을 해소해야한다는 샌더스의 주장이 이미 가장 중요한 정치 '어젠다'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우리에게 주는 교훈도 크다.

조정관 교수는 "꽉 막힌 사회ㆍ경제적 문제들에 헤매고 늘 '중도적' 해법만을 제시하려고 하는 현재의 정치권에 어떤 면에서는 기존 관성을 넘어서는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어젠다 추구가 무언가 '열광'을 가져올 수 있음을 가르쳐주는 '타산지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승희 의원은 "대선 후보 경선전까지 무소속 이었다는 점을 주목 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와 같은 대립형 양당구조에서 중앙정치에 휩쓸리거나 예속되지 않은 지방정치가 필요하다. 또 주민들의 삶에 공감하고, 정책과 소신을 변함없이 실천할 수 있는 정치문화와 생활정치 일꾼 양성의 필요성도 우리가 배울 교훈이다"고 말했다.

홍성장 기자 sjhong@jnilbo.com